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주는 그리움.
나는 가끔 어떤 일을 하다가도 특정한 느낌의 음악을 들을 때면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음악일지라도) 갑자기 과거의 나에 대한 그리움에 빠지게 된다.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못해서 과거를 후회하며 그리워하거나 우울해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무척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 또 문득 떠오르는 여느 과거의 나의 모습도 슬픈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이너한 코드의 어떤 음악을 들으면 20살 초반의 어린 나, 그때의 공기 등 모든 게 생생하게 생각이 나서 순간 차분해진다.
그 어떤 방법을 써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라서 그런 것일까?
스무 살 초반의 나는 제대로 하고 싶은 것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하루를 더 소중히 살고 더 많은 관계들을 맺으며 후회 없이 당찬 스무 살을 보냈으면 어땠을까 싶다. 더 열심히 부딪혀보고, 더 사랑하고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것!
아,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던 그 때를 후회하는 걸까?
그건 정말 아니다!
그 때는 지금보다 내 인생에 덜 책임을 지면서 오히려 통통 튀는 삶을 살았던 때였다.
모든 것은 내 인생에 일어나는 하나의 이벤트일 뿐이지 내 인생을 결정짓고 삶의 큰 변화가 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기억 못하는 그 모든 이벤트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겠지만).
오히려 결혼을 하고 나서 한 사람과 삶을 평생 꾸려나가는 게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고 또 미래에 아기를 낳게되면 한 남자의 부인으로서,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 늙어가는게 앞으로의 나의 삶일 것이다. 그래서 앞으론 예전처럼 통통 튀며 철 없이 일탈을 꿈꾸는 삶을 살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예전의 내가 그리운 것 같다.
아니면 그냥 모든 사람이 겪는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에서 오는 서글픈 마음?
만약 인간이 계속 젊기만 하다면 나 또한 지금처럼 지나온 순간들에 대해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겠지?
나는 예전의 내가 그리워질 때 마다 '웬 청승이야, 과거는 과거고 현실에 돌아오슈' 하는 마음으로 핑~ 하고 넘겼는데,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면 일부러 그 생각에 젖어들어서 나의 감정을 만끽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일 끝나고 와인 한 잔과 함께 센치한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던 날도 생각이 나고
'아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그때 좀 다르게 해 볼 걸 그랬나? 나 그때 엄청 사랑받았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가지 못할 과거를 그리워하기보단 현재의 내가 겪어온 '나'라는 사람의 드라마를 한편 보듯 즐긴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조용하게 잘 살아왔기보단 이불킥 할 만한 상황들이 많았어서 과거를 묵상하면 부정적인 기운에 둘러싸이고 창피하기만 한데,
좋은 것들만 기억하고 좋은 것들만 묵상해보면 생각보다 현실에 더 refresh한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경험이 되기도 해서 더 그걸 즐기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예전에 연애할 때의 나를 생각했는지 (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는데 말이지) 가끔 아니 요즘 자주...(^^;) 예전 남자 친구들 혹은 최근에 빠진 이석훈이 며칠 연속으로 번갈아가며 내 꿈에 나오기도 한다.
굳이 남편한테 얘기 안 해도 되는데 늘 그 상황이 웃겨서 일어나자마자 속속 다 말하곤 한다. 나 꿈에서 뭐했다 뭐했다 하면서. 그럼 남편은 입이 삐쭉 나와서 "자기는 맨날 왜 그래? 나로 부족하니?!"라며 귀..여운 욕(?)을 한다.
생각해보면 남편과의 연애도 엄청나게 설레고 떨리고 영화 같은 사랑이었는데 이 남자를 내가 내 평생의 남자로 콕 찝어서, 아님 너무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많이 봐서 괜히 감사함 잊은 걸까...? 하하
이래서 나를 포함한 많은 아줌마들이 다시는 연애 초반의 설렘을 느낄 일이 없기에 (그런 일이 있어서는 더욱 안되고!) 드라마를 보며 남자 주인공에 빠지는 듯싶다...
모쪼록, 이런 생각들이 들 때마다 늘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았는데, 이렇게 글로 정리해보니 오히려 흩어져있던 생각과 느낌들, 그리고 나에 대해서도 한결 정리가 되고 홀가분하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한 건 정말 잘한 일이야! :)
난 나이를 먹어가도 예전처럼 통통 튀는 재밌는 삶을 살고 싶다. 철들고 나잇값 해야해서 차분하고 심심하게 살고 싶진 않아. 그렇지만 반대로 브런치에는 나의 깊은 생각들을 나누고 싶다. 글을 쓰면서 생각 정리도 하고 또 직접 위로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기념으로 나를 추억으로 빠지게 했던 마법 같은 음악 리스트를 공유한다. (게 중엔 완전 처음 들은 곡들도 있다)
혹시 아나? 이 글을 보신 분들 중에서도 나와 같은 생각을 평소에 해왔고 이 음악들이 여러분들을 추억의 여행으로 인도해 줄지 :)
대신 밤에 작은 조명 하나만 키고 와인 마시면서 들으면 너무 깊이 빠질 수 있으니 행복한 추억에만 빠지세요- :)
*표가 많을수록 나를 바로 추억에 빠지게 만드는 곡
Blue Sea - Bird ***
사랑하는 이들에게 - 정재형 **
까멜리아- 유민호 *** (오늘 처음 들은 노래인데 이 글을 쓰게 만든 노래)
Love - S.N.E.S > 멜론
Love me - 이루마 *
// 냉정과 열정사이는 정말 모든 곡이 감성을 극강으로 자극하는 곡들 인 것 같다.
End Tilte - 냉정과 열정사이 ost ***
The Whole Nine Yards - 냉정과 열정사이 ost ***
Between Calm And Passion - 냉정과 열정사이 ost ***
What A Coincidence - 냉정과 열정사이 ost **
Kien - 냉정과 열정사이 ost ***
로망스 2번 - O'Lee
L'amour Reve - Andre Gagnon *
집에 가는 길 - 연필 > 멜론
Like a Wind - S.E.N.S *
하늘 위의 구름 (Clouds in the sky) - Paul > 멜론
다시 계절이 돌아오면 - 새벽감성
여름밤 너와 - 멜로우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