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소비방법을 찾는 여정 START
무언가를 소비할 때, 희열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아주 자주, 여러 번 그 감정을 경험해봤다. 바로 백화점이나 아웃렛에서 사고 싶었으나 가격 때문에 망설였던 물건을 집에 돌아와 인터넷 최저가로 구매했을 때다. 분명 소비했지만 적게는 2~3만 원, 많게는 10만 원 이상 아낄 수 있었다는 것이 소비 활동으로 인한 죄책감을 약간 덜어주는 작용을 했다. 어차피 살 거면 싸게 사는 것이 이득이라 생각했었다.
이렇게 나름 슬기로운 소비생활을 해왔다 자부했지만 난제가 있었다.
바로 해외 브랜드 제품이 최대 복병이었다. 국내 브랜드 제품과 다르게, 특히 의류나 신발, 가방 등의 제품은 인터넷 최저가로 구매할 경우 가품일 확률이 거의 100000000%라는 게 문제였다. 작년 이맘때쯤 몇 날 며칠을 고민해 장만했던 해외 브랜드 가방이, 상품을 받고 나서 보니 가죽의 주름이 진 것부터 아웃렛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더스트 백이 온 것 자체가 이상했었다.
가방이 가품일 것 같다는 증거물은 너무나도 많았었다.
그럼에도 애써 아닐 거야라며 자기 암시를 넘어선 최면을 걸어두고 한창 잘 매고 다녔다. 문득 한 달이 지나서, 네이버 페이 포인트를 받을 겸 판매 스토어를 기웃거려보니, 참 어이없게도 쇼핑몰 운영아 중단된 상태였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해당 쇼핑몰이 가품을 팔고 있던 게 걸려, 운영 중단된 것 같았다. 어찌 되었든 이때부터 해외 브랜드 제품은 무조건 백화점이나 아웃렛에서 사야지 정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물건을 사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버렸다.
최근 폴로 니트를 구매하고 싶어 백화점에 들린 적이 있는데, 가격택에 적힌 18만 원이라는 숫자가 굉장히 낯설어 조용히 옷을 내려놓고 서둘러 매장을 빠져나온 경험이 있다. 물론 월급 받고 살면서 그리 큰돈이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혹은 요즘 폭락하여 휴짓조각이 된 내 주식을 생각하면) 분명 옷에 그것도 니트에 쓰기에는 아까웠다.
그래서 난생처음 직구에 도전해봤다.
폴로 니트는 인터넷 최저가는 대부분 가품일 확률이 높았고, 네이버 해외직구 카테고리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원하는 사이즈가 대부분 품절이었기 때문에 직접 사보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게다가 요즘 직구 정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들이 많아 어려운 일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직구의 세계에 발을 들여 물건을 구매하게 된 과정은 다음과 같다.
01. 구매하고 싶은 제품의 브랜드 온라인 스토어 방문
나는 우선 백화점에서 18만 원을 지출할 수 없기에 포기했던 니트를 사고 싶어, 폴로 랄프로렌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 접속했다. 이때 중요한 건 똑똑한 컴퓨터가 우리의 위치를 파악하고, 한국 공식 온라인 스토어(.kr)에 자동으로 접속되는 것을 막은 다음, 미국 페이지(.com)에 접속할 때까지 새로고침을 눌러주는 것이다.
02. 접속 후 내가 사고 싶었던 니트를 열심히 찾았다.
당시 내가 백화점에서 사고 싶었던 제품인 폴로 오렌지색 케이블 니트. 현재 미국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선 $98.50에 판매하고 있다. 오늘 환율로 계산했을 때 약 12만 원 정도가 나온다. 여기까지만 해도 18만 원에서 대략 6만 원을 아낄 수가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폴로 회원가입을 해두면 세일 소식이나 할인쿠폰을 발송해줄 때가 있는데, 나는 당시 계정 생성 후 하루 뒤에 세일이 시작해서 30% 저렴한 $68.95에 구매할 수 있었다.
03. 장바구니에 넣은 다음 나는 바로 배대지를 찾아봤다.
사실 찾는 게 귀찮아서, 직구 알못인 사람이라도 들어봤을 법한 큰 업체 위주로 2~3군데만 확인해 그중에서 배송비는 조금 비싸지만, 앱도 있고 무엇보다 가장 믿음직스러웠던 [몰테일]을 선택했다.
04. 구입 후 바로 몰테일에 배송신청을 진행했다.
200불까지는 관부가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의류, 신발 등에 한해/ 그 외 품목 150불), 배송비가 아까우니 한국에서 하나 살 돈으로 여러 개를 직구로 구매하자는 마음에, 당시 세일하던 다른 상품까지 골라 담았다.
(이러면서 직구족은 결국 돈을 많이 쓰게 되나 보다.)
니트와 카디건을 추가로 장바구니에 담아 구매를 진행했을 때, 한국에서 사는 니트 하나 값보다 더 저렴한 126불이 최종 금액으로 계산되어 기쁨이 커졌다.
구매 단계에서 배송지는 몰테일 계정으로 생성된 여러 주소 중 뉴저지 주소를 기입하였다. 미국은 부가가치세가 물건에 붙어있지 않고 주마다 판매세율이 다른데, 뉴저지의 경우 의류제품에 대한 세일즈 텍스가 면세이기 때문이었다. 최종 결제까지 마치자마자 나는 몰테일 앱에 접속했다.
05. 결제 완료 후 몰테일 앱에 들어가 바로 배송신청서를 작성했다.
배송신청서를 작성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노트북에서 폴로 구매내역 화면 띄워놓고 순서대로 내용을 기재한 후 배송비를 결제했다. 당시 앱 가입 기념 쿠폰을 발급받아, 10% 할인되어 배송비로는 약 1만 5천 원 정도가 나왔다.
06. 이제 남은 건 상품 배송만 기다리는 일뿐
여기까지 진행을 완료했으면 남은 건 기다리는 일밖에 없다. 내가 주문한 건 9일 정도가 걸렸으며, 코로나 19로 인해 택배 물량이 증가한 것을 반영해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은 듯했다. 옷을 받자마자 입어보며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정도의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경험해보니 알겠는, 구매 TIP
미국 브랜드는 세일을 정말 자주 한다. 일부 상품은 관부가세, 배송비가 포함되면 한국에서 구매할 때보다 더 비싼 가격에 살 수도 있다. 그러니 세일을 꼭 노려야 한다. 내가 살 때도 니트류에 대해 세일을 했었는데, 세일 기간이 끝나고 얼마 후에 바로 PK셔츠 등 지난여름 옷 세일을 했다.
미국은 주마다 판매세율 부과 품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구매하려는 물건에 따라 배송대행지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미국 등 현지 국가 내에서 무료배송이 아닌 경우가 있다. 이럴 땐 네이버에 검색만 해봐도 무료배송 코드를 친절하게 공유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나도 폴로 무료배송 코드를 써서 미국 내 배송비 약 7불 정도를 아낄 수 있었다.
마무리하며.
예전에 돈이 없는 학생일 땐 무조건 싼 게 최고라 생각했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저렴한 물건을 여러 개 사는 것보다 값이 나가도 좋은 물건을 한두 개 사두는 게 더 좋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다. 옷이든 무엇이든 결국 그 값어치를 하는 것들이 있고, 그것을 잘 찾아내는 것이 그 사람의 안목이라 생각한다. 이렇듯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의 나는 안목을 기르고 현명하게 소비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자 그러면 앞으로도 끊임없이 하게 되리라 생각한 나의 첫 직구 경험기는 여기서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