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읽는 코로나 바이러스 투병기
3월 4일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는 254,327명이었다. 불과 몇 달 전 몇천 명 수준이었던 확진자의 숫자가 100배 이상 증가했다. 이렇게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와중에도 일부는 자신들이 슈퍼 면역 자라도 된 듯이 행동하고 있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코로나 양성 환자가 되었다.
몇 주 전부터 주변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하나둘씩 듣고 있던 중이었다. 처음에는 같은 직장에서의 상사가, 그다음에는 SNS로만 알고 지내던 친구가, 일주일 전 점심을 먹기 위해 만난 후배가 그렇게 하나둘씩 코로나에 확진되어 사회로부터 격리당한 채 고생한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주변에 없으면 친구가 없는 거래'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주변에서 코로나 확진되는 건 어느 순간 흔한 일이 되었다. 처음 코로나에 느꼈던 두려움은 사라지고 걸리면 걸릴 테라지 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은 일상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렇게 친구들의 코로나 확진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확진되었다.
어떤 이유로 내가 코로나에 걸리게 되었는지 정확한 원인을 밝힐 수는 없었고 추론만이 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주말에 함께 식사한 지인이 나를 만나기 며칠 전 만난 후배가 코로나에 걸렸고, 주위에 동료들이 코로나에 확진되었으며 또 아버지 직장 동료가 양성 판정을 받는 등 동시다발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원인불명의 두드러기로 난생처음 응급실을 방문했으나 그때까지만 해도 새로 바꾼 생리통 약의 성분이 이부프로펜이라 이에 대한 부작용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오미클론의 전초 증상이었음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어느 순간 목이 칼칼한 인후통이 시작되더니 마른기침이 나왔다.
집에 있던 자가진단키트로 아무리 검사를 해봤자 계속해서 음성이 나왔다. 증상이 있음에도 음성이 나오는 것이 의심스러워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했지만 거기서도 음성이 나왔다. 검사 결과가 잘못된 게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에 다음날 회사 출근 일정도 변경해서 신속항원검사를 다시 받아보니 이제야 양성이 나왔다. 아마도 잠복기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그 즉시 PCR 검사를 했고 회사에 통보했으며 그다음 날 문자 누락으로 오후가 돼서야 양성 판정을 받게 되었다.
코로나 양성 판정 전과 후의 일상은 차원이 달랐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더라면 절대 몰랐을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보려고 한다.
혹시 1차~3차까지의 접종을 한 번이라도 미뤘거나 아니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더라면 꼭 맞기를 바란다. 백신 접종에 대한 부작용 소식을 많이 듣다 보니 1차 접종 때 코로나보다 백신 접종이 더 무서웠다. 그러나 코로나에 걸려 고생을 하는 지금에서야 백신 접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코로나가 특히 증상에 대한 환자별 편차가 심하지만, 2차보다 3차 접종까지 완료한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덜 아팠다. 내 주변만 보더라도 3차 접종까지 마친 지인들은 코로나에 확진되더라도 몸살 내지는 인후통 정도로 끝났지만, 2차 접종까지만 맞은 지인들은 후각, 미각을 잠시 잃기도 하고 심한 몸살 내지는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아팠다고 했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보니 흔히들 코로나를 '감기보다 더 약하다던데 유난 떠는 거 아니야?'라고 하거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걸린다는 데 그냥 걸리고 말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점을 꼭 알아두면 좋은 게 코로나에 걸리면 진짜 정말 많이 아프다. 어느 정도 아프냐면 내 경우엔 증상이 인후통과 미열, 마른기침, 두통, 두드러기가 있는데 인후통의 경우엔 칼로 편도를 난자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침을 삼킬 때마다 난자당한 편도 사이로 물이 흐르는 것 같아 매 순간 쓰라림을 느껴야 했다. 마른기침의 경우에도 쉴 새 없이 해대는 탓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또한, 두드러기의 경우엔 처음엔 얼굴 주위에만 나다가 나중엔 몸 전체에 났는데 얼굴이 너무 부어서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이처럼 코로나에 걸리면 정말 아프다. 아무리 백신 접종을 한 들 절대 가벼운 감기처럼 지나가지 않는다. 그러니 제발 코로나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길 바란다. (하지만 조심만 한다고 해서는 사실 답이 될 수 없다. 조심해도 운이 나쁘면 나처럼 걸릴 수도 있다.)
