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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이니까

by 빛날

'어, 내 이야기인데…….'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의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드는 생각이었다.

나처럼 생각 많은 사람이 많은가 보다. 이런 책이 있는 걸 보니.


생각 많은 사람. 그 많은 생각들로 우왕좌왕하는 사람. 그래서 선택 장애가 있는 사람.

그러다 어떨 때는 직관적인 감각이 발동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빠른 선택을 하고 바로 실행에 옮기는 사람.

그게 나다. 나와 같은 사람이 이 지구 상에 있단다. 내 주변에는 별로 없는데.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이 책을 책장에서 발견한 날, 빌려와서 바로 읽었다.

'나를 읽는 책'이라는 느낌을 받아 본 적 있나? 나는 책 밖에 있는데 책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책이었다.

이 지구 상에 나와 같은 사람이 15~30%라고 한다. (생각보다 많네.)

작가는 크리스텔 프티콜랭이라는 심리치료사 겸 자기 계발 강사다.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문제를 찾아 해결해 주고 싶어 쓴 책이다. 자기 계발, 철학, 심리학 관련 에세이를 잘 읽는 편인데 읽었던 책 중에 가장 나를 알게 해 준 책이다. 내가 모른 척하고 있었던 나를 분석하고 문제를 말해 주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작가는 생각이 많은 사람을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라 표현한다. 이들은 민감하게 타고난 오감, 감각 더듬이를 가지고 있고, 지나치게 풍부한 감수성도 겸비한다. 그러다 진짜 자아는 거짓 자아에게 쫓겨나기도 해서 이들을 위한 생존 전략을 서술해 주었다.


'영재'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이 통계는 내 이야기가 아닌 듯싶다. 상담받는 많이 이들이 이 점에서는 동의하지 못한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설득되고 싶다. 내 뇌의 활용도가 아직 거기까지 미치지는 못한 것 같다. 나의 뇌와 더 친해지면 그럴 날이 오려나.


1년 전 이 책을 알게 되었지만 몇 개월 전 다시 읽고 싶어 구입했다. 꼼꼼하게 다시 읽으면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읽으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생각 많은 사람인 내 생각들을 글로 정리해서 매거진으로 만들어보자고.

이 책이 궁금한 '생각 많은 분'들은 정말 꼭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나를 인정하는 시간이 될 수 있으니까. 미운 오리 새끼가 날개를 펴고 백조가 되는 순간을 맞이 할 수도 있다.


나를 조금 소개해 보자면


내 생각을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 시대에 성장했다. 어린아이가 어른들 있는 곳에서 말하면 버릇없다고.

유교적, 가부장적 사회. 그중에서도 가부장적 문화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경상도 지역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고 있다. 부모님도 경상도 출신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우리집은 민주적 가정이었다. 지금까지도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를 제일 먼저 말씀하시고 만나고 헤어질 때 포옹을 하는 친구 같은 아버지를 만난 덕분이다. 어릴 때부터 가족회의를 하면서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어린 자녀의 얘기를 경청해주고 의견대로 가정생활에 반영하셨다. 여자 형제만 있는 집안이라 성차별도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우리 집을 벗어나 친척들을 만나거나 학교, 교회에 가면 가부장적인 환경이 되는 거다.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 평등을 전하는 교회 지도자분들은 경상도 분이셨으니까. 기독교 집안은 아니다. 자영업을 하시는 부모님이 일요일에도 일을 하시니 그저 동네 언니 따라가서 가진 종교 생활이었다.

유치부부터 청년까지 웨스트민스터 교리를 배우고 하나님과 예수님의 사랑을 배우며 실천하며 살았다. 청년의 시기를 지나며 명상 기업에서 운영하는 마스터 힐러 명상 과정을 수료했고 불교에서의 깨달음에 공감하며 산을 다닐 때마다 절이 보이면 부처님께 눈도장을 찍고 있다. 지금, 종교는 없지만 모두 훌륭한 가르침을 하시는 분들이라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 책을 아주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띄엄띄엄 늘 뭔가는 읽고 있었다. 육체의 양식만큼 영혼의 식량을 찾고 싶었는 것 같다.


독재 정권에 태어나 민주화 시대를 살며, 유교, 불교, 기독교의 영적 가르침과,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시대를 거쳐 메타버스의 시대를 살고 있으니,


이 정도면 내가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 우겨도 될 듯하다.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가들을 존경하며 세상에 대해, 사람에 대해, 직업에 대해 여전히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며 자아를 실현하며 살고픈 사람이다. 말 많아 어지러운 세상에 내 목소리까지 더해지면 더 시끄러우려나?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시끄러울 만큼 영향력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내 생각이 맞다고 목소리 높여 우겨볼 생각은 더더욱 없으니. 그저 세상 흘러가는 이야기에 내 생각을 끄적여 보고 싶다. 여기, 브런치에서 다른 작가들의 글들을 읽으며 공감을 하고 위로와 감사, 기쁨을 누렸다. 내가 누렸던 그 감정들을 누군가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많은 생각들이 그저 흩어져 날아가버리지 않고 정리가 되면 세상에 조금은 더 쓸모 있는 사람으로 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공유하고 싶은 생각들. 이 지구 상에서 나만 이렇게 생각한 건 아니구나. 뭐 그런 이야기들의 나열들. 앞으로 그 생각들을 적어볼까 한다.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 시대에 태어났지만 이제는 말해도 되겠지. 내 생각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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