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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Dec 05. 2023

정상에 꼭 가야 하나요?

오랜만에 산행을 갔습니다.

지리산입니다.

목적지는 천왕봉 1915m입니다.

산을 자주 가는 사람에게도 쉽지 않은 높이입니다.


10명이 조금 넘는 사람이 모였습니다.

히밀라야를 다녀오신 전문가부터

산이라고는 2~3번째라는 분도 있습니다.


1450m 법계사에 도착합니다.

함께 간 분들 중 몇 분은 하산을 결정합니다.

저는 단체 산행을 가면서 중도 하산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데 인생 처음으로 중도 하산을 합니다.

다쳤다고요? 아닙니다.

나이 들어서 그렇다고요?

아닙니다. 물론 영향이 없지는 않았겠지요.

꼭 정상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도전할 일이 있으면 전투적으로 임했습니다.

안되면 되게 하라!

군인도 아닌데 그런 정신으로 돌진하며 살았습니다.

악도 깡도 없는 사람이

무식하게 미련하게 밀어붙이며 살았습니다.

맞지 않는 삶이었습니다.

내 옷이 아니었습니다.

훌훌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산에 가면 정상을 꼭 가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천왕봉에서 다도해와 남강댐의 물빛

여러 지역에 걸친 산을 보았다고 합니다.

물론 제가 다녀온 1450m의 법계사에서 보는 풍광도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눈에 잘 담았습니다.


봄에 한 번 더 가기로 마음먹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에 한 호흡 한 호흡에 마음을 두며

걸었더니 정상을 다녀왔다는 초보에 가까운 동행자에게 배웁니다.

봄에는 천왕봉에서 하늘과 더 가까이 놀다 오겠습니다.


아, 그날에 정상을 가도 안 가도 다 좋을 것 같습니다.

지리산의 봄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by 빛날 ( 휴대폰 카메라 성능의 차이일 뿐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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