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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한다는 건

결혼하기까지 오랜 연애 끝에 깨달은 것들. 다툼은 힘들어

by LaurenSoo


며칠 전인 2021년 7월 6일, 결혼한 지 딱 2년이 된 날이다.

우린 매 결혼기념일마다 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1년 사이에 어떤 점이 바뀌었는 지 찾아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는 우리만의 연중행사가 되었다 :)



결혼 1주년 (좌), 결혼 2주년 (우) / 1주년 땐 멋지게 찍고 싶었고 2주년 땐 스포티하게 찍고 싶어서 그런지 표정부터가 다르다 ^_^; 더욱 행복해 보이기도 하고.


우리는 결혼 전 3년 반의 연애기간 동안 정--------말 많이 싸웠었다.

잘 맞을 땐 '이렇게 쿵짝이 잘 맞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재밌고 행복한데 안 맞을 땐 그 동안 느꼈던 행복한 감정을 다 잊어버리게 할 만큼 속상하고 힘들었던.. 그런 3년.


남편은 10살 때 캐나다에 이민을 와서 20년 동안 타국에서 불이익을 많이 받으며 악착같이 살아오면서 굳어진 자아가 자리잡고 있었고,

나는 13살(만으로 12살)에 중국으로 유학을 가서 부모님 없이 내가 내 삶을 책임져야 했던 (그렇다고 딱히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산건 아니었다. 부끄럽게도 오히려 난 멋대로 놀고 먹고 살았었다.) mix 된 삶 속에 굳어진 자아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렇게 둘 다 속은 미성숙한데 겉으론 서로가 어른스럽다고 착각을 한 채로 연애를 시작했었다.


그런데 서로가 진정으로 성숙했다면 더 관계를 잘 이어나갔어야 하지 않았을까?

흔히 다른 사람들은 두 남녀가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안 맞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라고 말하지만 그걸 뛰어넘을 정도의 관계의 불협화음은 우리가 결혼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점점 작아지게 만들기도 했다.






우리의 약점

나는 사람이 해야 하는 기본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상황을 필요 이상으로 크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다.

'조금만 더 배려한다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 게 기본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라는 나의 생각이 남편 스스로를 기본도 못하는 무능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고 한다.


반대로 남편은 필요 이상으로 Whatever~ 하는 마인드가 강했다.

자기가 그 상황에서 뭘 어떻게 더 해봤자 나아질 게 없다고 생각하며 상황을 딱히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버리는 사람. 좋게 말하면 쿨한 사람, 나쁘게 말하면 무심한 사람.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기본'에 미치지 않는 모습을 보였던 남편을 바라보며 나는 날 배려하지 않는다는 마음에 속상해 할 때 반대로 남편은 그런 나를 기대치가 높고 피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 갈등 속에서 우린 서서히 지쳐만 갔고 제 3자가 보기에도 우리는 건강하지 못한 커플 같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 그래서 서로 정말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잠시 시간을 가지는 마음으로 몇 달간을 헤어져 있었다.



우리의 환경

지금 돌이켜서 그때를 생각해보면 이제는 모든게 조금 이해가 간다.

남편은 이민자로 살아오면서 가족끼리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거나 추억을 만들러 다니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굉장히 서툰 사람이었고 표현해보지 않았으니 잘 못할 뿐더러 습관화되어있지 않으니 한 번을 시도하는 것조차 어색하고 불편한 사람이었다.

또한 나와의 연애기간이 가장 길었던 연애였던 만큼 피날만한 노력과 애정을 퍼부었던 관계도 처음이기에 더 힘들었을 것이다. - 그래서 지금 남편의 바뀐 모습들에 감사하고 더 바라지 않고 칭찬을 해줘야겠다는 결심이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강하게 드는 중이다. -



이렇게 얘기하면 나는 참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것 같은데 나 또한 행복하고 안정적인 집에서 자란 것은 아니다.

