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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실 May 04. 2021

작가되기#39 우리들만의 첫 전시회 Fiore7展

7가지 색깔의 보태니컬 아트 전시회

전시회가 끝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전시회가 끝난 후 말 그대로 푹~ 쉬고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손꼽히는 중요한 이벤트였던 이번 전시회를, 이 의미 있는 순간들을 더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우리는 2019년 9월에 첫 모임을 가졌고 그 해 10월에 갤러리 대관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예정된 2020년에 전시를 할 수 없었고 일정을 연기하여 얼마 전인 2021년 4월 말에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

2019. 9. 23. Fiore9 첫 모임 날에.

애초에 전시를 계획했을 당시에 우리는 일곱 명이 아닌 아홉 명이었다. 모임 이름도 Fiore9이었다. 그런데 나와 함께 모임을 주도했던 한 친구에게 큰일이 생겼음을 알게 됐고 연달아 다른 한 친구도 따라서 참여하지 못함을 알려왔다. 그때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바로 두 달 전인 2020년 1월이었다.


친구의 일과 두 명의 인원이 빠진 것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걱정하던 차에 2020년 4월, 예정된 전시 날짜 한 달 전에 갤러리에서 전시 취소 통보가 왔다.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태라서 해당 기간의 전시를 모두 취소하기로 했으니 몇 개의 날짜 중에 원하는 날짜를 다시 선택해서 알려달라고 했다.

2020.4.2. 일정 연기를 위한 투표


그래서 우리는 투표를 했고,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가장 먼 날짜에 의견이 모아졌다. 하지만 2021년 올해가 되어도 예상과는 달랐고 우리는 또 고민과 걱정에 휩싸였다. 코로나19 걱정에 작품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전시 참여를 포기하려는 멤버도 있었고 잘 될지 걱정이 되어 전시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하지 않나 생각하는 멤버도 있었다. 하지만 갤러리와의 대관 계약 상, 더 이상 일정 연기도 힘들었고 전시를 하지 않아도 대관 금액 100%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시를 포기하는 것보다는 조심하면서 전시를 하는 쪽으로 결정하였고 대신 작품은 원래 기획했던 콘셉트를 버리고 개인전을 한다는 생각으로 각자 작품의 '베스트 5'를 갖고 나오기로 했다. 그리고 계획했던 모든 소품 판매 계획도 접기로 했다.


결정을 하고 나서는 모든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멤버 중 한 명이 현직 그래픽 디자이너여서 우리 작품들로 전시 홍보 이미지를 직접 만들었고 그것을 안내장(초대장) 카드, 갤러리 현수막, 전시실 배너, SNS 홍보에 활용했다.

예쁘게 나온 전시 안내장(초대장). (사이즈 : 5 X 7인치, 종이 : 르느와르 내추럴 화이트 320g, 인터넷으로 소량 주문했고 160장에 2만 원대의 비용이 들었다.)
전시실에 안내장을 비치하여 전시 오신 분들이 기념으로, 추억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 상황임을 감안하여 모든 인쇄물을 생략하고 안내장(초대장) 카드만 제작했는데, 도록을 찾으시는 분들이 많아 아쉬웠다.(도록 대신 사진을 마음껏 찍어가셔도 된다고 했는데도..) 다음에는 도록도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갤러리 건물 외벽 현수막
갤러리 전시실 앞 배너

홍보물 다음으로 준비한 것은 작품 라벨이다. 액자는 각자가 작품에 맞게 준비하기로 하고 작품 라벨은 작품 정보를 취합하여 한 사람이 제작했다. 갤러리 측에서 권장한 반투명 폼텍 라벨지를 사용했다. (레이저 프린터용, 3X7 / 21칸 라벨지(LC 3105), 10매입, 인터넷으로 배송료 포함 7,000원에 구입)

폼텍 사이트에 들어가면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할 수 있고 그 프로그램에서 라벨지를 선택한 후 텍스트나 그림 등을 입력하여 라벨을 제작하고 바로 프린트할 수 있다. 접착력도 좋고 뗄 때도 흔적이 없어서 좋다.

폼텍 라벨지 인쇄된 모습과 전시에 사용된 모습 (반투명 폼텍 라벨지 사용)


사실, 이번 전시는 각자 주제가 되는 식물을 정해서 확대 컷과 실제 사이즈 컷으로 2~3 작품씩을 출품하여 아트페어 부스처럼 작가별로 벽에 이름으로 구획을 나누어 전시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도 그에 맞춰 매발톱꽃 두 작품을 그려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참여인원이 줄고 코로나19로 인해 작품 준비가 미비한 상황이 되어 애초의 기획을 포기했기 때문에 작품의 배치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다행히 멤버 중 한 친구가 전직 큐레이터여서 전시 전에 함께 답사를 하며 어느 정도 구상을 해 놓았고, 설치 당일에 작품들을 직접 보면서 작품 배치를 잘할 수 있었다.


드디어 전시 시작 하루 전날인 작품 설치일이 되었다. 인사동에는 전시관들이 많은데 대부분 수요일이 전시 시작일이고 그 전날인 화요일이 설치일, 이후 7일째 되는 화요일이 전시가 끝나는 날, 즉 작품 철거일이 된다.

