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원예수업 - 다육이 접시 정원 만들기
다육이 구매하는 방법 - 양재 화훼시장
올해는 차가운 강풍이 봄의 시작을 알렸다.
발렌타인데이를 열흘 앞두고
달콤한 원예 수업을 했다.
동글동글 분홍색이 달콤함을 불어 일으키는
다육이가 주인공이다.
동그란 테라리움 유리 용기에
작은 다육이 정원을 만드려고 했는데
다육이는 낮고 넓은 화분에서 키워야 잘 자라서
높이 7cm 너비 18cm의 옹기 화분을 찾았다.
가격도 4000원대라 예산에 맞았다.
다육이를 구매하기 위해 양재 화훼 시장에 갔다.
바닥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다육이 집을 찾았다.
아기자기한 다육이의 모양이 제각각 다양했다.
귀여운 친구들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지어졌다.
18cm 화분 안에 배치될 다육이를 상상하며
높은 것, 낮은 것, 붉은색으로 골랐다.
높이를 담당하는 다육이는
심었을 때 나무 모양과 비슷했으면 했다.
밑으로 자라서 나무처럼 보이는
파키피덤 속 다육이가 좋을 것 같았다.
‘파키피덤 Pachypodium’ 은 그리스어로
‘파키 pachy = 두꺼운’
‘포디엄 podium = 발’이라는 뜻이다.
식물의 줄기가 굵고 튼튼하게 자라
발모양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장님 이거 똑같은 모양으로
6개 있어요?”
“뭐 하시려고요?”
“원예 수업 때
다육이 접시 화분을 만드려고 해요!”
“보시고 마음에 드는 거 빼놓으세요”
“네!”
똑같은 모양은 3개뿐이었다.
“사장님 똑같은 모양 더 있을까요?”
“음.. 꼭 똑같아야 돼요?”
“네..^^”
“안 그러면 싸우죠? :) ”
발달장애 대상자뿐 아니라
노인 분들께서도 재료를 비교하며
바꿔달라 하시는 경우가 있다.
또 바꾸고 싶어 하셔서
웬만하면 똑같이 나눠 드리려고 한다.
“미니 알로에는 어때요?”
[미니알로에]
진한 녹색 잎, 표면에 흰색 반점 줄무늬
끝이 뾰족, 비교적 부드러운 편
물은 흙이 완전히 마른 후, 과습에 주의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물 주기
밝은 간접광이 좋음
강한 직사광선은 잎 끝이 마를 수 있음
공기 정화 효과
다음으로 눈에 띈 친구는
은은한 푸른빛의 ‘에케베리아 아이시블루’였다.
잎이 장미꽃 모양으로 피었다.
[에케베리아 아이시 블루]
은은한 푸른빛
햇빛을 많이 받으면 가장자리에 붉은빛
두껍고 통통한 잎이 장미꽃-로제트모양
봄, 여름에 줄기 끝에서
작은 종 모양의 꽃이 핀다.
건조한 환경
포인트 색감은 취설송으로 골랐다.
1 포트에 10개 정도 모여 있어서
2개씩 나눠 드리기로 했다.
[취설송]
강한 직사광선을 받으면
잎 끝이나 전체가 붉게 물들어
더욱 선명한 색감
너무 건조하게 관리하면
잎 끝이 마를 수 있으니,
적절한 수분을 유지
“사장님 저 여기에
작은 디테일을 주고 싶은데
칼랑코에를 나눠서 심어도 괜찮아요?”
“칼랑코에는 다 흩어지고
잘 안 심어질 거예요.
그보다 저기 레드베리를 심어 보세요”
동글동글 사탕 열매 같은 다육이였다.
연분홍색 다홍색이 섞인 예쁜 친구였다.
레드베리 하나 더 담고 다육이 장보기를 마쳤다.
[레드베리]
기본적으로는 연두색
햇빛을 충분히 받으면 잎 끝이 붉은색
동그랗고 통통한 잎
줄기를 따라 촘촘하게 붙어 자람
줄기가 옆으로 퍼지거나 아래로
늘어지는 형태로 자람
행잉 플랜트
다육이 도시락 - 재료 소분의 즐거움
포트로 구매한 취설송과
레드베리를 나눴다.
후수수 흙이 떨어졌다.
취설송은 덩어리가 커서
한 명에 2개씩 담아드렸다.
레드베리는 작은 줄기가 하나하나 떨어졌다.
작은 다육이 정원에서
진달래처럼 피어난 모습이기를 상상하며
몇 개를 묶음으로 포장했다.
작년에 스승님께로부터 얻은
수줍어하는 소년,
소녀의 피규어 장식 써보기로 했다.
한 봉지 가득 받은 나무 슬라이스도
정원의 징검다리로 놓으면 좋을 것 같았다.
백지상태에서 수업을 준비하다가
어느 정도 틀이 잡히면
재료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때 즐거움을 느낀다.
