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불꽃은 글쓰기

영화 소울을 보셨나요?

by 빛날

이 땅에 태어난 이유.

한때 그게 그렇게 궁금했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 매주 꼬박꼬박 교회를 다녔다. 동네 언니 따라다녔다. 교회에 가면 간식도 주고 노래와 율동, 친구들이 있었다. 일요일 하루 잘 보내고 오는 거다. 맛있는 간식을 먹고 놀기 위해서는 그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예배를 드려야 한다. 놀러 간 교회지만 목사님께서 전해주는 성경 말씀을 20대까지 매주 듣다 보니 알게 모르게 마음에 스며드는 게 있다.


'이 땅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고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나에게 무슨 재능이 있어서?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다고 어디선가 들었는데 나는 어떤 미션을 가지고 왔단 말인가?

답답할 노릇이다.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로, 이 대한민국에 태어 날 것을 내가 계획하고 온 게 아니지 않은가? 도통 모르겠다. 홍익인간을 건국이념으로 삼은 단군도 아니고 예수도, 부처도 아니다. 영화배우 톰 크르즈처럼 미션 임파서블을 받지도 않았다. 나를 창조하고 태어나길 계획한 이는 우리 엄마 아빠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나를 빚은 사람도, 본인인 나도 모르는데 어디서 답을 찾아야 하냔 말이다.


교회를 열심히 다닐 때는 기도를 했다.

꾸준히 자라면서 들어온 대로

"빛과 소금이 되게 해 주세요. 나를 신의 도구로 써 주시기를..........."

너무 추상적이었다. 교회에서는 전도를 하라고 했다.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알려야 한다고 전단지를 나눠주러 다니기도 했다. 어린 마음에 낯선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사명이고 소명이라 생각했다. 시키는 대로 했다.

청소년을 지나 성인이 되면서 답답했다. 내 의지는 하나도 없다.


20대에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명상 센터를 친구와 같이 다니게 됐다.

몸과 맘이 좋아지고 재미있었다. 그때 우리를 지도해 주신 사범님과 대화를 하다가 '이 땅에 온 이유'의 이야기를 하게 됐다. 정말 궁금하다고 했더니 그 화두를 가지고 21일 동안 1000배를 해보라고 했다.

절을 하라고? 설날이면 어른들께 하는 세배와 제사 때 말고는 살면서 절을 해 본 기억이 없다.


했다. 1000배.

내가 이 땅에 태어난 이유가 너무너무 궁금해서.

주말도 없이 21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무릎이 닳도록. 힘들어 쓰러질 것 같아도 했다. 퇴근하고 매일 센터에 가서 하루 5시간을 조금 못 채운 시간을 투자했다. 신데렐라처럼 자정을 넘기기 전에 미션을 하루하루 실천했다. 간절하게.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나?

명상을 같이 하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걸 느꼈다. 1000배를 하는 동안 무수한 잡념들이 떠올랐다 사라지고 체력적 한계도 느꼈지만 극복했다. 그래서 결론은?


그게 좀 애매하다. 명상 수련 책에서 봤던 걸 몸으로 체험했다.

드라마 대사에 있는 ' 이 안에 너 있다.'처럼. 내 안에 태양이 들어온 느낌.

하하하. 놀라지 마시라. 미치진 않았다.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지면서 몸의 큰 혈자리가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 나도 '이건 무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답은 듣지 못했다.

1년이 지나고 또 했다. 1000배 21일. 비슷한 주제다. 불교에서 절 수련을 하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내가 이 땅에 온 이유.

'나는 이 사회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나는 아무 능력도 없는데 어떤 재능이 있단 말인가요? 무엇을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을까요?'

나에게 묻고 또 물으면서 1000배 21일을 마치는 마지막 날 내 안에서 말하는 소리를 살짝 들었다.

"사랑"

"에게, 이게 뭐야? 동사도 없이. 한 문장을 채워줘야지"

1000배 21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답을 구할 수 있을까? 어떤 메시지라도 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사랑'이란 두 음절의 단어는 허무했다.

