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사람과의 관계
팔에 힘이 없어서 키보드에 손목을 걸쳐놓고 손가락을 움직인다.
피곤한 날이다. 대(大) 자로 뻗어서 침대에 몸을 눕히고 싶다.
그런데 휴대폰에 알림이 왔다. 구독하는 브런치 작가가 글을 올렸다.
참 열심히 쓴다. 거의 매일 올리는 것 같다. 목표를 세우고 그 실천을 하시는 듯하다. 365일 글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시는 분도 있는 것 같은데 나도 그 목표 세워볼까 잠시 아주 잠시 고민했지만 실천하지 않을 듯하여 생각만으로 그쳤다. 여하튼 그 알림으로 글을 읽고, 감기는 눈을 어떻게든 치켜뜨고 오늘 이 힘듦을 글로 옮겨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새로운 직업을 찾아 간호조무사 학원을 다니고 있다.
다양한 나이와 전직을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친구부터 전업주부, 학원 강사, 디자이너, 어린이집 선생님, 회사원 등등. 경력단절의 여성들이 출산 후 재취업을 위해 준비하기도 한다. 물론 20대의 남자 친구도 몇 명이 있다.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740시간의 이론과 실습 780 시간을 충족해야지만 자격증 시험을 칠 수 있다.
지금 병원 실습 중이다.
병원 실습은 코로나로 인해 더 어려워졌다. 확진자가 나오면 실습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심에 조심을 더하고 성실히 마쳐야 하는 과정을 지나는 중이다.
간호사는 우리를 '학생'이라 부른다. 젊은 간호사 중에는 엄마가 내 또래란다. 허걱. 너무 빨리 출산하신 듯.
여하튼 나는 '학생'이다.
원무과 직원에서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환자, 식당 여사님들, 조무사 학원 실습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지내고 있다.
실습의 과정이 만만치 않다. 병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오전 8시 40분까지 옷을 갈아입고 5시까지 실습을 한다. 실습이라 급여가 없다. 무급이다. 780시간을 마쳐야 하는데 중간중간 방학기간을 포함하니 5월 중순에 시작한 실습은 10월 중순에 끝이 난다. 이제 반이 겨우 지났다. 이번 8월, 실습생들에게 보직 변경이 있었다. 2개월 동안 마음이 맞는 학생을 만나 힘든 실습을 서로 의지하면서 유쾌하게 보냈다. 이번 달부터 각자 다른 병동으로 가게 되었고, 병동에서 새로운 친구와 일을 하게 됐다. 나와 다른 부분이 많은 친구였다. 사회생활을 20년 했는데 크게 어긋나지 않는 사람이라면 맞춰서 할 수 있다.
문제는 다른 병원에서 우리 병원으로 새로운 친구가 오면서 발생했다.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이 힘들어서 마음고생해서 옮겼단다.
새로 온 실습생은 나와 같은 병동에 있는 실습생과 성격이 비슷하다. 예민하다. 초예민. 나도 예민하다면 예민한 편인데 나보다 훨씬 어려운 친구들이다. 이 두 친구가 만나서 일이 났다. 할 말은 해야 하는 스타일 두 명이 만나 스파크가 튀었다. 그 중간에 내가 있었다.
오! 신이시여~~~~~
중재를 하다 어쩔 수 없이 '할 일'을 하러 그 공간을 나왔다.
새로 온 학생은 '텃세도 이런 텃세'가 없단다. 말 한마디의 파장이 이렇게 커질 수도 있구나. 실습생 6명이 두 달 동안 있었지만 모두가 같은 목적이었기에 서로 의지하고 지냈다고 생각했다. 같은 실습생 사이에 이렇게 감정적으로 부딪힌 일은 없었다. 울고 싶다. 자신의 혈액형이 A라서 그렇다고, 예민해서 그렇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60%가 A형이고 실습생 4명이 A형이다. 결국 문제는 A형 혈액형?
미치겠다. 억울하게 혈액형이 죄를 뒤집어썼다.
'문제'도 사람이 일으키고 '화도 사람이 당한다.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에는 사람이 있다.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사람과 관계가 힘들다.
울고 싶을 만큼 힘든 날
눈꺼풀과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오는 이 시간.
글 한편으로 풀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