준비한 재료를 용기에 소분할 때도 그렇다.
재료를 받은 대상자분들의
설레는 얼굴이 스친다.
달콤한 다육이 선물 - 샘플 만들기
샘플을 만들어야 했는데
옹기 화분이 도착하지 않았다.
요리할 때 사용했던
다이소 뚝배기가 생각났다.
사이즈를 재보니 화분과 거의 비슷했다.
뚝배기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립 난석을 담고
사이사이로 중립 난석을 채웠다.
상토를 화분에 가득 차도록 담았다.
미니 알로에를 배치했다.
접시 정원을 만들 때나
테라리움을 만들 때
키가 큰 식물을 먼저 심어 기준점을 삼고
다른 식물들을 배치한다.
옆에 자줏빛의 취설송 두 개를 나란히 심었다.
다음은 레드베리를 두 군데로 나눠 심었다.
흙이 안보이도록 마사토를 덮고
나무 징검다리를 놓았다.
작은 다육이 정원이 완성됐다.
핑크 모레로 징검다리 사이를 메꿔주었다.
테라리움 때에도 인기가 많았던
핑크 모레를 덮어주면 작품이 화사해진다.
그리고 꼬마 소녀를 올렸다.
‘뭔가를 보고 있는 모습이야 :)’
손을 모으고 있는 소녀가 꼭 그래 보였다.
선물 모양 피규어가 떠올랐다.
나무다리에 피규어를 놓아보니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듣고 있던 라디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만들고 있던 다육이 화분을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설레어 보이는 소녀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달콤한 다육이 선물
감정 & 미세 근육 운동 & 인지 능력 훈련
“해온님~ 봄 하면 어떤 감정이 떠오르세요?”
“편안하고 따뜻한 감정이요”
좋은 단어에는 좋은 영향이 있기에
설렘, 희망, 감사, 평온함의 단어도 공유드렸다.
“발렌타인데이 아시죠?”
“네! 그날 초콜릿 먹는 날이에요!”
나린님이 번뜩이며 외치셨다.
”그런데 저는 초콜릿 안 먹을 거예요!”
“사랑하는 이들, 가족, 친구,
연인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날이죠?”
“네~♡”
활동실이 몽글몽글
따스한 봄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우리는 옹기 화분에 숟가락을 사용해
대립 난석, 중립난석, 흙을 채웠다.
도구를 다룰 때
손가락의 미세 근육이 발달되는 데
이는 글쓰기, 단추 채우기 등의
일상생활 기술에 도움을 준다.
“하나, 둘, 셋, 넷”
숫자를 세면서
돌과 흙을 담으며 수 개념을 익혔다.
반복적으로 숫자를 말하면서
기억력과 집중력 훈련을 하게 되는데
이는 인지 발달과 언어 발달을 자극한다.
발달장애 - 기다리는 연습과 또 다른 성장
2명의 원예 실습 보조 선생님과
함께해야 하는 원예 수업이지만
아직 혼자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대상자분들이 어쩔 수 없이
기다림을 훈련하시게 됐다.
“선생님~이 다육이가 떨어졌어요! 도와주세요”
“선생님 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 도와주세요!”
꼼꼼한 완벽주의자 나린님은
의사 표현에 능숙하시다.
수업 중엔 나린님의 요청에 바로
도와드릴 수 없는 상황이 종종 생긴다.
나린님도 익숙해지신 걸까?
“나린님 혼자 할 수 있어요~
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
간사님께서 차분한 어투로
나린님을 지도해 주시면
나린님은 더 이상 흥분하지 않고
스스로 만드신다.
또 다른 변화는 초롱님이다.
항상 활동실 밖 컴퓨터 앞에서
홀로 앉아 계셨던 초롱님이
오늘은 몇 번이고 의자를 들고
활동실에 오래 머물러주셨다.
“초롱님 안녕하세요~”
초롱님의 반복되는 소리 안에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파랑님은 가끔 하품을 하셨고
하람님은 재생하는 유튜브 영상 앞에서
종일 엎드려 계셨다.
초롱님과 하람님의 간사님들께서
대신 작품을 만들어주셨다.
다육이를 포장해 드리는 동안
대상자분들과 간사님들께서
정리를 모두 마쳐주셨다.
나린님은 사용한 앞치마를
꼭 개야 한다고 하셔서
바닥에 앉아 앞치마를 접으셨다.
간사님들은 지난 수업 때 심었던 다육이를
잘 키우고 계셨고
오늘 남은 다육이 몇 개를 드렸더니
각자의 화분 한켠에 심으셨다.
‘모두 식물을 좋아하셨구나!’
다육이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봄
모두의 정원이 각자를 닮아있었다.
가운데 놓인 미니 알로에,
누워있는 소년 꼬마 인형,
나무 징검다리와
곳곳에 피어난 레드베리 취설송
아기자기한 봄 다육이 정원을 보시며
따스한 설렘을 만끽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