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인다는 거짓말

by 빛날

받아들인다는 말은 거짓말.

생로병사.....

사람은 태어서 나이 들어 늙어가고 아프고 죽음을 맞이한다.

자연의 이치이고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른 길을 찾아가고 싶어 한다.

더 젊어지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하고 아프지 않은 방법을 찾으며 죽음을 두려워하며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버지가 갑자기 아프셨다.

아니 통증을 느끼지 못하셨지만, 깊은 병명이 나왔다.

연세가 있으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건강하셨고 평생을 금연하신 분이며 술도 절제력이 좋으셔서 건강 관리를 잘하셨다.

평생 다닌 병원 횟수를 셀 수 있는 정도이니 가족과 당신이 받은 충격은 말도 못 한다.

아니 충격을 받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진심으로 와닿지 않아서.


기침이 2주간 유지된 이유의 결과가 ‘폐암 4기’라는 결론은 어울리지 않았다.

예전보다 빠르지는 못하셨지만,

아버지는 산 정상을 오르고 계셨고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셨고, 음식을 잘 드셨고 운전도 잘하셨다.

여전히 재치 있는 말씀으로 주위를 즐겁게 하신다.

건강한 사람보다 더 몸과 마음이 건강한데 이런 암환자가 어디 있나?

기계가 찍어낸 사진으로, 한 달 내내 대학 병원에서 뱉어낸 검사 결과를 가지고 각 분야의 담당 의사들이 모인 자리에 동생과 나는 참석했다.

아빠의 현재 몸상태는 여러 장기뿐만 아니라 뇌에도 전이가 된 상황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문을 닫고 나왔다.

낯선 용어와 설명을 쉬지 않고 들었다. 뭐가 뭔지도 모르겠는데 결론은

‘봐라, 담당 의사 나 혼자만의 결과가 아니다. 너희는 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나에게 통보하는 것 같았다.


담당 교수님은 아버지의 검사와 진료를 하시면서 성실하게 설명하셨고 식사 시간을 넘기면서도 상담에 열정적으로 응하셨다고 한다.

전업 주부인 동생이 부모님 가까이 살면서 병원을 문 닿도록 다녔다.

막내인 동생에게 책임을 지우고 건네 전해 들은 이야기에 나는 질문을 하고 의견만 더했다.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는지 동생이 한 마디 한다.


“언니야, 우리 모두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아빠의 현재 상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고,

엄마도 챙겨야 한다.”


“그래, 누구나 가야 하는 길이다. 받아들여야지.”


세 자매는 그렇게 서로를 다독였다. 받아들여야 한다...........


아빠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치료 방법,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70대 중반이지만 여전히 소녀처럼 곱고 예쁜 우리 엄마,

아빠와 단짝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우리 엄마도 생각해야 했으니까.

긍정의 아버지는 저렇게 잘 버티시는데 우리가 무너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 있다고. 믿었다.

조금 숨차하시는 것 외에 평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상태였을 때까지는.


최종 결과를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배가 빵빵하게 부풀고 단단해지며 숨쉬기 힘들어하셨다.

흉수가 문제였다. 병원에 입원해서 장기에 관을 꽂아 흉수를 빼면 된다고 했다.

숨 쉬기가 힘드셨는데 다행이라 생각했다.

흉수를 빼면 되는구나.....

입원한 지 2주를 지나 3주째다.

곧 퇴원한다고 생각했던 아버지는 기운이 없으셨고 목소리까지 쉬었다.

말씀하시기 힘들어하신다.

기다림.....

며칠 지나 봐야 안다는 이야기를 몇 번째 듣고 있다.

코로나로 면회가 쉽지 않다.

활동적인 아버지는 혼자서 병원 안에 흉수가 멈추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스스로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냉정할 때는 냉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아빠가 서서히 기운이 없어지는 걸 지켜보면서 알았다.


'머리로는 알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받아들인다고.. 누가?'


쉬운 일이 아니다. 남 이야기일 때다.

내 가족이 그렇다면......

당사자면 오죽할까?

아빠는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서

컨디션을 여쭈면,

“아빠는 괜찮아.”

뭐가 괜찮을까요? 너만 잘 지내면 된다고..... 자식이 자신 때문에 걱정하지 않 원해서?

늘 그렇게 말씀하시는 당신의 마음은 어떨지 감히

상상이 안 됩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어쩌면 지금처럼 함께 있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

상상해 본 적도 없고. 상상도 가지 않는 이 상황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고 했던 말.


거짓말입니다.


감히 쉽게 할 수 있는 말 아니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내일. 드디어 퇴원을 하십니다.

부디 흉수가 차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부디 암이 전이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부디 더 나빠지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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