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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실 Dec 22. 2020

작가되기#38 Vincent Jeannerot 워크숍

2019년 봄, Vincent Jeannerot workshop 후기

2019년 5월에 있었던 Vincent Jeannerot workshop은 아티스트 Vincent Jeannerot의 보태니컬 아트 단기 교육 과정으로 주말 2일간 총 10시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참여 인원은 15명 정도였고 통역사 한 분이 수업을 도와주셨다.


(이 글에서는 주최 측의 입장을 고려하여 사진을 최소화하고 자세한 수업 내용은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


워크숍 이야기에 앞서 아티스트 Vincent Jeannerot에 대한 소개가 먼저 필요할 것 같다. 그는 프랑스의 보태니컬 아티스트로, 그의 작품은 식물의 사실적인 묘사 외에도 그만이 가지는 독특한 개성과 분위기가 있어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리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의 초청을 받아 세계 곳곳에서 워크숍을 열고 자신처럼 보태니컬 아티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소중한 배움의 기회를 주고 있는 존경스러운 아티스트이다.

Vincent Jeannerot의 보태니컬 아트 작품들. 옅은 그림자와 은은하고 부드러운 색감이 매력적이다.


그의 작품들은 인터넷에도 많이 공유되어 있지만 이 이미지들은 워크숍을 통해 구입한 그의 작품집에서 발췌하여 직접 찍은 사진들이다. 71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이 작품집은 워크숍을 위해 소량으로 준비것이었고 시중에 판매되지 않고 있었다. 지금 그의 사이트(https://www.vincent-jeannerot.com/)에서 확인해보니 "sold out"으로 되어 있다. 소중히 간직해야겠다.

Vincent Jeannerot의 작품집

이제 워크숍 수업 이야기로..

워크숍 첫날, 나는 수업 시작 시간에 딱 맞춰 워크숍 장소에 도착했다. 서울 시내 카페 갤러리를 통째로 빌려서 진행된 워크숍이었는데 내가 카페 문을 들어서자마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아뿔싸! 내가 꼴찌로 입장을 한 것이었다. 다른 참여자들은 이미 각자 자리를 맡아 앉아 있었고 각자의 자리에는 각자가 고른 각기 다른 꽃들이 하나씩 꽃병에 꽂혀있었다. 결국 나는 선택되지 못한 커다란 분홍 작약을 얼떨결에 집어 들고 빈자리에 앉았다.


주최 측에서 워크숍 공지를 할 때 "Materials List"라고 해서 뱅상(Vincent) 선생님이 준비한 문서를 미리 배포했었는데 준비물은 나무판, 종이, 연필과 지우개, 물감, 붓, 물통과 팔레트, 마스킹액, 티슈 등이었고 종이의 종류, 연필의 종류, 붓의 사이즈, 필수적인 물감의 색 등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재료인 '꽃'은 수업 당일 싱싱한 생화로 준비되어 있었다.

2019년 5월에 있었던 Vincent Jeannerot Workshop에서 내 작업 테이블 모습


만약 늦게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이 분홍 작약을 고르지는 않았을 텐데.. 노란 수술은 대략 난감이었다.


어쨌든 수업은 시작되었고 나무판에 물 테이프로 종이를 배접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연필로 종이에 스케치하는 방법을 시연과 함께 상세히 설명해주셨고 각자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작가들은 보통, 모조지에 스케치를 정성들여 한 후에 아웃라인을 깨끗이 그려서 그것을 다시 수채화 전용지에 전사하는(베껴 그리기) 과정을 거치는데, 역시 이 분은 '고수'이시다. 수채화 전용지에 바로 스케치를 한다. 그것도 지우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도 그렇게 해야 했다. 사실 습관이 그렇게 되어있지 않아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가능하면 지우개를 덜 쓰도록 신경을 많이 써서 그릴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전사를 하는 이유는 수채화 전용지에 지우개를 많이 사용하면 종이가 상해서 채색을 할 때 좋지 않기 때문이다.)


