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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실 Aug 23. 2017

작가되기#2 연필로 작품 모사하기

[보태니컬 아트] 연필로 잘 그려야 색연필 그림도 잘 그린다.

기초 선긋기 연습이 끝났다면 '작가되기#1' 에서 언급했듯이 연필로 다른 사람의 작품을 모사(模寫)하는 단계로 들어간다. 구, 원기둥, 원뿔 등의 도형 그리기 연습은 안하나? 하고 의문을 가질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미술을 전공하려고 배우는 것도 아니고 입시미술처럼 꼭 그런 기초과정들을 모두 마스터해야 꽃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고 과감하게 꽃그림 모사 단계로 들어가도 된다. 다만, 도형의 입체 개념은 이해하고 있는 것이 좋으니 대부분의 보태니컬 아트 관련 서적에 나와있는 기초적인 내용들은 꼭 읽어보길 바란다.

'자목련' 모사 그림 (세 번째 연필 모사 그림). 2012. 7. 23. by 까실 (B4, 연필)

모사는 기본적으로 잘 그려진 작품을 그대로 보고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만 비슷하게 그려도 잘 그린 그림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림 초보자들이 그림을 완성하고 나서 내가 이렇게 그림을 잘 그렸나 스스로 놀라고 대견해한다. 그만큼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쉽게 그림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 강추한다.


그럼, 본격적으로 연필로 모사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아래 내용은 내가 배우고 가르쳐 본 방법이다. )


[준비물]

1. 종이

집에 있는 스케치북을 사용해도 되고, 구입하려면  제도패드지를 구입하는 게 좋다. 제도패드지는 밀도가 높아서 색연필 그림을 그리기에 적합한데 연필그림을 그리기에도 좋다. 단, 오래 되면 누렇게 색이 바래는 단점이 있다.

2. 연필

2H, HB, 2B, 4B (종류가 더 있어도 되지만 네 종류면 충분하다. H로 갈수록 단단하고 옅으고, B로 갈수록 무르고 진하다.)(브랜드는 국산보다는 외산이 더 좋긴 하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다. 브랜드마다 조금씩 질감이 다르다.)

3. 지우개 (일명 '떡지우개'라고 하는 지우개가 저렴하고 말랑해서 좋다.)

4. 연필깎이 (또는 칼)

5. 제도비 (또는 화장용 브러시)

6. 철펜 (털, 입맥, 홈, 점, 긁힘 자국 등의 묘사가 필요할 때)

보태니컬 아트 연필 모사에 필요한 도구들

[그리는 과정]

1. 아웃라인 스케치 하기

(1) 보고 그릴 원작 그림과 그림 그릴 종이 모두에 동일하게 HB 연필로 십자선(4등분)을 긋는다. 이는 비례를 맞추고 스케치를 쉽게 하기 위함인데 4등분으로 자신이 없으면 6등분 구분선을 그어도 된다.

(2) 원작 그림에서 선으로 분할해 놓은 구역에 그림의 어떠한 부분이 위치해 있는 지를 보면서 그 위치에 맞게 그림을 선과 도형으로 단순화하여 대강의 윤곽을 잡는다.

(3) (2)의 윤곽이 어느 정도 균형이 맞는 것 같으면 아웃라인(테두리)을 그려나간다. 가능하면 끊어짐이 적은 긴 선으로 그리도록 노력한다. 지우개를 많이 쓰면 종이가 많이 손상되어 세부 묘사할 때 안 좋으니 처음부터 너무 진하게 그리지 말고 약한 선부터 사용하고 차차 좀 더 선명한 선으로 아웃라인을 완성한다.

(중요!) 연필은 뭉뚝해지면 연필깎이나 칼로 깎아서 뾰족함을 유지하도록 한다. 보태니컬아트는 고운 선이 생명이다.

(주의!) 그림 그리면서 나오는 지우개 가루를 손으로 치우면 연필 선이 뭉게지므로 도구( '제도비' 또는 화장용 부드러운 브러시 등)를 사용한다. 


2. 세부 묘사하기

(1) 그림에 털, 입맥, 홈, 점, 긁힘 자국 등이 있을 경우 연필로 밑 칠을 하기 전에 그 작업을 먼저 한다. 아래 '자목련' 모사 그림을 보면 꽃대와 봉오리에 나 있는 털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아웃라인만 그린 상태에서 철펜으로 털처럼 자국을 낸 뒤 그 위에 연필 칠을 하면 되는데, 자국이 난 부분은 흑연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털처럼 보이게 된다.

그리고 아래 그림은 '용담' 모사 그림 중 꽃잎의 한 부분인데 흰 무늬(점)를 표현하기 위해 연필 칠 전에 철펜으로 콕콕 눌러 놓은 후에 연필 칠을 하면 이렇게 표현된다.

(2) (1)의 작업이 끝나면 2H 연필을 사용하여 옅은 선으로(손에 힘을 빼고 비스듬히) 밑 칠을 한다. 흰 부분을 제외하고 선긋기에서 배운 한쪽 또는 양쪽이 열린 직선/곡선, U자선 등으로 면을 메운다고 생각하면 된다.

(팁!) 먼저 그린 부분이 뭉개지지 않도록 다른 종이나 휴지를 그림 윗면인 손 아래에 받치고 그려도 좋다.

(팁!) 지우개를 사용할 때는 절단면이 날카롭게 나오도록 잘라서 쓰면 좋다. 그 날카로운 면을 사용하여 연필선의 결 방향대로 지우면 자연스럽게 지워지고 정확하게 지울 수 있다.

(3) (2)의 밑 칠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2H보다 좀 더 진한 HB, 2B 연필을 사용하여 음영, 톤의 변화 등을 세밀하게 표현한다. 음영 표현을 할 때에는 2H, HB, 2B 연필 순으로 선을 올리는 것이 그림이 곱고 자연스러우며, 톤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하려면 세 종류의 연필을 톤에 맞게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좋다.

(팁!) 같은 연필이라도 연필을 좀 더 세워서 칠하거나 필압을 강하게 하면 좀 더 진하고 강하게 표현할 수 있다.

(4) 마지막으로, (3)에서 세부 표현이 거의 다 되었다고 생각되면 전체적으로 그림을 살펴본 후 가장 어둡게(진하게) 보이는 부분을 찾아 4B 연필로 포인트를 주고 마무리한다.

'용담' 모사 그림 (다섯 번째 연필 모사 그림). 2012. 8. 6. by 까실 (B4, 연필)


문화센터에서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 보타니컬아트)를 시작하고 2주 차부터 연필 모사를 시작한 것 같은데 날짜 상으로 보니 한 달 좀 넘는 기간 동안 총 다섯 개의 그림을 연필 모사로 그렸다. 지금 봐도 마지막 그림인 '용담'이 제일 낫다. 역시 시간과 노력은 거짓말을 안 한다.~




연필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색연필 그림도 잘 그린다. 연필과 색연필의 차이는 색이 있고 없고의 차이니 당연하다. 그러니 연필 모사부터 잘 해두면 좋다. 작품 모사를 꾸준히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실력이 향상된다. 물론 무조건 따라 그리기보다는 선긋기 연습에서 배운 선들을 제대로 사용하기, 톤의 변화와 강ㆍ약을 잘 관찰하여 표현하기, 채색할 때 색을 스스로 찾아내고 혼합하여 색 만들기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채색에 관해서는 이후 글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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