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발렌타인 데이 원예수업
“이렇게 쌓아두고 있으니
발렌타인데이 같아~”
“발렌타인 맞아~”
계산대 옆에서 초콜릿을 쌓아 두시던
슈퍼 직원 분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집 앞 스타벅스도 곰돌이 초콜릿 상자,
딸기 초콜릿 바, 새로 나온 발렌타인 시즌
분홍색 텀블러가 눈에 띈다.
크리스마스 이후로
사랑스러움이 맴도는
매장과 공간의 분위기가 좋은
발렌타인 데이 시즌이다.
이끼볼 수업 요청이 들어왔다.
‘병원에서 즐기는
우리들의 초록 발렌타인데이를
만들어봐야겠어 :)’
하트 아이비로 발렌타인데이
선물 만들기 수업을 준비했다.
하트 아이비
하트 모양 잎이 하나씩 피어
사랑을 내뿜는 귀여운 친구다.
발바닥 모양, 별모양, 화살모양 등
아이비는 전 세계
약 500여 종이 있다고 한다.
아시아, 유럽,
북아프리카에 분포되어 있다.
반그늘의 적당한 빛이 있고
과습만 주의하면
벌레도 생기지 않고
잘 자라는 강한 친구이다.
벽지, 페인트, 담배연기, 가구,
플라스틱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
포름알데히드 물질도 탁월하게 제거한다.
모스볼 = 고케다마 = 이끼다래
고케는 ‘이끼’, 다마는 ‘공’
이끼 공이다.
모스볼이라고도 불린다.
일본 정원 예술
식물 공예의 한 종류이다.
우리나라 말로 찾아보니
‘이끼다래’라는 예쁜 이름이 나왔다.
다래는 ‘공, 구’라는 뜻이다.
아이비, 스파티필름,
고사리 종류는 물론
히야신스와 같은 구근 식물도
모스볼로 만들 수 있다.
초록색 공기정화 식물도 좋아요.
여성분들이 많이 계신 병원이라
처음에는 꽃 수업을 요청하셨었다.
그런데 환자분들이 공기정화 식물도
병실에 두고 보시기 좋을 것 같았다.
센터 선생님께 이끼 액자 공예 수업을
제안드렸었고
이끼와 흙냄새를 경험한 대상자분들은
초록 식물 수업도 좋아해 주셨다.
이후 우리는 작은 테라리움을 만들었고
모스볼을 만들어 볼 차례가 왔다.
이끼볼, 이끼다래의
공기정화 효과 어느 정도 일까?
작은 아이비 한 개가 방출하는 산소량은
하루 약 5~10mg로 매우 적지만
미항공우주국 NASA의 연구에서
아이비는 24시간 안에
약 10제곱미터(3평 정도)의 공간에서
포름알데히드 10~20 마이크로그램을
흡수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완벽한 공기 정화를 위해선
아이비 이끼볼 1개 옆에
9~10개의 중소형 공기 정화 식물이
더 필요하다.
사랑 담은
아이비 이끼다래 만들기
나에게 혹은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에게 선물하는 식물 공예이다.
‘선물할 땐 간단한 쪽지가 빠질 수 없지 :)’
한지에 마음을 적어 전해던
옛 문화를 빌려왔다.
원예용 초록 철사를 펜치로 구부려
쪽지를 꽂을 수 있도록 하고
하얀 매듭 장식을 달아
전통 요소를 더했다.
연두색 한지를 작게 잘라
종이 접기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한지 쪽지를 장식했다.
하트아이비와 이끼 구하기
양재 화훼시장에서
아이비와 이끼를 구했다.
박스 안의 이끼는 마른 상태였지만
연두색 초록색이 선명했다.
물을 뿌려보니 이끼 향이 진하게 풍겼다.
초록 이끼들이 하나씩 살아났다.
“톡 톡“
이끼가 물을 먹으며 귀여운 소리를 내었다.
아이비는 무른 잎을 솎아내고
샤워기로 흠뻑 물을 주었다.
깨끗하게 세수한 아이비의 얼굴이 뽀얗게 빛났다.
세척해 둔 수태는 한 상자에 담아두었다.
수업 준비 재료 셋팅
센터에 도착해 수태를 물에 불린 후
꼭 짜서 용기에 담아드렸다.
(물을 머금고 가져가면 무겁다.)
이끼를 소분하고 식물과 유리 용기를 셋팅했다.
정돈된 테이블을 보고 있으면 뿌듯해진다.
수업 전 셋팅도 즐거움 중 하나이다.