스케치가 끝난 후 뱅상 선생님이 직접 한 명 한 명 스케치하는 것을 둘러보며 어색한 부분을 지적해주셨는데 나도 지적해주신 부분을 일부 고쳐서 그렸다.


채색은 각자가 시작하기 전에 뱅상 선생님의 시연을 먼저 보기로 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을 친절한 설명과 함께 직접 그림 그리시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사실, 책이나 짧은 동영상 컷을 통해서 배우는 것보다 이렇게 직접 그리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종이에 채색된 모습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색은 어떻게 만드는지, 팔레트에 물감은 얼마나 만들어 놓고 쓰는지, 물감의 농도는 어떤지, 붓에 물과 물감은 얼마나 묻히는지, 붓질은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하는지, 덧칠은 언제 얼마나 자주 하는지 등 세세한 작업 과정을 살펴보면서 배우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뱅상 선생님은 물감의 배합부터 물칠과 붓질, 깊은 색을 내기 위해 여러 겹 색을 쌓아 올리는 방법, 음영 표현을 위해 하는 붓질까지.. 수채화에 사용하는 여러 기법들을 설명해주셨다.

꽃잎의 색을 만드는 과정과 꽃잎 채색 시연 모습
잎의 색을 만드는 과정과 잎 채색 시연 모습

그리고 자연의 초록색과 나무색을 쉽게 만드는 방법, 마스킹액을 사용하여 털이나 수술을 그리는 방법, 뱅상 선생님 작품의 트레이드 마크인 그림자 표현 방법 등 자신만의 노하우도 아낌없이 알려주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저런 멋진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했던 그 비밀 같던 물음이 이번 워크숍을 통해 풀린 것이다. 그것은 방법보다는 정성이었다. 즉, 그림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다. 뱅상 선생님께 내가 직접 한 질문이었다. 꽃잎에 색을 올릴 때 몇 번 정도 쌓아 올리나요? 그리고 한 작품을 하는데 시간은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선생님의 대답은 "색은 100번 이상 쌓아 올리고 한 작품에 보통 120시간 정도 걸린다."였다.


사실 나는 그때 워크숍 이후로 뱅상 선생님의 그 대답이 항상 머릿속에 있어서 더 옅게 색을 많이 쌓아 올리려고 신경을 쓰는 편이지만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그때 그리던 분홍 작약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사실 1년도 넘게 지난 지금에서야 워크숍 후기를 올리는 이유가 있다. 워크숍에서 그리다 만 분홍 작약을 완성한 후에 후기를 올리려고 마음먹었는데 실수로 휴대폰에 있던 작약 사진이 모두 삭제되는 바람에 작업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올해 문득 이 작약 그림을 마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인터넷에 있는 비슷한 작약 사진들을 참고하여 3~4시간 만에 빠르게 그림을 완성했다. 대신 세밀하게 그리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노란 수술 부분은 마스킹액을 칠한 상태에서 너무 오래 방치해놓은 탓에 잘 벗겨지지 않아 연필 선이 많이 보인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마무리를 하고 나니 후련하고 워크숍 후기도 쓸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분홍 작약. 2020.11.27. by 까실 (A3, 종이에 수채물감)


뱅상 선생님은 내가 그림을 그리겠다고 마음먹은 후에 만나게 된 세 번째 그림 선생님이다. 내가 만난 세 분의 선생님께 조금씩 다른 부분을 배울 수 있었던 것도 나에게는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앞으로 또 어떤 스승님을 만나게 될지, 더 이상 배울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될 날이 올 수 있을지 그것도 궁금하다.


뱅상 선생님은 워크숍을 마치면서 매년 정기적으로 한국에서 워크숍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불가능하게 됐다. 코로나19가 없는 세상에서 다른 분들도 뱅상 선생님을 만나 소중한 배움의 기회를 갖길 바라며 아듀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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