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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좋아하세요?

절기 원예 수업, 우수에 심는 수선화

by 숲배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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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에 맞춰 수선화를 심어요.

24 절기에 맞춘 원예 수업은 어떨까?

작년 전시 준비를 위해 갔었던 국립 생태원에서

<절기 따라 만나는 생태 이야기> 책을 발견했다.


’언젠가 절기에 맞춘 원예 수업을 해봐야지!’


언 땅이 녹고 봄 맞이 준비를 하는 '우수'가 왔다.

지구가 태양의 330도에 위치할 때이고

올해는 2월 12일이다.


우수에는 한 해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땅을 태워 해충을 없애고

토양을 기름지게 한다.

몇 년 전부턴 이를 제한하고 있지만..

해충을 막아주는 미세 동물까지 태워지고

산불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24절기 중 우수를 소개하고

겨울의 끝, 초봄에 만나는

정원 꽃을 심기로 했다.






향이 진한 수선화

“작은 수선화의 향기 맡아보셨나요?”


지난주 동기 원예 선생님을 따라

꽃꽃이 원데이 클래스를 다녀왔다.

서촌에 있는 반지하 공방이었는데

창가로 햇빛이 온종일 환하게 들어오는 곳이었다.

그 앞엔 꽃과 소재들이 나란히 물병에 꽂혀 있었다.

작은 봄 정원을 보는 것 같았다.


공방 창문 밖에는
가끔씩 까망이라는 고양이가

창밖을 서성이며 배고프다고 했다.

그러면 선생님은

고양이에게 물과 먹을거리를 주셨다.



IMG_7632.JPG 까망이와 수업 재료 꽃들. 봄의 정원같다.



세 시간 정도 머물렀을까.

선생님께 완성작을 보여드렸다.


“여기에 수선화나 스위트피를

더해보는 건 어떨까요?”


진열된 꽃 사이로 별모양의 반짝이는

수선화가 보였다.


‘이렇게 작은 수선화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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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660.jpeg 수선화가 실제로는 더 작다.



작품을 들고 오는 동안에도

집에 돌아와 방에 두었을 때도

플라워 공방의 향기가 은은하게 풍겼다.

그곳에서 힐링했던 기억이 떠올라

향기가 날아가지 않기를 바랐다.


풀잎, 대나무, 다채로운 색의 꽃 향기가 섞인

공방의 향인 줄 알았던 건 알고보니

작은 수선화의 향이었다.

꽃 한 송이에서 복합적인 향이 진하게 풍겼다.






봄에 보는 구근 식물

이른 봄엔 어떤 꽃을 볼 수 있을까?

추위가 가시지 않던 날,

서울숲을 산책할 땐

땅속에 심긴 구근 식물의 초록잎을 보며

어떤 꽃이 필까 궁금해 했었다.


그리고 얼마 후면 연못가엔 수선화가 피었고

튤립 동산이 된 산책로를 걸을 수 있었다.


가을에 심어 봄에 꽃을 피우는 추식 구근 식물에는

어르신들과 자주 심었던 히야신스,

꽃 잔처럼 생긴 크로커스,

아침 꽃시장에서 본 보라색 아이리스,

붓꽃도 있다.



숲배달원튤립동산.jpeg 서울숲 튤립 산책길
숲배달원수선화.jpeg 연못 앞 수선화. 해를 따라 고개를 돌린다.



수선화 심기 재료 준비

‘연둣빛 봄 정원에 핀

수선화의 모습이었으면 좋겠어.’


정원을 떠 온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수선화를 모스볼로 만든 레퍼런스가 눈에 띄었다.

예산에 맞추려면 이끼 사용은 어려워

자연스러운 질감의 진녹색 리넨으로 대체했다.

화분은 초록색 천으로 감싸고

마사토 위는 스칸디아모스로 덮으니

상상했던 이미지와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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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분갈이 주의사항

수선화를 화분에 옮겨 심을 땐

최대한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한다.


구근식물 수선화는 통풍이 중요해서

가벼운 슬릿 화분에 심기로 했다.

대립 난석을 채워 바람이 잘 통하게 하고

배양토에도 펄라이트를 30% 섞기로 했다.


포트에서 꺼낸 그대로

큰 화분에 두고 빈 공간을 흙으로 채운다.

심는 높이는 포트에 있는 그대로

알뿌리가 조금 올라오도록 한다.

마사토도 뿌리를 덮지 않고

여유를 두고 가볍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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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구근 보관하는 방법

4월까지 꽃이 피는 수선화는 5월에 꽃이 떨어진다.

그리고 잎은 광합성을 해서

구근에 영양분을 쌓아둔다.


6월이면 잎도 노란색으로 변하고

7월이면 뜨거운 햇빛에 완전히 마른다.


이때 구근을 땅 속에 두기도 하지만

겨울에 영하 15도 이하가 되는 지역에선

얼 수 있어 꺼내 보관하기도 한다.


그럴 땐 포트에 흙을 덮어두거나

구근의 껍질을 벗기고 소독해서

신문지에 감싸 건조한 곳에 보관한다.

구근 소독은 베이킹 소다,

식초, 햇빛으로 할 수 있다.



나르키소스의 거울 연못

수선화의 이름은 Narcissus

연못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움에 반한 나르키소스는

결국 물에 빠져 죽었고

그 자리에 노란색 꽃 수선화가 피어

연못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수선화가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 토퍼로 화분을 장식하기로 했다.



나르키소스의 거울토퍼.JPG



가드닝은 쉬워요.

새해 초부터 어려운 방법으로

리스를 만들고

생소한 꽃꽂이와 난 심기 수업을 해서

대상자분들 께 수업이 부담스럽지 않았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에 익숙한 가드닝 수업을

편하게 느껴셨으면 했다.


우리는 숫자를 세며

화분에 대립 난석을 하나씩 담고

중립 난석으로 빈 공간을 채웠다.


배양토와 펄라이트도 나눠드렸다.


“배양토에 펄라이트를 5숟가락 넣고

비빔밥처럼 섞어주세요”


“쓱싹쓱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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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온님은 벌써 포트에서 수선화를 꺼내 담고

흙을 채우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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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님을 흙을 채우며 먼저 담았던 난석과

같이 섞으시는 바람에 통풍이 아주 잘되는

배양토로 만들어 버리시기도 했다.


은초님은 이날도 의자를 끌고 활동실로 들어와

수업이 끝날 때까지 있어 주셨다.

더 기쁘고 감사했던 건

은초님이 왜인지 수업 내내

예쁜 미소를 보여주셨는데

시선은 멍 하니 계신 것 같기도 하고

수업을 지켜봐 주시는 거 같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감사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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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간사님들의 탄성이 들렸다.

하람님이 숟가락으로 배양토를 떠서

화분에 담아주신 것이다.

작년에 하람님을 처음 뵈었을 땐

센터 한켠의 매트 위에서 벗어나지 않으셨었다.

담당 선생님께서 매트 위에 원예 재료를 가져가

하람님을 대신 만들어 드리기도 했었다.

어떤 날은 수업을 심하게 거부해

참여를 못시는 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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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맞는 수선화 봄 정원

봄 정원을 떠온 듯

초록색 수선화 구근 심기를 마쳤다.

수선화 꽃 옆에 거울 토퍼도 꽂아

수선화가 얼굴을 잘 볼 수 있도록 했다.




발달장애 센터에선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어떤 날은 당황스럽거나 놀랄 때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날엔

조금씩 성장하는

대상자분들의 모습을 보며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무엇 하나 단정 지으면 안 된다는 것,

생각지 못한 때와 방법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남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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