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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시 30분

by 빛날

저녁 10시 30분이 되면 시청하고 있는 텔레비전이 자동으로 꺼집니다.

리모컨을 누르지 않았는데도 그냥 꺼집니다.

자동 취침 설정을 해 놓아서 그렇습니다.

설정을 해 놓는다는 건 자주 이용한다는 이야기인데 저는 평소 텔레비전을 보지 않습니다.

필요한 누군가가 했겠지요.


독립하면서 부모님의 집에서 텔레비전을 한 대 가지고 왔습니다.

아버지 방에 있던 겁니다.

한창 텔레비전을 보는 데 갑자기 화면이 꺼져서 알게 되었습니다.

매일 텔레비전을 보시며 주무시는 아버지가 자동 설정을 해 놓으셨던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면 다시 전원 버튼을 누릅니다.

설정을 해제하면 되는데 해제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기계에 관심이 없습니다.

알려고 하지 않았는 게 맞습니다. 귀찮기도 하고 많이 사용하지도 않으니까요.


조금 전 유퀴즈를 보는데 텔레비전이 꺼졌습니다.

돌아가신 아빠가 가끔은 내 생각을 하라는 메시지 같습니다.

하늘나라에 잘 가셨다는 걸 압니다.

텔레비전 시청이 강제 종료되는 순간,

긍정적으로 재밌게 한 세상을 살고 간 아빠 생각에 피식 웃어봅니다.

"알았어요. 잊지 않고 살게요. 재미있게 살게요."

그렇게 말해 봅니다.

by 빛날 ( TV시청 후 아빠 생각 타이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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