두 번의 1000배 21일을 마친 후 내가 이 땅에 온 이유는 묻어 두었다. 명상 수련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10여 년의 시간이 흘러 '법륜 스님'이 하신 말씀을 어디선가 들으면서 결론이 났다.


이 땅에 온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너무 고민하지 말아라. 태어났으니 사는 거다.

'헉. 간단하고 명쾌했다.'

이토록 내가 찾아 헤맸던 답이 여기 있었네.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면 되는 거다.

전생에 '내가 누구였는가'가 무슨 의미이며, 생이 한 번뿐인 관점에서도 이 땅을 살아야 하는 이유에 집착할 필요가 있나? 지금 현재를 잘 살아가는 게 중요하지.


삶의 목적이 다시 떠오르게 된 건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soul)을 보면서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는 영혼들이 멘토와 함께 불꽃을 찾는다. 불꽃을 찾은 영혼만이 지구로 오는 통행증을 발급받기 때문이다. 이곳에 오랫동안 지낸 영혼 22호는 불꽃에 관심이 없다. 딱히 지구에 오고 싶은 맘이 없는 거다. 뉴욕에 사는 음악 선생 '조'는 꿈에 그리는 밴드와 공연을 하게 된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오게 된다. 지구로 오는 통행증이 간절한 '조'가 지구에 태어나는 데 별 관심 없는 영혼 22호의 멘토가 되어 일어나는 사건이 영화의 내용이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찾아 헤매는 불꽃이 인생의 목적이라고 처음에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조'는 자신의 꿈과 목적을 정확히 아는 친구이고 목적을 이룬 인물이 아닌가.


'조'가 꿈에 그리는 밴드와 공연을 끝나고 유명 재즈 음악가 도로시에게 자신의 느낌을 전한다.

자신이 평생 꿈꿔온 일인데 상상의 느낌이 아니라고 하자 도로시가 이야기 하나를 해준다.


젊은 물고기가 나이 든 물고기에게 물었어.
'바다를 찾고 있어요.'
'바다? 나이 든 물고기가 말했어.
'여기가 바로 그 바다야.'
젊은 물고기가 말했지.
'여기요? 여긴 그냥 물인데.
내가 원하는 건 바다라고요

영화의 명대사가 나온다.


"불꽃은 목적이 아냐

인생을 살 준비가 되면 마지막 칸은 채워져"


불꽃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의 작은 소망이고 목표이며 즐거움. 이루고 싶은 열정이 아닐까 한다. 지구에 오기 위한 불꽃을 잃어버린 22호는 길 잃은 영혼이 되어 삶에서 분리시키고 싶어 한다고 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삶의 목적에 꽂혀 주변에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렇게 알고 싶었던 것은 불꽃이 아니었을까? 살아가면서 불꽃을 하나하나 찾았고 이룬 것들이 있다. 작게는 취미에서부터 운동.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 아이들. 하고 싶었던 직업. 교육 등

이 땅에 태어났으니 지구 상에서 육체를 가진 사람으로 오감과 육감을 즐기고 채워간다. 현재 선택한 것들을 후회 없이 온전히 누리려고 노력하고 싶다.


지금 가장 핫한 나의 불꽃은 글쓰기다. 동화 작가를 꿈꾼다.

해리포터를 쓴 작가, 조앤 롤링처럼 되는 상상을 해 본다.

말도 안 된다고? 그러니까 상상이다. 너무 뻔한 이야기는 아무도 꿈꾸지 않는다. 현실이 아니니 상상을 한다.

지인에게 그렇게 내 생각을 말했더니 대답한다.

'조엔 롤링이 영국에서 2번째 부자인 거 아냐고.'

꿈꾸는 건 자유니까. 그런데 또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상상이 이루어지는 현실. 꿈은 이루어진다.

뭐가 될지 모르지만, 꿈은 꿔 볼란다. 얼토당토않지만. 상상만으로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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