부산에 사는 멤버는 직접 오지 못하고 작품을 택배로 부쳐왔고 나머지 여섯 명의 멤버가 작품을 들고 전시실에 모였다. 오후 2시가 되기 전에 모두 모여 작품 포장을 뜯고 벽에 세워놓았다. 전직 큐레이터 친구의 주도하에 작품의 배치를 시작했다. 작은 사이즈의 작품들은 예정대로 입구 가벽에 모아놓았고 전시실 안에 별도로 있는 작은 공간에는 수국 작품들만을 모아 '수국 방'을 만들어 놓으니 몰입감을 높여주어 작품들이 더 빛났다. 3면의 큰 벽은 작품의 색을 1차적으로 고려하고 2차적으로는 액자의 모양이나 색상, 크기 등을 고려하여 배치하니 조화롭게 보였다.

2021.4.20(화). 작품 설치일에 작품 배치 작업 중 (멤버 중 한 명이 촬영)


우리들의 작품 배치가 끝나고 설치 기사님벽에 작품을 설치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다년간의 노하우로 관람자의 눈높이에 맞게 수평과 수직 간격을 맞춰 벽에 못을 박고 기구를 사용해 수평을 맞추면서 작품 액자를 하나하나 벽에 거는 작업을 하신다. 설치일이 대부분 동일한 화요일이니 전시관 예약과 동시에 설치 기사님과도 서둘러 약속을 잡아놓았었다.(갤러리에서 소개를 해주지만 우리가 직접 컨텍하여 예약을 해야 하고 15만 원의 공임을 설치 후 지불한다. 나중에 작품 철거는 우리가 직접 해야 하며 갤러리 측이 제공한 도구를 사용하여 못을 제거하고 벽의 구멍을 메우는 작업도 해야 한다.)


설치 기사님의 작업이 끝나고 작품에 라벨을 붙이는 작업까지 마치고 나니 이젠 정말 전시 준비 끝! 이상한 감동이 몰려왔다. 협회 주최로 전시회를 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뿌듯함.. 전시의 기획부터 설치까지 우리 일곱 명의 힘으로 어엿한 전시를 하게 되었다는 대견함.. 참여 못하는 친구들이 생기고 코로나19가 덮쳤지만 해냈다는 안도감.. 이런저런 여러 감정들이었던 것 같다. 아름답게 걸려있는 작품들을 보니 전시 시작 전부터 가슴이 벅차올랐다. 전시실 전경과 작품 하나하나의 사진을 찍어 놓고 자축의 박수를 치면서 서로를 칭찬해 주었고 무사히 전시를 잘 치르자는 각오를 하며 우리는 헤어졌다.

2021.4.20(화). 작품 설치를 마치고 찍은 사진들


드디어 수요일, 전시가 시작되었고 걱정과 우려와는 달리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고 따뜻한 봄날에 보는 식물들이라서 더 좋아해 주셨던 것 같다.(보태니컬 아트 전시회는 봄날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다음 전시도 봄날에 하는 걸로~) 일주일 내내 비 한 번 오지 않고 미세먼지도 없는 쾌청한 날씨도 한몫했고 갤러리 위치와 1층이라는 장소 덕도 본 것 같다. 모든 것이 좋았다.(드라마 '도깨비' 명언처럼..^^)

2021.4.21(수). 전시 시작일 아침 풍경 (갤러리 측에서 찍어준 사진)
2021.4.22(목). 전시 둘째 날 낮 풍경 (내가 전시실 지킴이인 날이었다.)
2021.4.24(토). 내 작품들을 보고 계시는 88세 울 엄마

특히 이번 전시는 처음으로 엄마가 보러 와주셔서 더 좋았다. 연세가 많으신 엄마는 작년 겨울부터 색연필 컬러링을 시작하셨는데 이제는 혼자 창작도 하시는 터라 사위가 딸이 하는 전시회에 모시고 오니 너무 좋아하셨다.


전시실 지킴이를 이틀 했는데, 코로나19에도 불구에도 와주시는 분들이 너무 고맙고 직접 기획한 전시라 더 애정이 가서 열정적으로 임했던 것 같다. 오시는 분들에게 작품에 대한 설명도 많이 해드리고 교감을 많이 한 전시였다. 작가 '까실'을 알아봐 주시는 분들, 일부러 찾아와 주시는 분들도 있었고 다녀가셨다고 블로그에 글을 남겨주시는 분들, 작가와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시는 분들, 꽃과 먹을 것 사 갖고 애써 찾아와 준 지인분들, 친구들, 우리 가족들.. 감사한 분들이 많아서 힘이 팍팍 나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철거일에 다시 모인 우리는 모두 만족스러움에 무거운 액자들을 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함께 한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니 끝까지 너무 좋았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사라지면 다시 뭉치기로.. 그때는 참여 못한 친구가 건강을 회복하고 Fiore8이 되길 바라본다. 전시에 와주신 분들, 전시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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