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일상 조각:: 가을을 맞이하며

에세이

by always mood

8.18 PM 8:00

오늘은 내가 참 미워지는 날이다.

일을 하다 보면 '실수'라는 걸 하기 마련인데, 이 실수를 줄이기 위해 신중하고 신중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는 걸 자꾸 놓치는 '실수'를 범한다.


난 이럴 때마다 내가 너무 미워지는 것이다.

'꼼꼼히 확인을 했어야지'부터 '왜 이것밖에 안돼'까지.

끊임없이 자책하고 나를 들들 볶아댄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모르는 사람은 나를 엄청난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하겠지만,

맹세코 나는 '귀찮아.. 그냥 해~ 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주 이상하게도 일을 할 때만큼은 그것도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일을 할 때만큼은 지나치리 만큼 나 자신에게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


다른 사람에게 일 못하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게 싫어서 인 것 같다.

난 늘 누군가에게 '인정'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인 것이다.

물론 이런 점은 일을 할 때 일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쪽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실수에 과도하게 집착해 자존감을 스스로 바닥에 뭉개버리기도 한다.


오늘 저지른 실수도 그렇다. 조금만 더 꼼꼼히 확인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그래서 난 지금 퇴근길 내내 그 생각에 사로잡혀 날 괴롭히는 중이다.


요즘 회사생활이 무료하고 따분하고 이제 연차도 조금 쌓여서 일을 만만히 본 잘못이다. 조금 더 고삐를 다잡아야겠다. 그리고 날 너무 닦달하지 말자.




08.24 PM 8:00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해 살아간다는 건 역시나 못해먹을 짓이다. 기대를 충족시키지 않으면 그 사람이 나를 얕잡아 본다거나, 내가 온전한 사람이 아닌 것만 같은 불안함. 아직 이런 것들을 신경 쓰는 걸 보니 난 어린 사람인가 보다.


그런데 문득.

나는 내 잣대로 내 기준을 맞추라고 한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런. 나도 그러고 있었네.

역시 사람이란 쯥.




08.25 PM 6:33

정부의 사이코패스적인 발상과 행동.

그들에게 상처 입은 국민은 대체 어떤 의미이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결정을 내린 걸까. '과거 따위가 중요하냐. 지금 현재 돈 몇 푼이 더 중요하지. 감상에 젖어들 시간에 돈이나 세라.' 가히 경악스러운 일이다. 지금까지 그들이 벌여온 어떤 만행보다 난 분노한다.





08.29 PM 10:44

하루 이틀 사이에 여름이 사라졌다. 찬 바람이 아침저녁을 감싼다. 포근한 이불이 더 좋아 침대에 딱 붙어 지내게 되는 가을이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 이 지독한 녀석이 빨리 사라져 버리기만을 기대하고 또 기다렸는데. 막상 이렇게 작별 인사 없이 사라지다니. 너무 혹독해서 미안했다는 듯 황급히 꽁무니를 감춰버린 여름에 어안이 벙벙한 것은 나뿐만이 아닐 거다. 마음의 준비라는 걸 할 새도 없이, 유난히 길고 지독했던 올여름이 자취를 감췄다. 겨울이 되면 그리워할까? 추위에 벌벌 떨면서 '차라리 더웠던 그때가 그립다.'라고 내뱉는 간사함이 왠지 몇 달 뒤 현실이 될 것만 같다.

20160829.JPG 그래도 일단 가을은 좋다.



08.30 PM 2:05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는데 어쩐지 너무 하기 싫다. 어쩌지.

뒤로 미루고 미루고 미루고 있는 중이다. 오늘 중으로 처리해야 하는 건데.. 미뤄놔 봤자 그 일 내가 해야 하는데 끝끝내 버팅기고 있다. 모서리를 쥐어 잡고 땡깡 부리는 중이다.





08.31 AM 11:32

역시나. 며칠 마법처럼 좋았던 날씨는 꿈결 같이 짧았다. 가을이 사납게 온다.

8월의 마지막 날. 나는 2016년 여름을 잘 보냈나? 돌아보게 된다. 여름의 내가 별로였다면 가을의 내가 좀 더 멋있기를 바란다.

이 비가 그치고 먹구름이 물러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청명한 가을 하늘과 건조함을 머금은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