수업은 네 분이 신청하셨었는데
한 분이 손님을 맞이하시느라 공석이 생겼다.
못 오신 분 재료로
참여한 분들께 시범을 보여 드리며
수업을 진행했다.
발달장애 수업은 물론
간혹 수업을 하다 보면
이런 상황이 종종 생긴다.
수업 중 틈틈이 만들어서
완성작을 가져가실 수 있도록 한다.
PPT 수업 소개
나사 NASA가 선정한 공기정화 식물
10위까지를 소개해 드렸다.
6평의 방에는
보통 크기의 화분 11개가 있어야
공기정화 효과가 확실하다는 걸 아시고
다들 놀라셨다.
리스트를 보시며 평소 알고 계셨던
스파티필름, 고사리,
야자수, 고무나무를 반가워하셨다.
이끼 다래 만들기
“수태를 빈대떡 모양으로 넓게 펼쳐주세요”
“조물조물 포트를 눌러 이끼를 빼주세요”
이제부터 시작이다.
모스볼 수업에서
제일 난이도 높은 파트는 실 감기이다.
발달장애 대상자분들과의 수업에선
수태가 자꾸만 흩어져서
당황해하신 분들이 많았다.
대상자에 따라 양손을
자유롭게 쓰실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해
수업을 보완해야 함을 배웠다.
고정이 되는 넬솔 흙으로
동그랗게 빚어 수태를 붙이는 방법,
얇은 면 주머니에 담아
고정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다행히 모두 동그랗게 잘 만들어 주셨다.
수태를 생각보다 좀 더 꼭꼭 눌러서 잡으면
원형이 잘 유지된다.
이때 빠르게 골고루 실을 감아야 한다.
초록색 이끼의 색감을 위해
모스볼을 투명한 낚싯줄로 감지만
환경을 고려해 부드러운 명주실을 사용했다.
하얀 실선이 보여도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친환경적인 재료가 더 좋아요 선생님”
“선생님 이거 플라스틱이에요?”
“유리예요 :) 깨질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수업의 내용과 결과물은 물론
재료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오늘 퇴원을 하는데
지난번에 만든 작은 테라리움이랑
이것도 같이 가져갈 거예요”
오늘 퇴원하시는 햇살님은
기차로 2시간 거리의 본가로 가시는 데
이끼 테라리움과 이끼볼을
택배로 보낼 수 없어
직접 들고 가신다고 하셨다.
커피 캐리어 하나씩 담으시며 말씀하셨다.
“이끼 수업은 이렇게 식물을 가져가서
오래 볼 수 있어서 좋아요”
다채로운 꽃 수업을
더 좋아하실 것 같았는데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른다는 걸 알았다.
“만들고 보니 강아지 같고 귀엽네요”
“오늘 물 줘도 되는 거예요?”
“네 물에 1~2분 담가 두시면
수태가 물을 흡수할 거예요.
그러면 꺼내서 용기에 올려두고
분무기 물 몇 번 뿌려주시면 돼요.”
못 오신 들꽃님의 모스볼에
실을 감기가 편하다 생각했는데..
안온님께서 실 잡아주고 계셨다.
그사이 햇살님이 토퍼에 매듭을 달아 주셨다.
도움의 손길 덕분에
모두 비슷한 속도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마음을 적을 한지 쪽지 토퍼를 만들었다.
연두색 한지 종이를 나눠 드리고
다 같이 하트 종이접기를 했다.
어렵지 않게 하트 모양이 완성되어
기뻐하셨다.
전화 통화를 마치고 오신 미소님의
속도가 늦어지게 되었지만
햇살님이 순서대로 가르쳐 주셨다.
원예 수업을 하면 센터나 병원,
수업마다의 분위기가 다른데
이곳은 서로 기다리고 도와주고
챙겨주시는 분위기이다.
병원 활동실에서
이분들과 원예 수업을 하고 있으면
편안함이 느껴진다.
우리는 직접 접은 하트를
쪽지에 붙여 이끼다래를 장식했다.
“매듭 장식이 있으니
고급스럽고 예뻐요”
동글동글 이끼다래를 모아 사진을 찍었다.
인사와 소망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오늘 퇴원하시는
햇살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저야말로 감사해요.
수업 재밌게 참여해 주셔서
저도 신이 났어요 :)‘
퇴원 후 치료가 있을 때마다
서울에 오신다고 하셨다.
햇살님, 미소님, 안온님
함께 식물을 다루었던 참가자분들께서
남은 치료 잘 받으시고
얼른 회복되셔서 건강한 몸으로
밖에서 식물을 더 많이 즐기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