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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Dec 12. 2021

간호조무사 학원 첫 수업하던 날

 주차 공간이 없다니!!

30분은 넉넉히 여유가 된다고 생각하고 나섰는데 주차난에 허덕이게 될 줄 몰랐다.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수업을 들어보리라 마음먹었는데 첫날부터 애가 탄다.

에라 모르겠다. 지각은 피하고 보자고 차를 골목 애매한 공간에 던져놓다시피 버려두고 지각하지 않게 일단 교실에 입실부터 했다.


 간호조무사라는 새로운 직업의 세계를 준비하는 첫날 학원 선생님과 인사는 5층 계단을 뛰어올라가 가뿐 숨을 내쉬며 시작했다. 안내 데스크에 출석 체크를 하고 나니 수업 시간 1분 전이다. 지각 3번이면 결석으로 체크된다. 이수해야 하는 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시험을 칠 수 없기 때문에 출결은 중요하다. 국비로 운영되는 수업이라 철저하게 지켜야 하고 선생님들도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신다.


학원이란 곳을 정말 오랜만에 와 본다. 그것도 40대 중반이 넘어 취미가 아니라 취업의 소망을 품고서 말이다. 20대 초반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마음과는 확실히 다르다. 가보지 않은 길을 마주 할 때의 긴장과 두려움, 호기심이 크게 생기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처음 접하는 공부를 하는데 '처음'을 대하는 설렘이 없다. 그냥 그렇다. 이미 지나온 길이기에 '새로운 길이네. 가보지 뭐.' 그런 거다.

 주변보다 내가 가야 하고 해야 할 일에 집중을 하게 된다. 주변의 영향을 덜 받게 된다. 

'내가 선택한 일이니 그냥 한다.'는 마음이다. 

 세월이 그냥 가지는 않았다. 나이 먹는다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평정심 가득한 성격이 아니지만 사회초년생의 초조함은 많이 없다. '지나 보니 때가 되면 다 하더라'를 터득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안다. 적성에 정말 안 맞으면 다른 거 하면 되니까. 조급함과 불안함이 덜하니 마음은 편하다.


 40명 정원에 정원이 다 찼다. 내가 들어간 학원만 그런 게 아니라 주변 간호조무사 학원은 개강일 한 달 전에 대부분 마감되었다. '취업이 잘 된다더라'의 소문의 결과이다. 늦게 지원한 사람은 자리가 없어 다음 학기를 준비한다. 1년에 두 번(3월, 9월. 학원마다 다르다.) 개강을 하니 관심 있는 사람은 미리 준비하면 좋겠다. 국비로 수업을 많이 듣는데 지원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려면 고용노동부에 개강 2개월 전에 신청해야 한다. 직업교육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지원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국비로 할 수 있으니 무작정 신청하고 보자는 마음보다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서 선택하면 좋겠다. 고용노동부에서 학원 수업을 듣기 전에 취업적성검사? 직무능력검사? 명칭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여러 문항을 체크해서 나에게 맞는 직업인지 알아보는 검사를 한다. 나는 80% 이상 이 직업이 맞게 나왔다.  


 첫날이라 교육과정에 관한 오리엔테이션과 학생들의 간단한 소개를 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40명 모두 한 교실에서 수업을 했지만 지금은 20명씩 나누어 수업을 듣는다. 마스크를 끼고 인사를 해서 정확하게 얼굴을 볼 수 없지만 40대가 제일 많고 20대와 30대 50대 순이었다. 20대의 남학생도 4명이 있다. 남자 간호사가 꽤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간호조무사도 남녀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 자기소개를 할 때 이름과 나이, 지원한 이유를 말했다. 우리나라는 사람들은 처음 만나서 인사하는 자리에 나이를 잘 묻는다. 공부하는데 나이가 뭐가 중요하지 싶은데 소개하면서 나이를 듣다 보니 나이와 반전의 얼굴이 재미있긴 하다. 궁금해진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있나? 나와 동갑이 있으면 괜히 반가운 마음에 기억해 놓았다. 친구 해야지. 아무래도 동시대에 태어나 사회, 문화를 공유하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편하다. 


 지원하게 된 이유가 대부분 같다. 취업이 잘 된다고 해서 병원에서 근무하는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등록했단다. 전직도 다양하다. 패션 디자이너, 바리스타, 학원 강사, 관리직 사무 능력자, 일반음식점 자영업, 사회복지사 등이다. 새로운 직업 교육을 하게 된 이유는 코로나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실직을 하게 된 경우에서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의 여성, 취업난에 진로를 바꾼 청년, 간호조무사로 한의원에서 몇 년간 일하다 자격증이 없어 최근 퇴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까지 다양했다.  나이가 있어도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이유도 꽤 있었다. 사람들의 전직을 듣고 있느니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자격증을 따고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기 위해 모였다. 이 시간 누군가는 간호대학이나 조무사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병원에서 일을 했지만 일이 너무 힘들어서,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둔다. 우리가 그만둔 직장에는 새로운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이 시간에 열심히 과정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돌고도는 직업의 세계이다.

 

 주변 친구들에게 이제 의료인의 세계로 들어간다고 말했는데 간호조무사는 의료인이 아니라는 것을 학원에 와서 알게 되었다. 의료인들의 업무를 도와주는 일이라 의료인이 아니란다. 실망이 크다.

개인 병원에 가면 조무사가 주사도 놓고 간호사가 하는 일을 다 하던데 모순이다. 


 간호조무사가 천직이 될지 안될지는 모른다. 사람들 말대로 나이가 많아도 취업이 잘 되는 직업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더라'가 '그렇다'가 될지는 내가 취업을 하면 몸으로 느끼겠지. 지금은 취업난으로 사람들이 예전보다 관심이 많아진 직업이 되었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나도 도전하고 있으니.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이 생활에 활력이 된다. 큰 기대 없이 왔지만 같은 목적의 동료를 만나니 가는 길이 즐거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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