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를 타던 그 청년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35도의 더위와 노동에 지친 육신을 집으로 끌고 가지 않고 바로 집 근처 면 전문점으로 직행했습니다.
’왕사발 비빔냉면‘ 한 그릇 쓱싹 비벼 다 먹고 자주 가는 무인 카페로 들어왔습니다. 금요일 저녁이지만 내일도 이른 아침 출근하는 저는 빵빵한 에어컨이 나오는 카페에서 뜨거운 커피 한 잔을 테이블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일에 지치고 더위에도 지쳤지만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들어가면 샤워하고 침대로 직행할 걸 알기에 깨어 있는 시간을 늘려보려고 이렇게 자판을 두드립니다.
발버둥입니다. 글로 어떠한 기록이라도 남기고 싶은.
노트북을 켜고 한참 앉아 창 밖에 지나가는 차들을 보고 있으려니 한 청년이 떠오릅니다.
여러분은 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저는 오토바이를 생각하면 헬멧, 싸가지, 교통 법규의 단어가 떠오릅니다.
주변에서 쉽게 보는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배달의 기수들입니다.
교통법규를 잘 지키지 않고 달립니다.
물론 신호를 잘 지키는 분들이 대부분이겠지만, 가끔 신호를 과감히 무시하고 달리는 오토바이는 유난히 눈에 띄니 그런 생각이 들겠지요.
운전을 할 때 오토바이 배달 기사님들을 보면 좀 무섭습니다. 어느 순간 차 옆으로 쌩 지나가고 앞으로도 씽 지나가고. 빨간 신호 앞에 대기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제 차 앞으로 비집고 들어옵니다. 그래서 좋은 이미지는 아닙니다.
그런 오토바이를 탄 젊은 청년에 대한 편견을 깨진 일이 있었습니다.
퇴근길에 빨간 신호를 받아 차 안에서 대기 중이었습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오토바이를 탄 헬멧 쓴 청년이 차 앞으로 비집고 섭니다.
’아, 좀 짜증이 나려는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헬멧 쓴 청년이 바로 뒤돌아 봅니다.
꾸벅
뭔가요?
차 안에 있는 저와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청년의 행동으로 피곤으로 시들시들했던 저의 의식이 살짝 깨어납니다.
아는 사이.......
아닙니다.
'차 앞으로 들어와서 죄송합니다.'의 인사였습니다.
말이 들리지 않았지만 알아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얼떨결에 바로
‘괜찮습니다.’
꾸벅 인사를 한 겁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배달 일을 하는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보였습니다.
성실과 바름이 뚝뚝 묻어나는 얼굴이었습니다.
그 일 이후로,
오토바이를 탄 젊은 청년의 ‘싸가지’ 이미지는 사라졌습니다.
대신 건전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젊은 청년의 이미지로 바뀌었습니다.
일에 지치고 사람에 지치고 더위에 지친
오늘,
그 청년이 생각이 나는 건,
이 더위에도 도로 어딘가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청년을 생각하며
감사히 일하라는 뜻이겠지요.
그 친구가 인사를 꾸벅하고 지나간 후 저는 혼자서 함박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름다운 청년일세.......
지금 이 순간에도 급한 일로
혹시나 신호 대기 중인 당신 차 앞으로
헬멧 쓴 청년이 돌아보며 인사를 하면,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괜찮다고 손가락으로 표현해주시기를....
웃으며 인사해 주는 여유가 있으시기를........
다시 만난다면 저는
그렇게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