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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Jan 03. 2021

2020년의 내가 2021년 나에게

바치는 한마디

연말맞이 집 정리를 하다가 문득


2019년 12월 22일의 내가 2020년 12월 22일에 나에게 쓰는 편지를 발견했다. '연초에는 치열하게 산 듯하지만 그 이후는 내 삶에 집중을 하지 못했던 듯 해.' 2019년 한 해를 돌아보며 열심히 자기반성을 했던 터였다. '작년에 비해서 이상적인 환경이 다가오고, 보다 규모 있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욕구가 강해지는 운' 이라며 당시 재미로 봤었던 2020년 운세를 적으면서,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아줬던 나. 그 덕분에 2020년은 정말 누구보다도 열심히, 치열하게, 열정적이게 살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출처: 내 사진첩(2019년의 내가 2020년의 나에게)

2020년에 이룬 것들


편지를 다 읽고 나서, 2019년 12월 22일의 나에게로부터 선사받은 축복에 보답하고자 2020년 내가 이룬 것들을 아래와 같이 하나씩 써 내려갔다.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사회적 자유를 얻고 마침내 독립을 이뤄냈다. 

혼자 살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운 결과 20대 후반, 주택 청약에 당첨되어 김포에 집이 생겼다. 

장롱면허 8년째. 운전대 잡기를 무서워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결국 장롱면허를 탈출했다. 

2018년 입사 후 3년의 직장생활 끝에 대리로 승진했다. 

코로나 때문에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 부작용은 신경 쓰지 않고 라식수술을 감행했고 새로운 눈을 얻었다.


생각에서 그치는 것은 목표가 아니다


생각보다 '글'과 '말'의 힘은 어마 무시하다. 단순히 '나는 올해 000을 해내야지'라고 생각하면, 생각에서 그칠 확률이 99.9%가 된다. 하지만 생각에서 더 나아가 '올해 달성 목표: 000'라고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면, 게다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나는 올해 000을 반드시 해낼 거야"라고 다짐까지 한다면 목표를 이뤄낼 수 있는 의지와 힘이 생긴다. 


2020년에 내가 이룬 것들도 사실 연초에 버킷리스트로 작성했던 것들이었다. '올해 안에는 집을 사고, 직장에서 승진도 하고, 장롱면허도 탈출해야지. 여름휴가 가기 전, 라식수술도 해야지.' 연초 목표로 했던 것들 중에서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유일한 것은 딱 하나였다. 바로 해외여행.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충분히 이뤄낼 수 있었을 텐데. 


아직 '다' 이루지 못한 것들


2020년 많은 것을 이뤄냈음에도 시도만 한채 아직 '다' 이루지 못한 것들도 분명 있다.

출판사와 여러 번 미팅을 하였지만, 결국 '2020년에는' 출간 계약을 하지 못했다. 

벼락치기로 LEET 공부에 돌입해 로스쿨 면접 문턱까지 갔지만 결국 '2020년에는' 탈락하고야 말았다. 


예전에는 연말에 이뤄낸 것들보다 이루지 못한 것들을 떠올리며 그 해를 평가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이뤄내도 단 한 가지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면 그 해는 그저 그런 해로 기억 속에 남겨두었다. 그러나 이승희 작가님의 '기록의 쓸모'라는 책을 읽고 스스로에게 인색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되었다. 실패한 것들을 떠올리며 자책하고 반성하는 대신, 단 한 가지라도 성공한 것을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잘 해냈다, 최고다'라고 칭찬할 것. 그러면 나중에는 실패한 것들도 결국 성공하리라. 작가님의 명쾌한 가르침이었다. 


2020년의 내가 2021년의 나에게


그러기에 2019년의 나에게 '2020년은 너의 걱정과 달리 잘 해낸 한 해였어.'라고 말해주고 싶다. 시도만 해본 채 아직 성공이라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시도조차 해본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출처: Photo by Manasvita S on Unsplash

2021년의 나에겐 이 한마디를 해주고 싶다. '2020년 아직 결과를 얻지 못한 것들을 2021년에 한 번 더 도전해서 2020년보다 더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내길!' 2021년의 나는 또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두근거리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여기서 이만 글을 마치려 한다. 


우리 모두에게 기쁨과 행복을 선물하는 2021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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