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얘기를 쓰겠소
SG 워너비의 노래는 왜 이리 절절해서
이 노래를 듣는 게 아니었다.
그때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를 빠지지 않고 보는 게 아니었다.
SG 워너비는 가슴 후려치게 노래를 부르면 안 되는 거다.
그것도 밤새 비 내린 후 아침에도 계속 비 오는 날에.
텔레비전 예능 스페셜 방송에 SG 워너비가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ost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를 부르는 걸 듣게 됐다.
몇 년 전 시카고 타자기에 빠져 살았다. 스토리 구성도 탄탄하고 유아인, 임수정, 고경표의 배역 소화력은 말로 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이 드라마를 촬영한 장소인 '합천 영상 테마파크'에도 같이 가 본 추억의 장소인지라 갑자기 이 노래가 훅 들어와 버렸다.
이 한 곡을 반나절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감상적인 사람이 더 감성적으로 물들었다.
대책 없다. 그럼 그 감정에 빠져 살아야 한다. 그래. 그러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나쁜 기억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아름다운 추억만이 스멀스멀 기억의 창고에서 소환됐다.
가사를 이렇게 막 잘 써도 되는 건가?
얼마 전에는 가수 이승철이 '우린'이란 노래에서
우리가 잊지 못하는 건 서로가 아니라 추억이고, 견뎌야 하는 건 서로가 아니라 이별이라고 하길래 공감하며 그 노래를 들으며 견뎠는데.
시카고 타자기의 OST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의 가사는 왜 또 이리 와닿는 것이오~~~
'여기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 가끔 그대는 먼지를 털어 읽어주오/어떤 말을 해야 울지 않겠소/어떤 말을 해도 그댈 울릴 테지만/ 수많은 별을 해는 밤이 지나면 /부디 아프지 않길/
중략
비겁한 나의 욕심에/ 그댈 놓친 것이오/ 시간이 지나면 나를 원망하고/ 잘된 일이라 생각할 것이오/여기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가끔 그대는 먼지를 털어 읽어주오'
우는 건 '그대'보다 '나'인 것 같네.
그럼 나도 여기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
그대가 읽을 수 있는 날이 오려나 모르겠소.
집 책장 한편에 그대가 노력하고 애쓴 결과물에 대한 기사 자료를 스크랩해서 모아 놓은 파일이 있소.
봤는지 모르겠소. 혹은 그대가 보지도 못한 채 그대로 버려질지 모르겠소.
홍보해 보겠다고 모 방송 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 덜컥 방송까지 출연한 이야기는 기억나오?
겁도 많고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이 혹 당신에게 도움이 될까 결심을 한 것이라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도 당신과 함께한 순간이고, 인생 바닥까지 힘든 순간도 당신과 함께한 순간이오. 참 모순이지 않소?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나를 위해 2인용 자전거를 대여해서 앞에서 신나게 페달을 밟았지요. 그대의 등에 가려 앞에 있는 아름다운 경치를 놓칠세라 허리를 굽혀 달려주지 않았소? 우리의 아이들이 뒤에서 각자의 자전거를 타며 뒤따라 오고 말이오. 그 강가의 아름다운 경치와 산들산들 바람의 촉감은 잊을 수 없다오. 고맙소.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에게 듣는 말과 행동은 내 영혼을 너무 아프게 했다오.
긴 시간, 행복했던 시간, 슬펐던 시간, 어려움을 이겨냈던 시간......... 하지만, 정말 다른 두 사람이 버티기엔 너무 힘들었나 보오. 그래서 여기까지 인가 보오. 난 잘 지내오. 그대도 잘 지내길 바라오.
이렇게 글을 쓰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치열하게 싸운 순간보다 이 감상적인 노래 한곡에 아름다운 추억이 더 많이 떠올랐다.
나탈리 골드버그가 쓴 글쓰기 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읽어보면 나를 탈탈 털어야 할 것 같은데 아직까지 다 써내려 갈 상태는 아닌 것 같다. 언젠가 때가 오겠지. 그때는 '나'를 더 온전히 볼 수 있겠지.
그때는 SG 워너비의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를 백번을 들어도 울지 않고 쓸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