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지기를 바랐는데
불바람이 강하게 불었습니다.
산청, 지리산 자락에는
하얀 연기가 하늘로 연결되어 올라갑니다.
헬기는 일주일 넘게 날개를 돌립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해가 얼굴을 내밀기도 전에
헬기 소리부터 듣습니다.
뉴스에서는 주불을 잡았다는 소식이 나왔지만
오후 다섯 시가 지나는 이 시간
여전히 헬기 소리가 잘 들립니다.
작은 불씨를 확인 또 확인합니다
수십대의 헬기가 지리산 자락과 강물 사이를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합니다.
헬기 조정사님은 어떤 마음으로 조정대를 잡으셨을까?
강한 바람이 불 때,
연기로 시야를 가릴 때
유튜버들의 드론이 마구잡이로 날아다닐 때
깜깜해지는 하늘을 보며
동이 트기를 기다리며
불이 치솟는 산과 마을을 보며
뚜렷한 흰색의 연기를 보며
넓고 넓은 지리산을 오르내린
천 오백명의 불을 끄기 위한 대원들....
피신을 언제 가야 할지 몰라
가방 하나를 챙겨두고 출근도 하고 재택근무도 하고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바람에게 화를 멈추어 달라고 부탁도 해보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밥을 먹고 잠을 잤습니다.
이렇게 지나갑니다.
누군가에게는 속 끓는 아픔으로
누군가에게는 뉴스로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기도로
누군가에게는 일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