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수돌 Aug 21. 2021

그냥 나답게 살래요, 살 빼지 말고

헬스장에서 PT 수업을 권유했던 한 트레이너에게

6개월간의 바디프로필 도전


올해 6월 바디프로필을 찍었다. 올해 1월부터 식단과 체중관리를 했으니 총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다이어트에 집중했던 것 같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7시부터 8시까지 출근 전 유산소 1시간, 점심에는 샐러드로 식단 하고 또 30분 유산소, 그리고 저녁에는 1시간 유산소와 1시간 30분의 웨이트까지 거의 운동선수와 같은 삶을 살았었다.

출처: Photo by Anh Nguyen on Unsplash

총 10 Kg를 감량했는데 말이죠


작년 12월 제주도 여행을 끝으로 65kg라는 최대 몸무게를 찍고선 6개월 동안 정말 혹독하게 관리한 덕에 총 10kg를 감량했다. 확실히 꿈에 그리던 몸무게다 보니, 거울을 봐도 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빠져 있었고 어딜 가도 사람들에게 너무 말랐다, 44 사이즈냐는 말을 듣곤 했다. 


그렇게 몸무게를 감량하다 보니 자신감이 점점 붙었고, 옷을 사는 일이 즐거워졌다. 그러나 바디프로필을 찍고 나서 대부분 몇 달 안에 몸무게가 다시 되돌아가거나, 심지어는 더 찐다는 말을 들어왔던터라 바디 프로필 이후의 삶이 무서울 때도 있었다. 그래서 바디 프로필 촬영 전 한참 살이 쪘을 때 입었던 옷을 모두 버리며 그때로는 다시는 돌아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었다. 


바디 프로필 촬영 이후


아주 다행히도 바디 프로필 촬영이 끝났다고 해서, 그 전으로 바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운동 강도를 늘린 탓에 이제는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아픈 느낌이 들었고 식단도 원래대로 돌아가되, 밀가루나 살찌는 기름기 있는 음식을 피했기에 전보다 더 몸이 좋아졌다는 말을 듣곤 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원래 다니던 헬스장이 잠시 휴점하는 바람에 급히 동네에 있던 다른 헬스장에 등록해야 했다. 

출처: Photo by i yunmai on Unsplash

바디 프로필을 찍어보신적이 있으시다고요?


거기서 우연히 한 트레이너님을 만나게 되었다. 여러 운동 방법을 알려주시면서 자연스럽게 몇 마디 주고받았는데, 내가 기계적으로 운동하고 있고 운동 강도가 그리 세지 않아서 좀 더 강하게 속도를 내면서 하라고 응원해주셨다. 


거기까지만 이야기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PT 받아서 바디프로필을 찍어볼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바디 프로필을 이미 촬영해봤다고 하니 의아해하며, "바디프로필을 정말 찍어보신 적이 있으시다고요? 엄청 오래전에 찍었나 봐요."라고 했다. 


두 달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고, 몸무게는 그때와 차이가 거의 없었지만 아무래도 바디프로필 촬영 당시에도 무리하게 빼고 싶지도 않고 또 그럴 수 없다는 마음에 최선만 다하자고 생각했었다고, 그래서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처럼 완벽한 몸으로 바디프로필을 찍은 건 아니었다고 했다. 


회원님, PT 받으면 분명히 53kg까지 뺄 수 있어요


그런 내게 트레이너님은 만날 때마다 PT 받으면 원하는 몸무게까지 금새 달성할 수 있다며 올해 또 바디프로필을 찍자고 하셨다. 분명 PT를 20회 정도 받으면 53kg까지 뺄 수 있다고 하시면서, 비용은 부담되겠지만 일정 강도 이상의 운동을 하기 위해선 코칭을 받는 게 지금 내 상황에선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해주셨다. 

출처: Photo by Total Shape on Unsplash

이제는 살 빼지 말고 그냥 나답게 살래요


트레이너님이 내게 단순히 영업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그저 바디프로필이 끝난 이후 쉬엄쉬엄 운동하는 나를 보면서 강도를 좀 더 높이면 다시 몸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아쉬워서 하는 소리라고 생각하며 나를 위한 조언이니 새겨듣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트레이너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저는 그냥 이대로 살래요. 살 빼지 말고 건강하게 운동하고 먹고 싶어요

소박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극적인 유튜브 영상 속 제목들처럼 바디프로필 촬영 자체가 후회되거나, 다이어트를 괜히 했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바디프로필 촬영 이후, 굳이 일반인인 내가 이렇게까지 체중과 식단에 집중하며 일상생활이 다 중단될 만큼 예민하게 외모를 관리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디프로필이 끝나고 나서는 절대로 무리한 식단 관리, 체중 감량을 위해서 운동에 매진하는 삶으로는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 다짐했다. 


그 대신에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며, 나를 위해서 건강하고 맛있는 식단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체중만 관리하기로 했다. 소박한 것처럼 보이지만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으로서는 지키기 어려운 목표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출처: Photo by Pawel Czerwinski on Unsplash

끝마치며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 어쩌면 이제는 체중처럼 보이는 것을 다듬어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내면과 같이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잘 관리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힘을 얻는 것이 내게 필요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외동딸로 사는 건 어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