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래도 괜찮다.

by 빛날

한동안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글쓰기를 멀리 했더니

머리는 고장이 나고 타이핑 치는 손가락은 붙어 버린 것 같다.


무엇부터 써야 할지 머리가 하얗다.

기계도 한동안 쓰지 않으면 삐걱대는 것처럼.

인간의 근육도, 생각하는 머리도 멈춰버렸다.


뭐라도 쓰고 보자는 마음으로

일단 노트북을 열고 책상 앞에 앉았다.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이렇게 말했다지.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목표한 무엇을 얻기 위해,

내가 살아온 날들의 8할이 방황이었다.

그 방황이 지겹도록 힘든데

멈추지 못하고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욕심이 많아서인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노력'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뇌 한 구석에 기본 옵션으로 자리 잡아버린 게 아닐까


10월의 억새를 보고 왔다.

바람이 부는 대로 살랑살랑 흔들려준다.

꼿꼿이 서 있어야겠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버티지 않는다.


우리의 인생도 목적을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 방황 말고

밖에서 부는 바람에 그냥

몸을 맡기는

비움

슬쩍슬쩍

맛보고 살아보면

어떨까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억새를 보며

생각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토바이를 타던 그 청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