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차, 산토도밍고
순례길을 걷다보면 작은 마을 마을마다 번듯한 성당들이 하나씩 있는게 참 신기하다.
마을 도착하면 체크인하고 빨래하고 밥 챙겨먹고 하다 보면 여유가 많지는 않아서 대개 성당이 있어도 잠깐 들러서 구경하거나 스탬프만 받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요즘 종종 같이 다니는 마커스가 같이 보자고 해서 들어가봤다. 5유로로 입장권을 사면 첨탑, 예배당, 대성당 3군데를 모두 들어가볼 수 있었다.
첨탑은 이유는 모르지만 소규모의 시계박물관(?) 과 함께 운영되고 있는데, 걸어서 올라가면 꼭대기에 여러개의 종과 함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각 종들은 시간용도 알람용도 등등 각기 용도가 다르게 분화되어 운영되었다고 한다.
대성당은 엄청나게 크지는 않은데, 굉장히 관리를 잘하는 듯 보였다. 수백년전의 오래된 미술품부터 현대 작품까지 아주 다양한 스타일의 천주교 아트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멋진 곳이었다. 조각, 그림, 은쟁반, 스테인드글라스, 악보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그리고 우리들의 원픽 산티아고사마. 순례길의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대성당은 성인 야고보(야곱)가 묻혀계신 성지이다. 제임스, 제이콥, 티아고, 디에고 등 많이 들어본 여러 영어나 스페인어식 이름들도 야고보가 유래라고 한다. 가만히 소리내어 읽어보면 발음이 유사하게도 느껴진다. 우리의 목적지가 되는 도시 이름인 산티아고 역시 San(성/Saint) Tiago(티아고=야고보의 스페인어식 이름) 로 야고보 성인의 이름이 유래이며 산티아고 순례길은 영어로는 Saint James Way가 된다. (제임스=야고보의 영어식 이름)
나무위키를 보니 야고보 성인은 약간 다혈질이셨다고 하는데, 미술품들을 보면 대개 좀 마른 근육질의 상남자 느낌으로 묘사가 많이 되어 있다. 성격도 급하셨다고. (그래서 그런가 열두 명의 제자 중 가장 먼저 순교하셨다고 한다.) 한편 베드로 성인은 뭐랄까 우유부단의 대명사라고 하던데 약간 둥글둥글하게 많이 표현되어 있다.
이분의 상징물은 조가비, 지팡이, 호리병 등인데 조가비(가리비)가 가장 대표적이며 카미노 순례를 시작할 때 가방에 하나씩 다는 순례자들의 상징이기도 하다. 많은 순례자들이 조가비 뿐 아니라 호리병 등도 달고 다닌다. 나도 어기서 작은 호리병 장식물을 하나 샀다.
이 마을의 이름은 도밍고 성인의 이름을 따서 산토(성/Saint) 도밍고인데, 이 마을/지역을 일으킨 분이라고 한다. 출생 연도가 정확히 남아있으니 지역에서는 굉장히 위대한 분으로 기억되는 듯 했다. 참고로 돌아가신 해가 1109년인가 하던데 그시절에 90세를 사셨으면 어마어마하게 장수하셨네.
이 분의 상징물은 수탉으로 닭과 관련한 전설이 유명하다고 한다.
대충 어떤 이야긴가 하면, 옛날옛날 어떤 독일인 부부와 아들이 순례를 하고 있었는데 산토도밍고에 머물던 중 아들이 모함을 당해 (어떤 여인의 대쉬를 거절하자 그 여인이 절도범으로 몰았다고...) 교수형을 당했다고 한다. 부부는 슬펐지만 산티아고에 가서 아들을 위해 기도를 했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아들의 시체라도 보기 위해 마을에 들렀는데 놀랍게도 아들은 교수형당한 그대로 산채로(?!)있었다고 한다. 어떻게 살아있냐고 묻자 아들은 야고보 성인이 기적으로 살려줬다 그랬고 부부는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마을 재판관을 찾아갔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마침 저녁으로 치킨을 먹고있던 재판관이 부부를 비웃으며 니 아들이 살아있으면 이 치킨 요리도 살아있겠다라고 대꾸했다고 한다. (인성 무엇) 그러자 그의 저녁 식탁에 있던 치킨 요리가 날개와 부리가 다시 돋아나서 (...) 부활해 주방을 걸어다니기 시작했고, 재판관은 그제서야 기적을 보고 잘못을 깨닫고는 아들을 풀어줬다는 그런 얘기라고 한다. (근데 아들은 모함한 장본인에 대한 응징은 어디간건가요)
도밍고 성인은 이 이야기를 교황청에 알려 기적의 상징으로 암탉과 수탉 한마리 씩을 기르도록 했고, 그의 상징은 하얀 닭이 되었다고 한다. 여전히 성당 안에 닭 한쌍을 키우는 닭장이 있다.
자세한 얘기는 나보다 더 잘쓴 아래 포스트를 확인해 보도록 하자.
https://caminotimestwo.com/2017/03/17/the-chickens-of-santo-domingo-de-la-calzada/
마커스랑도 얘기했는데 성당과 같은 역사예술물을 볼때 사전 공부나 지식이 있으면 훨씬 재미있고 풍요롭게 볼수 있을것 같다. 돌아가면 한번 제대로 공부 해봐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지난번 중국 여행에서도 불교 공부를 좀 하자는 생각만 하고는 돌아와서 까맣게 잊어버렸지.
거창한 공부 계획보다 몇가지 굵직한 이야기랑 캐릭터 중심으로 두서없이 알아 나가도 훨씬 재밌게 다닐 수 있을것 같긴 하다. 도밍고 성인의 닭 이야기나 제임스라는 이름이 알고보면 야고보가 유래였다는 것 같이 이 길에서도 자연스럽게 듣고 배우고 있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