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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떠 온 꽃 주머니

인문학 원예 수업

by 숲배달원 Mar 05. 2025



봄 산을 떠 온 듯

눈 내리는 3월이지만

곧 내릴 꽃눈이 기다려져요.


산은 새싹을 보여주려고

땅 속에도 가지 끝에서도

종일 분주해 보이고요.


이맘때쯤 산책을 하면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나무가 있죠?

제겐 산수유나무인데요.

노란 꽃이 몽글몽글 피어나

겨울 풍경을 따스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곤 해요.


회갈색 산을 봄 꽃 색으로 칠하는

파스텔 색 산을 상상했어요.

이 산을 떠 온 듯한 꽃꽂이는 어떨까요?





산에는 꽃이 피네 - 인문학 원예 수업

"김소월 시인의 산유화

모두 좋아하실 것 같아요.

같이 읽어볼까요?"


하늘님, 분홍님, 노랑님, 보라님

왼쪽부터 차례대로 한 문단씩 읽었어요.


산에 피는 꽃을 '저만치'라는 단어로

멀리 두는 표현의 해석에 공감이 되어

함께 나누기도 했어요.


"어떤 대상과, 누군가와 아주 가까이 있으면

객관적 시각을 갖기 어려워지는데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으면

상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


하늘님이 고개를 끄덕여주셨어요.


좋은 단어, 글귀에는

좋은 영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색해하실 수도 있지만 제안드렸는데

곧 적응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단어의 힘, 유익을 함께 누렸어요.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아침 꽃시장

평일 오전 7시쯤 꽃시장에 도착했어요.

분위기는 한산한데 싱싱한 꽃으로 풍성하더라고요.

계절은 계절인지 노란 꽃이 많이 보였어요.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 냈던

노란색 프리지아도 5단에 8,000원!

하나밖에 안 샀는데

사장님께서 꽃을 다 묶어주셔서

아침부터 감동 에너지도 듬뿍 받았어요.


 



병원 꽃수업 준비

병원에 와서 샘플을 만들어 두고

카페 사장님과 이야기 나누니

금방 수업 시간이 됐어요.


1월부터 뵌 분들과

그새 정이 들어인지 뵐 때마다 반가움이 느껴져요.

함께 식물을 다루며

힐링을 나누는 식물 친구가 된 것 같아요.





감각 자극-시각, 후각, 촉각, 청각

"장미같이 생긴 꽃은 뭐예요?"


"라넌 큘러스예요!"


"분홍이랑 흰색은 많이 봤는데

노란색도 있네요."


연노랑 라넌 큘러스,

형광노랑 버터블라이 라넌

진노랑 프리지아,

흰색 스토크, 노랑 소국, 진초록 편백


조금씩 다른 노란색 꽃들로

꽃꽂이를 했어요.

밝은 색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셨으면 했어요.





"오늘 식물에는 장미가 없어서

괜찮으시다면 맨손으로 꽃 잎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하늘님, 보라님께서

지난 수업에서도 편백 향을 좋아하셨어요.

편백 향은 스트레스 물질 코르티솔의 수치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어요.


"편백 향이 참 좋아요~"

"그렇죠?"


"프리지아도 향 엄청 좋네요!"

"그렇죠? 향수 향 같기도 하고요!"


"어제 지하철 꽃가게에서

프리지아 꽃이 펼쳐있는 걸 봤어요.

지금 철인가 봐요~"

"네 :) 꽃시장도 프리지아로 가득해요!"





꽃의 영향력

"전에는 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이곳에서 꽃꽂이를 하니

꽃이 좋아졌어요."


분홍님이 말씀을 들으니

원예치료의 독특성이 떠올랐어요.

자연에서 온 우리는

자연에 대한 본능적 그리움을 가지고 있어

녹색을 가까이할 때

편안함을 느낀다고 해요.


전부터 식물을 좋아하셨던

하늘님, 보라님, 노랑님께서

식물이 주는 기쁨에

환영하는 듯 공감을 표해주셨어요.


"이대로 두고 보시다가

꽃병꽂이로 만드셔도 돼요 :)"






수풀 느낌으로 꽃꽂이를 완성하신

보라님께선 주로 선물을 하신다고 해요.

만드실 땐 자유로움, 창조적 활동, 성취감을

선물하시면서 보람과 뿌듯함도 느끼고 계셨어요.


"꽃이 있는 공간과 없는 공간의 차이가 크죠?"


우리는 공간에 대해서도 공감했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담소를 나누고

수업을 마무리했어요.


식물을 다루며 이야기 나누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리 몸 안에서 분주히 움직일

치유의 효과를 기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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