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코스로 피레네 산맥을 넘다
2일차, 오리손에서 론세스바예스
오늘의 여정은 프랑스 오리손 산장서 출발하여 스페인 론세스바예스로 간다.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산길을 따라 산맥을 넘는 코스고 또 하나는 국도로 우회하여 가는 코스다. 겨울에는 조난 위험이 있을 수 있어 산길은 통제되고 국도 코스만 개방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선호하는 코스는 아무래도 차도보다는 산길로, 이 길을 나폴레옹 코스라고 한단다. 나폴레옹 스페인 침략하러 갈때 온 코스라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다나.
총 17킬로미터 정도의 여정인데 중간에 피레네 산맥과 프랑스-스페인 국경을 넘는다. 대략 13키로정도까지는 오르막이 이어져서 해발 1400미터까지 올라가고, 나머지 4키로 정도는 상당한 내리막을 연이어 내려와 내리막의 끝에 론세스바예스가 나타나는 코스다.
아침으로 나온 사발에 담긴 뜨끈한 커피를 마시고, 동키로 짐을 보내고 가벼운 작은 가방과 마음으로 출발한다. 날씨마저 거의 완벽해서 가을의 시원하고도 청량한 바람에 멋진 피레네산맥의 풍경을 원없이 보면서 걸을수 있었다. 이정도의 넓고 멀게 펼쳐진 풍경을 보는건 전에 중국여행에서 타공 이후로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다른게 있다면 타공은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초원에 가까웠다면, 여기는 높은곳에서 내려다보는 산의 풍경인데 봉우리들이 뾰족하지 않고 둥글둥글하여 시야가 굉장히 넓게 펼쳐진다.
가는 길 내내 양떼며 소, 말, 돼지 등 여러 동물들을 쉽게 마주쳤다. 피레네 산맥에서는 방목을 많이 하는 모양이다. 한없이 고요한 가운데 동물들이 달고있는 방울소리가 고즈넉하게 들리니 뭐라 말할수 없는 평화로운 기분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오르막이라고는 하지만 완만하게 계속 오르는 언덕에 가까워서 오늘의 길은 꼭 순례길이 아니더라도 하이킹 코스로만으로도 굉장히 즐겁고 아름다웠다.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네. 꼭 걷지 않더라도 산 꼭대기의 국경 넘는쪽 빼고는 대부분 차도와 같이 있어서 차로도 쉽게 올라올 수 있고, 실제로 풍경보러 오는 차들도 많이 있었다.
내리막이 가파라서 조금 힘들었지만 체크인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론세스바예스 공립 알베르게. 마당 같은 공간이 넓게 있어서 따스한(이라기엔 강렬하고 뜨거운) 햇살에 신발 말리기에도 좋다. 잠시 기다리다가 체크인을 하였다.
론세스바예스의 하나뿐인 알베르게는 오기 전에는 시설도 열악하고 도난도 종종 일어난다고 긴장하면서 왔는데, 막상 와보니 코로나 시국에 리뉴얼을 했는지 통나무집 비슷한 느낌의 완전 깨끗하고 아늑한 최첨단(?) 설비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무려 터치로 작동하는 엘베에다가 칸막이 있는 침대, 게다가 1유로로 쓸 수 있는 (잠글때 쓰이고 열면 반환된다) 사물함까지 있는데 완전 갬동. 트레비엥 그라시아스!
시스템이 딱 좋게 갖춰진 공립 알베르게의 표본을 만드려고 했나? 그러고보니 듣던 것보다 알베르게 비용은 많이 (두배정도) 오른 것 같은데, 아마도 코로나 시국을 기점으로 물가도 오르고 시설도 정비하고 하면서 전체적으로 전과 확연히 다른 가격 수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코로나 전에는 하루 총 50유로를 쓰기 어려웠다고 하는데, 지금은 하루 최소 50~60유로는 든다고 한다. 시설 이정도로 쾌적하게 리뉴얼을 하면 올려받아도 불만 없을것 같다.
근데 사실 나는 원래 이것저것 먹어보고 신기한거 보이면 괜시리 한번씩 해보고 사보고 하느라 어차피 스무스하게 유로를 살살 녹여먹고 있어서 10유로 알베르게가 5유로로 돌아가도 쓰는 돈에 크게 차이는 없을듯 하다. 그래도 스페인 넘어오면서 맥주값이 싸진 부분은 매우 흐뭇한데, 오늘은 여기 바에서 무려 에스트렐라 데 까미노라는 어마어마한 카미노 특화 맥주를 발견해 바로 한병 사마셨다. 2.5유로밖에 안해서 또한번 그라시아스!
유럽의 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터무니없이 싱거운 맛없는 저녁을 먹고, (심지어 저녁 사진을 한장도 안찍었네) 8시 성당미사서 비록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카미노 순례자들에게 주는 축복을 듣는 것으로 하루가 또 무사히 지나갔다.
오늘의 교훈1: 처음해본 동키는 너무나 달콤했다. 앞으로도 애용해야지.
오늘의 교훈2: 1유로 동전은 여러모로 쓰이니 떨어지지 않게 챙기자.
( 론세스바예스에서 1유로로 뽑을 수 있는 아날로그 자판기의 신세계를 발견했다. 땅콩이나 젤리가 들어있는 아주 작은 캔을 돌려서 뽑을 수 있다. 이런거 너무 좋아!! )
9월 19일 월요일 산티아고 카미노 둘째날
오늘 걸은 길 17킬로미터, 앞으로 남은 길 약 760킬로미터
론세스바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