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글자글 고소한 열기의 핀초스 골목
9~10일차, 로그로뇨
로스아르코스에서 걸어와 로그로뇨의 초입에 진입할 때부터 마커스는 특유의 찰지고 카랑카랑한 억양으로 핀초스!를 외쳤다.
스페인에서는 와인이나 맥주와 함께 작은 접시에 담긴 다양한 안주를 곁들이는데 이 작은 접시 음식을 타파스Tapas라고 하기도 하고 핀초스Pinchos라고도 한다. 쉽게 떠올려보면 바게트 한조각 위에 고기 튀김이라든지 야채와 하몽 등이 올라간 간단한 음식. 지역과 가게마다 각각 재료며 스타일이 워낙 각양각색이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타파스는 좀더 넓은 범위의 작은 한접시 음식을 지칭하는 느낌이고 핀초스는 나무꼬챙이에 꽂아진 음식 한조각을 지칭하는 느낌인데 사실 둘의 차이는 잘 모르겠다.
여느 스페인의 도시가 그렇듯 로그로뇨에도 멋진 타파스 골목이 있다. 다른 도시에 비해서도 꽤나 유명한 모양이다. 딱 적당할 만큼만 길고 좁은 골목에 가게가 밀집하여 많이 있어 이가게 저가게 짧은 동선으로 옮겨다니며 사먹기 좋다.
저녁이 되면 고소한 기름냄새 술내음과 함께 가게들은 물론 골목 전체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가게 안팎에서 와인잔이며 맥주잔을 하나씩 들고서 웃고 떠들며 지나가는 아는 얼굴들에게 인사를 한다. 순례길에서 지나치던 사람들도 간간히 보이니 또 조금 반갑다. 관광객도 많고 순례자도 많고 로컬 사람들도 즐겨 찾는 것 같은 와글와글 신나는 골목이랄까.
로그로뇨 핀초스 골목에서 이틀간 여러가지를 먹어봤는데 역시 최고는 양송이 핀초스! 올리브유를 듬뿍 뿌려 철판에 굽고 작은 새우를 곁들인 음식이다. 어떻게 보면 익숙한 아는 맛인데 왜이리 맛있지? 양송이도 올리브유 풍미도 평소 아는 맛보다 훨씬 좋은 것 같고 뜨겁게 바로 주는 온도감도 훌륭하다. 양송이로 유명한 가게는 술과 함께 딱 요 양송이 하나만 판다. 가게 한켠의 철판에서 쉴새 없이 양송이를 지지고 있었다.
그리고 요 감자 타파스 Patata bravas. 포테이토Potato가 스페인어로는 빠따따Patata 란다. 아마도 어원이 같은지 단어가 비슷하게 생겼지만 빠따따가 좀더 어감이 귀엽다. 구운 감자에 토마토소스랑 사워크림 비슷한 하얀 소스를 듬뿍 얹어서 내준다. 같이 갔던 일행들이 꼭 먹어봐야 한다 그랬으나 평소에 프렌치프라이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라 별 기대는 안했었다. 아니 근데 이 소박해보이는 감자가 또 왜이리 맛있는겨? 감자도 댕맛있는데 소스가 진짜 판타스티꼬다. 그리 자극적이지도 않은데 자꾸 땡기네.
양송이와 감자에 감히 비견할 수 없지만 오겹살을 통째로 튀긴 타파스도 맛있었다. 기본적으로는 당연히 아는 맛인데 껍질부분이 더 바삭하고 살은 좀 질기지만 고소하다. 스페인에만 있는건 아니고 유럽 여기저기서 해먹는 스타일인듯 하다.
9월 26~27일 로그로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