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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수돌 Mar 01. 2020

재택근무해보니 알 수 있는 것

뭐든 장단점은 있다.

코로나 19 이슈로, 지난 수요일부터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처음 임원회의에서 재택근무가 결정되었을 때만 해도, 아침 6시 30분 기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앞섰다. 당장 내일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하라는 회사 방침이 전달되고 난 후에야 노트북과 키보드를 챙기며 한동안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이전에도 재택근무를 한 적이 있었다.

작년에 회사에서 주 4일 근무라는 파격적인 기업문화 정책을 시행한 덕분에 남은 하루는 집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었다. 주 4일은 사무실로 출근하고, 나머지 하루는 출근 대신 자기 계발을 하거나 외부 미팅 등 자유롭게 재택근무하며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라는 것이 취지였다. 나는 집에서 일하는 대신, 구글 캠퍼스, 공유 오피스 등 평소 근무환경을 경험해보고 싶었던 곳들을 리스트업 하여 거기서 열리는 강연에 참석하거나 회사 노트북을 들고 가 밀린 업무들을 했었다. 창의적이고 수평적인 공간에 있기만 해도 업무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음을 그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만만하게 봤었나 보다.

재택근무 시행 첫날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었다. 코로나 19가 무서워 마스크로 꽁꽁 무장한 채 왕복 2시간을 길 위에서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요.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생각보다 일처리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나서, 재택근무에는 마치 야누스의 얼굴처럼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보니 알 수 있었던 재택근무의 장점과 단점


[장점]

1. 출퇴근 시간이 줄어든 만큼, 삶의 질이 올라간다.

재택근무 시행 전에는 매일 6시 30분에 일어나 1시간 만에 출근 준비를 마치고 8시 50분까지 사무실에 도착하곤 했었다. 매일 30분~1시간 정도 늦게 끝나다 보니 퇴근 시간이 겹쳐 만원인 지하철에 끼여 타는 신세가 되어야 했었다. 이 모든 것들이 재택근무를 통해 자연스레 사라지면서 그만큼 짜증이 줄었고 한결 여유로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개인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생활패턴이 달라져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몸이 가뿐해진 것 같다.


2.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현업에서 사용하는 사내 프로그램들이 외부 인터넷 망에선 열리지 않아 루틴한 업무들을 집에서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는 한시적으로 외부 망에서 해당 프로그램들이 열릴 수 있도록 IT부서에서 작업해준 덕분에, 사무실과 똑같은 업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사무실을 벗어났기 때문에 불필요한 잡담이나 업무 외적인 것들에 대해 신경 쓸 일들이 없어져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음을 저절로 깨닫게 되었다.


[단점]

1. 일과 개인의 삶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집과 일터의 구분이 없어지면서 퇴근 시간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E-HR에 야근할 때마다 초과 근무 시간을 기재했었지만,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나니 야근 시간을 적기도 애매하다. 일을 하다가도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내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털어버리곤 했는데 집=사무실이 되다 보니 계속 붙들고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일만 하고 있는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 일과 개인의 삶의 경계가 모호해져서 마치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아닌, 집에서 잔업하는 것 같아 일을 마쳐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2. 소통이 더 어려워졌다.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프로모션을 준비하거나 민원을 처리할 때, 동료들의 의견을 자주 물어보는 편이었었다. 그런데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사라졌고, 사내 메신저로 소통하기 때문에 텍스트로 전달될 수 없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머리를 맞대면 병맛 같은 아이디어일지라도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지만, 사내 메신저로 회의를 하다 보니 의견이 원활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택근무하며 깨달은 점

1. 프리랜서는 누구보다 힘든 직업이다. 어떻게 침대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2.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 처음엔 불편했지만, 나중에는 작은 노트북 화면으로도 일하는 것이 어렵지 않더라.

3. 집에 먹을게 널려있다 보니, 먹고 또 먹는다. 일하는 내내 먹는다. 재택근무의 다른 말은 체중 증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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