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종에서 일하는 마흔한 살 여자. 주부이기도 했지만 주부로서의 역할보다는 직장인으로서의 삶의 비중이 훨씬 컸던 나.. 내가 가진 에너지가 바닥이 났을 때쯤 회사를 그만두려 했으나 회사의 권유로 휴직을 하게 됐다.
지친 몸과 맘을 달래주고 싶었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주부들의 일상, "문화센터"에서 내가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싶었던(그러나 한 번도 배워보지 못했던) 그림을 배워보기로 했다. 처음엔 연필로 그리는 풍경 스케치로 시작을 했는데 옆에서 색연필로 예쁘게 그리고 있는 꽃그림을 보고 홀딱 반해버렸다. 그래서 2개월 만에 '보태니컬 아트'로 갈아타고 선긋기 연습부터 다시 시작했다.
색연필로 그리는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 보타니컬 아트)는 연필과 유사한 색연필로 주로 선을 이용해서 채색을 하기 때문에 연필 선긋기 연습이 가장 기초적인 과정이다. 직선 긋기, 곡선 긋기, U자선 긋기 등의 선긋기 연습을 B4 스케치북 세 장 정도 연습하고(내 기억엔 하루 정도 연습하고 숙제로 해 갔던 것 같다.) 카라, 튤립 등의 꽃을 모사하는 과정으로 들어갔다.(*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고 따라 그리는 것을 '모사'라 한다.)
'튤립' 모사 그림 (두 번째 연필 모사 그림). 2012. 7. 16. by 까실 (B4, 연필)
튤립은 카라에 이어 두 번째로 그린 모사 그림인데, 처음 그린 카라는 지금보니 좀 창피하다. 보통 첫 그림으로 어느 정도 연습이 되어 두 번째 그림부터는 봐줄 만하게 된다.
비록 보고 똑같이 따라 그리는 것이지만 그때는 선(한쪽 혹은 양쪽이 열려있는 직선/곡선, 선이 뭉뚝하게 끊기면 안 된다.)이 완전한 상태가 아니어서 채색하듯이 선으로 면을 채워서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지금도 완전한 상태는 아니겠지만 그때보다는 잘 한다. 뭐든지 기초가 중요하다.)
휴직을 한 터라 시간이 많아 일주일에 하나씩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일주일에 하나밖에 못 그려? 하겠지만, 이게 정말 time killer다. 내 생각에 바쁜 사람들은 아마 엄두도 못 낼 일인 듯하다. 튤립 꽃잎 하나 완성하는 데에도 제대로 그리려면 두 시간이 족히 걸릴 테니까 말이다.
but, time killer는 맞지만.. 몰입으로 인한 무아지경과 마음의 평안. 완성한 후 얻는 성취감, 그림이 주는 아름다움으로 인한 행복감이 있어 그 시간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또 다른 연필 모사 그림과 함께, 아웃라인 스케치부터 세부묘사까지 그리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 보타니컬 아트)는 연필만으로도 훌륭한 작품이 완성되는데, 식물을 어색하지 않게 정확하게(구조에 맞게) 스케치하는 것도 중요하고 세밀하게 그려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고운 선들, 선들의 강· 약, 음영(톤, 양감) 등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