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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Dec 15. 2020

기쁨과 슬픔을 나누면 회식자리의 안줏거리가 된다

회사에서 필요한 스킬에 대하여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말일 것이다. 기쁜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과 나누며 기쁨은 최대한 만끽하고 슬픔은 덜어내라는 뜻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속한 '사적인' 사회에만 해당하는 말이다. 직장이라는 '공적인' 사회에선 기쁨과 슬픔을 나누면 꼭 누군가의 회식 자리, 회사 내 사모임, 친목 모임 등 여러 자리의 안줏거리가 될 가능성이 99.9%이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한 사람의 잘못만은 아니다. 단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일터에서 느꼈던 긴장감은 잠시 내려놓고 자리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에 그렇다. 


다른 이의 불행을 기뻐하는 사람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의 불행을 기뻐하고 생각보다 '더' 남의 행복을 시기한다. 물론 가족과 친구같이 애정을 느끼는 사람들은 여기에서 제외된다. 대학 시절 작은 대행사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적이 있다. 그때 일은 잘한다고 소문나 클라이언트들이 좋아했지만, 동료나 후배들 사이에선 평가가 좋지 않은 한 상사가 있었다. 같은 부서나 팀은 아니어서 직접적으로 마주칠 일은 없었지만 늘 부정적인 소문만 들어왔던 터라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었다. 


어느 날,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내 머리 위로 무언가가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니 일부만 일부러 내게 쏟았다는 게 드러날 정도로 많은 신문을 한 아름 안고 서 있는 소문의 그 상사가 있었다. 본인이 속한 언론 PR팀의 인턴이 지각해 신문 정리가 되지 않아 화가 난 상태에서, 옆 팀 인턴인 내가 보란 듯이 책상 앞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게 보기 싫었던 것 같다. 


인턴인데 자기 일만 하냐면서 빨리 신문 정리부터 하라고 야단치던 상사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주변 이들 중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다. 분명히 모두 시선을 내게로 모은 상태였지만 누구 하나도 "너무 심하다"라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인턴이기에 짧게 일하고 나갈 나보다는 그 상사와 더 오래 일해야 하기 때문에 모두들 침묵으로 일관했던 듯했다. 

Photo by Tim Mossholder on Unsplash

어딜 가나 다 똑같다


이후로 그 상사와 직접 이야기를 해본 적은 없었지만, 사내 행사에서 마주칠 때면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자신감을 잃고 나서야 인턴을 끝내고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제 와서 떠올려보면 그때 다른 동료들이 내 불행에 대해 기뻐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단지 그들이 내 불행에 관심이 없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듯하다. 이런 그들 앞에서 내가 느끼는 기쁨과 슬픔을 공유한들 그것이 왜곡되지 않고 전달될 수 있을까? 그 뒤로 몇 번의 인턴을 거쳐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회사는 어딜 가나 다 똑같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회사라는 곳은 말이야


아침에 영화 '삼진 그룹 영어 토익반'을 보러 간다고 하면 처음엔 토익 보러 간다고 소문나고, 퇴근할 무렵이면 이직 준비하냐는 질문이 들어오는 곳이 바로 직장생활이라고 트위터에 올라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아마도 직장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부동산에 관심이 많아 선배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봤을 뿐인데, 역시나 돌고 돌아 보름 정도 뒤에 00팀에 00이 결혼한다고 나도 모르는 내 결혼식 소식이 회사에 소문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웃어넘겼지만, 마치 카드 게임을 할 때 자신의 패를 앞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절대 보여주지 않는 것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직장생활에서 필요한 스킬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Photo by Verne Ho on Unsplash

잊지 말자


사적인 기쁨과 슬픔을 회사의 누군가와 나누게 된다면, 돌고 돌아 왜곡의 과정을 거쳐 어느 회식 자리의 안줏거리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지난 사회생활의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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