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수돌 Dec 08. 2020

외동딸로 사는 건 어때?

외동딸을 키우시는 이 땅의 부모님들에게 바칩니다.

무남독녀 외동딸입니다


회사 입사 후 개인사 관련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형제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였다. 그런 질문에는 으레 기다렸다는 듯이 "네, 저는 무남독녀 외동딸입니다."라고 대답하곤 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남들 앞에서 나를 소개할 때마다 붙이는 '무남독녀'라는 수식어를 붙이셨는데, 그때마다 특별한 존재가 된 듯하여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었던지라 나 또한 습관처럼 무남독녀라는 단어를 사용하곤 했다. 


요즘엔 성별 관계없이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는 것이 대세라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외동딸이나 외동아들은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자녀 유형이 아니었다. 게다가 우리 부모님이 나를 마흔에 어렵게 낳으셨다 보니 간혹 부모님과 상당한 나이차를 가지고 있는 나를 보며 늦둥이냐고 묻곤 했다. 다행히도 아버지를 쏙 빼닮아 업둥이 아니냐는 말을 듣진 않았지만. 그런 물음 앞에서 혹시 내게 숨겨진 언니나 오빠가 있는 건 아닐까, 그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내 자리를 뺏는 것은 아닐까 악몽을 꾼 적도 있었다.


외동의 특징


어찌 되었든 어릴 때부터 무남독녀 외동딸로 부모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서인지 마음이 모나지 않은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다. 풍족한 가정은 아니었지만 외동딸이었던 내게 부모님은 정말 뭐든 해주셨고 그 덕에 부족함 없이 클 수 있었던 것 같아 늘 감사한 마음이 크다. 다행인 건 부모님이 아무리 나이 차이가 있어도 친구같이 대해주신 덕분에 혼자 자라면서도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었다. 


"나는 다른 외동들이랑은 달라"를 외치면서 적극적으로 친구들을 만들고, 성격 좋은 척했지만, 외동 특유의 그 무언가를 나는 끝끝내 버리지 못했다. 외동들의 대표적인 특징인 자기 자신만 알고, 욕심이 있으며, 여럿이서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 이것이 내가 버리지 못한 그 무언가였다. 


오히려 크고 나서 이런 외동의 성격이 더 강해진 것 같다. 다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적절히 나 자신을 숨길 수가 있어 대부분 나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내가 외동인지 한 번에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만하면 사회화에 성공했구나 뿌듯함마저 든다.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1y3OYObWiS8 

외동딸로 사는 건 어때?


요즘엔 주위만 둘러봐도 아이는 하나만 낳거나 혹은 안 낳는 젊은 부부들이 많다. 그런 부부들은 가끔 내게 '외동으로서의 삶'이 어떤지 본인들의 자녀를 떠올리며 걱정 어린 눈빛으로 질문을 한다. 그런 그들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외동으로 자란다고 해서 특별히 힘들거나 외로운 것은 없었다고, 오히려 자녀들이 많아 일일이 관심과 사랑을 줄 수 없는 가정에 있었다면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하고 말이다. 


외동딸의 특징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자기 자신만 안다고 해도 자기 자신을 위할 줄 모르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또 사회화 덕분에 어른이 되어가면서 자연스레 주위 사람들을 챙길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니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외동에게는 어릴 때부터 모두가 다 내 것이었던 삶이었으니 욕심 많은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대신에 그 욕심이 잘못된 욕심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교육의 역할인 듯싶다. 남의 것을 뺐는 건 욕심이 아니라 잘못된 행동이라는 사실만 정확히 인지 시킨다면 그 욕심이 학업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기지 않을까. 게다가 요즘 같이 충분히 혼자만의 삶을 즐겨도 어느 하나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사회라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더 좋은 것이 아닐까. 


그러니깐 자녀가 하나뿐이라, 혹시라도 아이가 외로워하거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부모가 없었으면 좋겠다. 형제자매가 있으면 외로움은 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의 사랑을 형제자매가 대체할 수는 없다. 외동이든 외동이 아니든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만 있다면 그 아이가 형제자매가 있든 없든 그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 터. 걱정할 시간에 아이를 한 번이라도 더 안아줄 수 있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는 내게 집안일하지 말라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