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2 리뷰 | 불안에 잠 못이루는 우리에게

by 낭만아냥

기쁨이 만들어낸 왜곡된 자아, '나는 좋은 사람이야'

출처: 네이버 영화

라일리의 사춘기로 새로운 감정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주로 기쁨이가 컨트롤 패널을 다루는 리더 감정이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최초의 자아(Sense of Self)는 ‘나는 좋은 사람이야.(I’m a good person)’.


개인적으로 미국의 SNS나 미디어들을 보며 미국이 다른 국가, 문화권에 비해 “나는 좋은 사람이야”와 같은 도덕적 과시 현상이 두드러지고, 이를 참 기이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영화 초반이라 기쁨이가 만들어낸 자아가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저게 좋은 거 맞아?'라는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역시 아니었다. 극단적인 긍정과 도덕적 우월감은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걸로.)


나의 리더 감정은 누구일까?

라일리 엄마 그리고 아빠의 헤드쿼터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캐릭터마다 헤드 쿼터의 가운데 자리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감정들이 다른 것도 재미 포인트이다. 라일리의 리더 감정은 기쁨이이지만, 라일리의 엄마는 ‘슬픔이’, 라일리의 아빠는 ‘버럭이’인 것처럼 말이다.


'내 리더 감정은 무엇이려나?' 영화를 보는 시청자라면 한 번쯤 고민해 볼 주제이다.

아직 사춘기인 걸까 아니면 사춘기의 홍역을 세게 치른 걸까. 내가 생각한 나의 주된 정서는 ‘불안’이었다.

불안이의 자기 소개는 이렇다. “난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비해. 난 미래를 계획한다고.”


한국인 최애 감정 ‘불안’


한국인의 리더 감정 통계 조사를 실시한다면 단언컨대 ‘불안’이 1위에 오를 거다. 원래도 그랬다만, 코로나 이후 한국 사회에 불안이란 정서가 더욱 깊게 깔린 게 체감되고 있다.


높아져가는 사회의 bpm에 노출되면 자연스레 내 생활 리듬도 그에 맞추어 빨라지고 불안해질 수밖에.

그렇게 두근거리는 매 순간마다 주기도문처럼 꺼내보고 외우는 문장이다.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는 《죽음의 스펙터클》에서 한국 사회의 특징을 네 가지로 짚었습니다.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 리듬의 초가속화’가 그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꼭 지옥의 구성 목록처럼 느껴져 섬뜩합니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사춘기 이전에는 불안에서 자유로웠을까?

출처: disney.fandom.com

라일리가 사춘기가 되며 새롭게 나타난 감정이 ‘불안’이라면, 사춘기 전에는 불안이 없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실제로 인사이드 아웃2는 여러 심리학 전문가들의 자문으로 주인공 감정들을 추리고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고 하니 사춘기와 불안의 상관관계를 염두에 두고 줄거리를 써 내려갔을 거다.


조금 찾아보니 사춘기 시기에는 ‘사회적 불안 장애’에 취약해진다고 한다. 아무래도 또래 집단이 그 어느 관계보다 중요할 시기다 보니 내가 사회적으로 고립되지는 않을지, 무한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불안한 감정을 증폭하게 되는 상황들이 많아지겠단 생각이 들었다.

또 사춘기가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임을 고려하면, 이 시기에 타인이 나를 어떻게 인식하고 평가하는가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거다.


불안을 다루는 법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마지막에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성숙함에 대한 힌트가 나왔다.

불안의 감정들이 밀려올 때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


미래에 다가올 수 있는 위험에 불안이 튀어나오려 할 때, 기쁨이는 불안이를 안마의자(요새 내가 탐나는 물건…)에 두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지?‘라 묻는다.


할 수 있는 일: 내일 있을 스페인어 시험 준비

할 수 없는 일: 10분 뒤 공개될 파이어호크 하키팀 입단 걱정


불안이는 포근한 의자에 앉아 따뜻한 티를 마시며 다가올 스페인어 시험에 집중하기로 한다.

성숙한 감정들 덕분인지 고작 13살에 불안의 감정을 다룰 줄 아는 라일리를 보며 찔끔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했다.


라일리가 대견해서... 라기보단. 이걸 라일리보다 15년은 늦게 알게 된 나에 대한 반성. 그리고 폭주하는 증기 기관차 같은 불안을 있는 힘껏 끌어안고 살아온 나에 대한 연민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인사이드 아웃2’, 이 정도면 평타인 시퀄일지도

출처: 네이버 영화

픽사 다운 대단한 상상력으로 감정의 복잡성과 인간의 심리를 창의적으로 묘사한 ‘인사이드 아웃’의 시퀄 인사이드 아웃2. ‘빙봉’같이 모두의 눈물 콧물을 쏙 빼놓는 캐릭터는 없었지만, 현대인들의 고질병 ‘불안’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또 한 사람의 복잡한 자아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모든 감정을 느끼고 경험하며 끌어안아야 한다는 인사이트를 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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