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위로가 될 수 있기를

잠들기 전 쓰는 마음이 담긴 이야기 #1

by 남수돌

가끔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소리 소문 없이 찾아와서 마음을 어지럽힌다.


나의 힘듦을 친구에게 고스란히 이야기하고 나면 나아질까

나의 고민을 남자 친구에게 한없이 쏟아내고 나면 가벼워질까

나의 괴로움을 부모님에게 털어놓고 나면 시원해질까


위 모든 질문에 한 때는 'No, No, No'를 외친 적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는 받을 수 있지만, 거기까지.

위로는 단지 위로에 지나지 않는다고, 위로의 소중함을 간과하고 살았었다.


가끔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받는 대신, 인생에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린다.


중학교 1학년,

나의 감정은 그때 잠시 죽었었다. 한때 친했던 친구들이 등을 돌렸을 때, 나는 내 안의 절망과 마주할 수 있었다. 소풍, 수학여행, 현장학습...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만이 가득했어야 할 순간들 속에서 나는 후회와 고통만을 남길 수 있었다.


당시 나는 누가 톡- 하고 어깨를 건드리기만 해도, 눈에서 눈물이 와르르 떨어질 만큼 감정이 심하게 다쳐있었다. 그런 나를 위로해준 건, 글쓰기였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잠시 숨을 쉴 수 있었고, 나쁜 기억들을 잠깐 잊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철저하게 스스로를 위로하는 법을 배워나갔다.


그러다가 억눌렸던 게 터졌다.

그날은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쁜 날이었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내가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그 실수를 만회하고자 야근을 해야 했던 어느 날.


집에 들어오면서 몸은 녹초요, 마음은 상처로 얼룩져있었다.

위로받고 싶은 하루였지만, 누군가의 하루도 나만큼 힘들었을 텐데 하며 침대에 누웠다.

그때 똑똑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늘 많이 힘들었니?


힘들었다는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날 감수성이 유난히 풍부해져 흘린 눈물일 수도 있다.

아니면 엄마의 그 따스한 목소리가 마음이 따뜻해져 흘린 눈물일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그 한마디에 나는 위로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위로에는 많은 글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오랜만에 엄마 앞에서 펑펑 울었던 것 같다.

이렇게 우는 나를 걱정하시며, 속상해하지 않으실까 걱정하지 않고 그냥 내 감정이 시키는 대로 울기만 했다.

다 울고 나니, 체한 것처럼 명치끝에 탁 막혀있던 그날의 우울함이 빠르게 소화되어 내려가버렸다.

말 한마디가 그렇게 위로가 되었다.


그 뒤로 위로가 필요하다며 친구들이 연락할 때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듣는다.

듣고 나서 많은 말을 하지도, 해결책을 제시해주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듣고,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담담하게 위로를 건넨다.


사실 문제가 생긴다면, 괴로운 일이 일어난다면, 고민이 있다면 그것을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본인일 것이다.


나는 위로해주고, 위로를 통해 나의 힘듦 또한 털어버린다.

그렇기에 서로의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내일도 낼모레도 묵묵히 내 역할을 다 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