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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숩숩 Mar 01. 2018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질문

일민미술관 <IMA Picks> 오프닝 후기




지난주 목요일, 일민미술관의 새로운 전시

<IMA Picks> 오프닝에 다녀왔다.


큐레이터와 작가에게는 오랜 시간 공들인 전시를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이겠지만 나에겐 일민 PRoducer로 선정된 후 참석하는 첫 공식행사였다...!


그동안 다른 프로듀서분들과 함께 전시 스터디를 하거나, 작가분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여러 번 미술관을 찾았지만 아직 전시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뭔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물론 그것마저 일민의 전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참 부지런하게도 전시실은 올 때마다 모습이 바뀌었다. 온통 새하얗던 벽에 색이 하나씩 칠해지고,

바닥에 깔린 비닐이 걷히면서 작품들이 입장했다. 마침내 텅 비어있던 공간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걸 보니 신기하면서도 왠지 설레었다. 



2층에 마련된 오프닝 리셉션  /  1층 카페이마에서 준비해주신 걸까나



이날은 공식적으로 전시를 공개하기 앞서, 작가의 지인들과 관계자들을 먼저 초대하는 자리였다. 그래서 이런 행사에는 어떤 사람들이 올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갔다. 얼굴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작가 분들도 오셨고,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날따라 너무 멋지고 친절하신 작가님들과 작품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다. (눈에서 하트 나오는 거 보셨나요..! ♡.♡)





일민의 전시는 항상 '적절히' 새롭다.


<DO IT, Seoul>에서는 언제 어디에서나 재현할 수 있는 전시로 형식의 새로움을 꾀했고,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통해서는 독립출판이라는 장르를 미술로 편입시키는 역할을 했다. 가장 최근의 전시였던 <공동의 몸, 공동의 리듬>에서는 변화하는 이 시대의 '공동체'에 관한 연구를 리서치 아카이브의 형태로 광장을 지나다니는 모두가 볼 수 있게 공유했다.


이런 일민미술관에서 무려 '일민'이라는 이름을 걸고 내놓은 전시라니! <IMA Picks>는 제목만으로도 기대를 모았고, (그래서 이번 전시와 연계된 일민 PRoducer도 냉큼 지원했다 후후) 오프닝 막이 오른 모습을 보면서도 대중성과 미술계의 흐름을 놓치지 않은 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1층, 김아영 개인전 <다공성 계곡>



<IMA Picks>는 "국내외 예술 현장에서 10년 이상 주목할 만한 활동을 펼쳐 온 30-40대 작가들을 조명하는 프로젝트"이다. 총 3명의 작가들이 선정되었는데, 1층부터 순서대로 김아영, 이문주, 정윤석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층마다 작가의 개별적인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도 전체 작품들을 아우르는 커다란 주제가 보인다.



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요즘이다. 그 정의 자체에도 여전히 논란이 일지만, 간단히 말해 최소한의 정부 개입으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경제 구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부터 국제화의 물결에 힘입어 관세 장벽 철폐나 기업 규제 완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이 실행되어 왔다. 신자유주의 사회는 최대한의 생산적 효율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개인 간의 무한경쟁을 촉발하고 과정보다는 결과만 중시하는 풍조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왔다. (나를 비롯한 많은 청년들의 근심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국내 미술계에서도 2000년대 초부터 신자유주의 바람이 일었다. 신진 작가의 발굴 위주로 각종 지원 프로그램들을 통해 젊은 작가들이 시장에 소개되어왔다. <IMA Picks>는 기존의 관심에서 소외되었던 중년 작가들에게 주목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신자유주의 미술시장의 상업성에 맞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이들은 30~40대에 이르러 작가 인생의 제 2라운드를 맞닥뜨리게 된다. 급격한 변화를 겪어온 사회의 증언자로서 세 작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 시대를 바라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2층, 이문주 개인전 <모래산 건설>



그러나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이 특히 더 마음에 드는 이유는 질문을 던지되 뚜렷한 답을 제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결국 예술은 모호하다며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예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바로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대답은 작품을 보는 관람객의 몫이다. (이에 대해 정윤석 작가는 일민 PRoducer와 개별적으로 진행된 대화에서 "예술이 정답을 가질 필요는 없다"라고 이야기한 적 있다)


전시장에 놓여진 작품들은 모두 장기간 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업이자, 논픽션을 재료로 한 픽션들이다. 예술가들은 동시대의 관찰자이자 기자, 또는 역사가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의 기반을 파헤치고, 당연시 여겼던 것들에 대해 어쩌면 황당하고 곤란하기까지 한 질문을 던진다. 이를 통해 우리들은 그동안 일상에 가려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묻게 된다. <IMA Picks> 전시에서는 물질적인 성장만을 좇았던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사회의 달콤한 열매에 가려져 있던 것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3층, 정윤석 개인전 <눈썹>



예술은 사람들이
진실을 깨닫게 만드는 거짓말이다   
-  파블로 피카소 -


# 각각의 전시에 대한 리뷰는 앞으로도 계속 올라올 예정입니다;)

## 너무 거창하게 써버렸다...! (사심포함주의)

 



전시정보


제목: <IMA Picks>

장소: 일민미술관 (광화문역 5번 출구)

구성: 1층 - 김아영 <다공성 계곡> / 2층 - 이문주 <모래산 건설> / 3층 - 정윤석 <눈썹>

링크: http://ilmin.org/kr/exhibition/ima-picks/ 

(화-일. 3시마다 도슨트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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