나는 다른 사람한테는 잘하면서 엄마한테는 살갑게 대하지 못하는 무뚝뚝한 아들 같은 딸이었고 (표현하는 게 부끄럽기도 했고 엄마는 늘 날 혼내기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다.)

부모님은 어렸을 때부터 자주 싸우셨고, 결국엔 내가 유학을 가 있는 동안 이혼을 하셨다. 그때 내 나이는 고작 17살이었다. 난 빠른 년생이니까 실제 만 나이론 15살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엄마가 이따금씩 나와 동생에게 이혼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 답지 않게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고 하지만 내 안에 있는 수많은 문제들이 남자친구와의 갈등에서 툭 튀어나오곤 했다. 그럴때마다 나에게서 내가 가장 싫어했던 부모님의 모습이 언뜻 보였고 그때마다 너무 속상하고 나 또한 부모님처럼 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헤어져있었던 그 시간이 우리 둘에게, 특히 나에게는 간절히 필요했던 시간이었고 그때 나를 돌아보면서 많은 반성들을 할 수 있었다.

그 계기로 남편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오히려 남편이 나에게 줬던 상처들은 내가 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사과의 편지까지 썼을 정도였다.






우리의 새로운 시작

시간이 지나 다시 잠깐 만난 날, 서로를 쳐다보는 눈에서 미움의 눈빛이 아닌 웃음이 나오는 우리였기에

우리는 다시 만나기로 했고 그 어떤 프로포즈보다 멋진 프로포즈를 받았으며, 사람들에게 넘치는 축복을 받으며 잊을 수 없는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남들은 결혼을 준비하면서 엄청 싸운다지만 이제 정말로 하나가 되기로 한 우리는 즐겁게 준비를 마쳤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제대로 해보는 걸로!)


그렇게 벌써 결혼을 한 지 2년이 지났는데, 솔직히 초반에는 몇 번 크게 크게 싸운 일이 꽤 잦았다.

(나는 화를 못 이긴 나머지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괜히 집을 나가기도 했다. 속으론 '나 따라올 거지?' 하면서.)


그런데 이제는 어떤 부분에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고 터지는지 대충 알고, 또 너무 진절머리 나게 싸웠었기 때문에 금방 가라앉히고 얘기하려고 한다.

어쩔 땐 남편이 먼저, 어쩔 땐 내가 먼저 사과를 하지만 솔직히 남편이 8.. 나 2...?

-내가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싸워봤자 뭐해~ 이 험난한 세상 둘이서 한편이 되어서 세상과 맞서 싸워야지' 라는 마음을 먹으며 살아가길 추천한다!

물론 나 조차도 잘 안되고 매 순간 까먹고 세상과는 커녕 남편이 내 숙적인 마냥 싸워대지만 위에 적은 저 마인드를 잠깐이라도 묵상해보길.. 나에게도 구독자에게도 권해본다.




어쨌든,

결혼을 한다는 건 좋은 것!


나는 사람들이 결혼하면 좋냐는 말에 늘 YES!를 외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가끔 '내가 결혼을 했다니? 내 옆에 이 사람이 나랑 평생 갈 사람이라니' 하면서 새삼스럽게 현타가 오긴 하지만 (좋은 의미의 현타^^)

남들에게 받은 사랑을 우리 부부가 또 남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그런 멋진 사람들이 되고 싶다.

부족하지만 같이 성장해 나아가는 선한 영향을 미치는 부부 :)


글만 번지르르하게 쓰지 말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라본다!






P.S

여담이지만 결혼하고 더 노력하는 건 나보다 남편인 것 같다.

결혼 2주년 땐 내가 까먹고 편지도 안 써줬는데 남편은 웃으며 넘기는 대인배다. (혹시나 서로가 뒤바뀐 반대의 상황이었으면 남편은 그날 나한테 잔소리 엄청 얻어먹었을 거라며 억울해했다지!)

나는 남편이 쓴 편지에 답장하는 마음으로 Voice letter를 줄게 하면서 옆에서 내 마음을 말로 해준게 다다. 헤헤


But,

Happy wife, Happy life! 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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