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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실 Apr 25. 2024

동네꽃#51 민들레.. 동네 꽃 대표로 임명합니다.  

보태니컬아트, 민들레

이제야 민들레 너를 그렸다. "동네 꽃" 하면 1등으로 그렸어야 할 것 같은 꽃인데.. 핑계를 대자면 노란색의 봄꽃이 너무 많아 순서가 밀렸고, 꽃잎도 잎도 너무 많아 그리기 어려울 것 같아 일부러 미룬 것도 있다. 이제라도 그렸으니 용서해 주길.

민들레. 2017.4.16. 동네에서 촬영

나무 꽃들은 눈높이에 있어서 잘 보이지만 들꽃은 너무 작아 보이지 않는 꽃들이 많은데 민들레는 눈에 잘 띄는 노란색에 작지 않은 크기의 꽃을 피우고 갓털 달린 씨앗 덕에 여기저기 퍼져나가니 아마 가시성으로 보나 개체수로 보나 동네 들꽃(풀꽃)을 대표하는 꽃이라 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민들레 씨앗.(날아가기 좋게 갓털이 달려있다.) 2019.4.23. 동네에서 촬영

다년생인 민들레는 뿌리가 깊이 내려있어 겨울에 죽은 자리에서 이듬해 봄에 다시 줄기가 자라나오며, 아무리 짓밟아도 좀처럼 죽지 않는다고 하여 민초(民草)라는 별명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즙 굉장히 써서 고초(苦草)라고도 불린단다. 민들레 다른 꽃들처럼 여러 종이 있는데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민들레는 대부분 '서양민들레'로 토종 민들레와는 다른 종이며 귀화식물이다. 토종 민들레는 번식력이 서양민들레처럼 강하지 않아서 흔하게 볼 수는 없다고 한다.

길가에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민들레. 2022.4.10. 동네에서 촬영

며칠 전에 동네 풀밭에서 민들레 캐는 아주머니들을 본 적이 있는데, (짐작은 했지만 물어봤더니 역시나 민들레였다.) 민들레는 약용 및 식재료로도 쓰임새가 많다. 꽃이 피기 전에는 해열제, 소화제,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약 등으로 쓰이고 술도 담가먹으며 여린 잎은 나물이나 쌈채소, 김치(고들빼기처럼)를 해먹기도 한단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차나 샐러드의 재료로 쓴다고 하니 전 세계에서 민들레를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듯하다.


참, 그리고 민들레는 노래도 있다. 옛날 노래인 박미경의 '민들레 홀씨되어'는 민들레 하면 생각나는 노래이고 "우리 손 잡을까요?"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우효의 '민들레'는 내 플레이리스트에 담겨있는 담담한 가사와 멜로디가 마음에 드는 노래다.(우효의 노래는 최근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5년이 넘은 노래였다.) 하나 더, 옛날에 유명했던 카페 체인 '민들레 영토'도 있. 민들레 덕에 추억여행 한 기분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Kaq4LFM47I0


이번 그림은 평소의 그림들과는 다르게 위에서 찍은 꽃의 정면 모습을 선택했다. 방사형으로 나있는 꽃과 잎의 모습이 조화롭고 아름답게 보여서 보태니컬아트에서는 잘 그리지 않는 형태이지만 시도해 봤다.

그림의 소재가 된 민들레. 2020. 4. 3. 동네에서 촬영

노란색 꽃은 색연필 노란색 안료의 특성상 덧칠이 잘 안 되는 점을 고려해 꽃의 밑색은 수채물감으로 채색을 하고 색연필 작업에 들어갔다. 약간의 꼼수라고 할 수 있지만 어쨌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노란색 물감으로 꽃의 밑색을 칠한 후 잎의 아우트라인을 색연필로 그리고 나서 세부 채색을 시작했다. 2024.3.28

작업은 3월 25일에 시작해서 4월 24일에 마쳤으니 딱 한 달이 걸렸다. 예전에는 열정이 넘쳐서 한 번 시작하면 시간이 기본이었는데 요즘에는 눈도 쉽게 피로해지고 손목, 팔꿈치, 무릎도 뻣뻣해지니 오래 그릴 수가 없다. 그래서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 정도까지만 거의 매일 그리니 오히려 덜 힘들었다. 게다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그물맥 그리기가 없다는 점과 전체적으로 분량은 많아도 세밀 묘사가 많지 않았다는 점이 기간은 오래 걸렸지만 많이 힘들지 않은 이유였다. 나이가 드니 실력은 줄고 요령만 느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건강이 가장 중요하니까 괜찮다.

민들레 전체 중 반 정도 채색을 마친 상태. 작은 봉오리가 예뻐서 기분이 좋았다. 2024.4.13.

한 달간의 긴 여정을 끝낸 후 완성작 사진을 찍고 그림에 정착제를 뿌려 마무리를 하고 나면 예전에 회사에서 프로젝트 끝나고 서의 기분과 비슷한 느낌이 다. 이렇게 브런치 글을 쓰고 발행까지 하고 나면 정말 기분이 좋은데, 이게 요즘 유행하는 일종의 도파민 같은 게 아닐까? 이런 도파민 중독은 좋은 거니까, 기꺼이! 

민들레. 2024.4.24. by 까실(279 X 356mm, 종이에 색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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