가족이라는 동거인이 있는 경우엔 코로나 확진자에겐 고통이 배가 된다. 일단 확진되었다는 사실에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느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확진자를 위해 식기는 전부 소독해야 하고 따로 밥을 차려야 하며 접촉하지 않은 상태에서 식사를 전달해야 하는 등 가족들 중에서도 어머니가 가장 바빠진다.
게다가 내 경우엔 아버지가 골프장에서 일하시는 탓에 나 때문에 나이 어린 상관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출근하지 못하는 점에 대한 사과를 해야 했었다. 방문 너머로 들려오는 아버지의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에 자식으로서 그보다 더 죄송한 마음이 컸다. 코로나에 걸릴까 봐 친구들도 만나지 않은 채 집에서만 있느라 우울증에 걸리기 일보 직전이었던 어머니는 아마도 나를 호적에서 파내고 싶지 않으셨을까.
코로나에 확진되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내 경우엔 PCR 검사 전 집 앞 소아과에서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이때 나 혼자만 양성 판정을 받았고 당일에 부모님과 지역 보건소로 가 PCR 검사를 받았다. 이후 양성 판정을 받고 나서 인후통과 기침 때문에 병원 원장 선생님과 통화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증상을 말씀드렸고 차도가 없어 계속해서 더 잘 듣는 약으로 처방해주셨다. 비대면 진료가 끝나면 처방전을 1층 약국으로 전달하여 대리인을 통해 약을 수령하기만 하면 되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은 공짜였는데 비대면 진료 시 진료비와 처방약은 국비지원이기 때문이었다. 세금 낸 지 N년차 만에 세금 낸 보람이 조금은 있구나 싶었다.
현재 코로나 확진자 수의 급격한 증가로 현재 정부의 업무는 마비 수준이라 생각했었는 데 실상은 더 심각하다. 내 경우엔 PCR 검사 이후 부모님은 음성 판정을 빠르게 받았지만 나는 오후 6시가 다 되도록 양성 안내 문자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선별 진료소에 전화해 양성 판정인지 결과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계속 통화 중이라 전화 연결이 어려웠다. 차선책으로 보건소에 전화해봤지만 담당 업무가 아니라는 이야기와 함께 선별 진료소와 통화하라는 이야기만 들어야 했다. 그 와중에 양성인 점은 확인했지만 문자 누락에 따른 안내 문자 재발송은 어렵다고 했다.
그렇게 저녁이 다되어서야 양성 안내 문자를 받았고 그다음 날 역학조사 안내 문자를 받았지만 이 또한 링크가 열리지 않아 설문조사에 응하지 못했다. 결국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공무원과 직접 통화하여 설문조사에 대한 답변을 구두로 전달하였는데, 예전 같았으면 이동 경로를 확인했겠지만 이제는 부모님의 접종 유무나 연락처, 내 접종 여부 정도만 묻고는 끝낸다. 그러니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코로나 확진자를 관리하거나 감시하기엔 무리이지 않을까. 하루빨리 코로나가 끝나 모든 것이 정상화되길 바랄 뿐이다.
하루에 이십만 명씩 확진 판정을 받는다고 계산하면 오천만 명의 국민들이 코로나에 확진되려면 약 250일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제는 너무나 많이 발생되고 있기 때문에 격리시설에 들어가거나 건물을 집단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코로나 확진자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럴 때일수록 예방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마지막까지 코로나에 확진되지 않도록 사람들을 만나지 말고, 돌아다니지 말고, 위생을 철저히 하는 등 노력을 하기를 바란다.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그 순간부터 평범한 일상은 무너지고야 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