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일상 조각

by always mood

10. 10 pm 7:31

생존을 위한 고민은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



10.11 pm 10:28

한달에 최소 한 두권의 책을 읽기로 다짐했지만, 한 권은 커녕. 책을 훑는 일도 드물다.

내 삶은 왜 이렇게 팍팍해져 버린걸까.

배불뚝이처럼 튀어나온 백팩에 치이고 사람들의 등쌀에 치이는 지하철에서 책은 사치다.

하고 합리화 시켜보려 했건만. 아니, 그건 어리광 축에도 못끼는 핑계지.


사실 난 지금

무언가를 써야한다는 압박감에 못이겨 노트북을 켰다.

너무 오랜 시간 아무것도 쓰지 않으면 확실히 글에서 '내 냄새'가 덜 묻어나온다. 나에게 어울리는 글 냄새를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만다. 녹이 슬고 무뎌진 칼을 갈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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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시무룩하다.

사실 요즘 난 시무룩하다. '좋아하는 일'이 없어서 일까. '열정'이 없어서 일까.

삶이 회색으로 가득 찬 것만 같다. 뿌연 안개가 낀 창문. 그런데 열리지도 않는 창문. 답답하다.

입김을 불고 닦어보려해도 잘 닦여지지 않는 얼룩마냥. 요즘 내 마음이 좀 그렇다.



10월 15일 pm 10:41


오늘은 롤러코스터를 탄 하루.

오전결에 엄마와 잠실로 나섰다. 엄마의 삼촌의 아들이 결혼을 하는 날이고, 그 결혼은 잠실에 있는

롯데호텔에서 한다기에 난 호텔 결혼식에 따라 나섰다. 결혼을 호텔에서 한다는건 내겐 꿈 같은 일이었고, 요즘 웨딩홀을 조금 알아보면서 가격을 들은터라 더욱 내가 다가갈 수 없는 어떤 영역을 경험해 보려는 생각이였다.

역시나 호텔은 화려했고 고급스러웠으며 뭐라도 된 듯 고급 서비스를 즐겼다.

내 머리 위에서 화려하게 반짝이는 샹들리에와 내 앞에 놓인 고급 그릇. 그리고 본적 없이 예쁜 꽃들까지. 이런 곳에서 결혼하는 부부는 정말 행복할거라고 시샘하고 , 한편으론 부럽지 않다고 나를

다독였다.

부모가 이뤄놓은 좋은 것들을 누리는 그들은 나와는 출발선 부터가 다른, 그런 존재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오빠와 만나 주말의 여유를 즐기면서도 나는 곧 끝나버릴 주말에 가슴조리며, 그리고 곧 시작될 한 주를 증오하며 열정과 목표따윈 사라진지 오래인 내 인생을 한탄했다. 호텔 결혼식의 영향일까. 나를

더 초라하게 느끼면서.


여기까지가 하향곡선이였다면, 나의 토요일은 다른 국면을 맞이 한다.

바로 친구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면서 부터.

폐암으로 입원한 친구 아버지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수술은 할 수 없고 통원 항암치료만을 권한 상태였다.

20대 후반 여자에게 부모님은 애틋한 존재다. 영원히 건강하고 기둥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아빠의 존재는 더더욱.

친구는 말했다. "이렇게 되고보니, 정말 중요한게 무엇인지 알겠어. 지금까지 내가 붙잡고 있던 것들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라는 걸.."


누군가는 호텔에서 화려하게 결혼을 하고, 누군가는아픈 아버지를 간호하며 병원에서 잠을 청한다. 병원비도 걱정하고 가족이 함께 살 집을 구하기도 벅차다.


인생이 참 불공평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게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물질의 불공평함에 무기력해지지 말자.

정말 중요한 생명에 감사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자.


결혼식에 다녀온 나는 무척이나 인생에 회의적인 존재였지만,

병문안을 다녀온 나는 사랑과 생명에 대한 들끓는 책임감과 열망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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