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태니컬 아트 전시 준비에서 마무리까지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 보타니컬 아트) 전문가 과정을 시작한 작년(2017년) 3월 첫 수업 날, 수업을 마치고 교수님 인솔 하에 그 당시 인사동에서 하고 있던 전 기수의 졸업전시회를 단체로 보러 갔었다.
작품들이 너무 훌륭해서 기죽은 우리 동기들.. 1년 만에 이게 가능한 건가? 우리도 1년 후에 이렇게 졸업전시를 해야 하는데 할 수 있을까? 모두가 똑같은 반응들이었다.
그런데 그 1년 후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우리는 2018년 2월 28일부터 3월 6일까지 인사동 경인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드디어 전시회를 열었고 성공적으로 마쳤다. 여러 작품이 판매 제의를 받았고 1,000부를 발행한 리플릿은 소진되었으며 대부분의 작품 엽서(1장당 1천 원에 판매/답례 용도로 제작함)도 예상과는 달리 대부분 매진되었으니 성공적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시회 준비는 1학기 말부터 시작되었다. 인사동에서 우리가 원하는 전시관을 대관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약 8~9개월 전부터 예약을 위해 전시 인원수부터 파악했다. 우리 기수의 반장이 모든 일을 책임지고 진행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전시회가 열리기까지 아래의 것들을 하나씩 또는 병행으로 준비해나갔다. 전시를 준비하려면 아래의 항목들에 대해 누가 언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를 세부적으로 모두 결정해야 한다.
전시 참여 인원수 파악 (우리는 이전 기수인 10기와 우리 기수인 11기가 함께 전시에 참여했다. )
전시관 대관 가능 일자 파악 및 전시 일정 결정
전시관 대관 계약 및 대관료(계약금, 중도금, 잔금) 지급 (참여 인원이 1/n로 나눠서 부담함)
작품 스캔 및 포스터/리플릿/작품 엽서 제작 (디자이너에게 디자인 작업 의뢰/디자인 시안 검토 후 제작, 엽서는 원하는 참여자만 제작)
리플릿 및 엽서 인쇄 부수 결정 및 인쇄 (우리의 경우, 브로셔는 1,000부, 엽서는 1인(1작품) 100장씩 인쇄함)
액자 주문 제작 (각자 하기도 하고 단체로도 했음)
작품 라벨 제작 (우리 전시의 경우, 동기들 중 한 명이 일괄 제작함.)
물론 위의 준비 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이었다. 리플릿 제작 기간이 필요했기에 1월 말까지 리플릿에 들어갈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준비였다. 그래서 D-day를 1월 말일로 잡고 그날까지 작품 1개씩을 완성하여 (엽서 제작 여부와 함께) 디자이너에게 제출했다.
이후 포스터, 리플릿, 엽서 등의 시안이 나올 때마다 의견을 나누고 확정(confirm)을 해야 했으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러 명이 참여하는 '단체전'이라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아마 혼자 하는 '개인전'이라면 조금 더 수월할 것으로 생각한다.
전시할 작품을 모두 완성했다면 작품에 어울리는 액자의 선택도 중요한데, 가능하면 액자를 맞추러 갈 때에 그림을 직접 가져가서 그에 맞는 액자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나는 충무로에 있는 액자 가게에서 몇몇 동기들과 동일한 액자로 맞췄는데 소품 같은 경우는 액자가 통일되니 보기가 좋았다. 그러나 A3 사이즈 작품의 경우 전시관에 걸고 보니 작품과 액자가 조금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미 늦은 상태였다. 다음부터는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목액자가 고가이긴 하지만 예쁜 것은 사실이다. A3 사이즈의 경우, 원목은 보통 6~10만 원 정도 하고 원목이 아닌 경우는 훨씬 저렴하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전시회 하루 전날, 작품을 설치하는 날이자 오픈식이 있는 날이다. 작품의 배치는 지도교수님이 직접 해주셨다.(단체전이라 개인이 결정하기에는 의견 충돌이 있을 수 있으므로 객관적인 안목과 결정이 필요하다.)
작품 배치가 결정된 후에는 전문가분이 오셔서 레이저 장치로 수평을 맞춰가면서 못질을 하고 작품 액자를 걸어주셨다. (액자를 거는 방법은 전시관에 사전에 확인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다.) 액자를 다 걸고 나면 전시관 조명 담당자분이 오셔서 각 작품마다 조명이 제대로 포커싱 되도록 조명 설치를 한다.
작품 설치가 끝난 후, 약간의 다과를 준비하여 전시회 오픈식을 가졌다. 나름 자축파티이다. 이런 자축파티는 전시회 시작 전날이나 시작하는 당일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전시회가 끝나는 날에는 다음 전시를 위해 전시관을 비워주어야 하기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다. (인사동 전시관들의 경우, 보통 화요일 오후에 우리처럼 전시 준비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화요일 오후 2~3시까지는 이전 전시의 작품 철거가 이뤄진다. 마지막 날 우리도 각자 본인의 작품을 가지고 갔다. 철거 시간도 제각각이라 서로 만나기도 힘들었다.)
전시회가 열린 인사동 경인미술관 제2전시관의 모습이다.
그리고 아래는 전시된 나의 작품들이다.
총 2개 층의 전시관에 50여 개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아래는 전시관 2층의 모습)
전시 기간 중에도 우리들은 할 일이 많았다. 전시가 시작되기 전 미리 날짜별 당번을 정해놓아야 하는데, 중간에 변동이 되기도 했지만 인원이 많은 덕에 하루 이틀 정도만 돌아가면서 당번을 섰다. 전시관 당번은 대강 이런 일들을 한다.
전시관 개폐
리플릿과 엽서 등 안내에 필요한 자료 비치
관람객 대응 (인사, 필요시 작품 설명, 기타 안내)
엽서 판매 및 정산
관람객들 대부분이 그림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셔서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 보타니컬 아트)와 작품 작업 과정 등에 대해 설명을 해드릴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재미있고 뿌듯했다. 도슨트(docent)가 적성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하하!!
가능하면 꽃다발과 화환, 화분 등은 전시관 안에 놓지 않고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고 내 주위분들에게도 그렇게 전달했다.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관람객과 작가 모두에게 부담이 덜 가도록 하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런데도 가족이나 지인분들은 그냥 오는 분들이 거의 없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보러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당번이 아닌 날 다녀가신 분들에게는 정말 미안했으니 말이다.
그림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마음을 전달받은 작가들도 행복하게 만든다. 전시를 다녀가신 분들의 호평에 몸 둘 바를 몰랐고 너무 행복한 날들이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전시회도 하고 정말 작가가 된 것 같다. 다음 편부터는 작가로서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