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했던 그날 그 나무처럼 Z에게
늘 찾던 카페였다. 자리를 잡고 쇼케이스 앞에 서서 답은 정해져 있지만 그래도 한 번 메뉴판을 훑어봤다. 메뉴판을 보는 시선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와 움직임이 비집고 들어왔고, 나도 모르게 짧은 탄식과 함께 피식 웃어버렸다.
나란히 있던 S는 "왜?"라고 물었다.
"왜 있잖아. 저 사람. 걔랑 똑같아. 느꼈을지 모르겠는데 좀 뚫어져라 쳐다봤어."
유니폼처럼 보이는 옷과 모자를 눌러쓴 사람이었다.'걷는 것도 똑같네. 그러고 보니'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때 앞에 놓인 얼음이 다 녹아 없어질 때까지 신나게 떠들었던 내가 보였다. 친구가 생겼다고. 궁금하지 않냐며 자랑하던 내가.
요즘은 어떠냐는 되물음에 ‘잘 지내지 않을까? 얼굴 핀 거 보니 잘 지내는 거 같기도 하고?’ 언젠가 마주 앉아 얘기를 듣던 E가 나중에 소식 물으면 넌 이런 반응일 거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와 특별한 일이 있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다. 싸웠다거나 그렇다고 분홍빛이거나.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고, 시간 흐르듯 관계를 이어갈 뿐이다. 연락을 주고받는 것, 마주 앉는 것이 불편하지 않는 그런 관계. 가끔 안부 인사를 주고받는 정도의 관계.
근데 생각지도 못했던 곳. 그러니까 전혀 관련 없는 곳에서 생각나니 이상할 정도로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그날 그랬다. 맞아. 꿈에서도 만난 적이 있는데 눈 뜨자마자 별로였어. 문제는 나 또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건데. 처음엔 이유를 찾으려고 무척이나 애썼다. 기억도 더듬어보고, 흰 종이 가운데에 그의 이름을 쓰고 가지치기도 했었다. 그의 이름을 둘러싼 가지들을 넋 놓고 바라봤다. 그곳엔 정답이라 할 것도 없었고 오답들만 가득했다.
문득, 어쩌면 그날의 내 기분 환경 때문일 수도 있고, 그냥 그 장소가 주는 어떠한 것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리석게도 기분이 나쁜 이유를 그 사람한테 찾고 있었다. 미워하고 싫어해야만 하는 없지도 않은 이유를 말이다.
괜히 미안했다. 오히려 싱그러운 초록빛 같은 추억이 더 많은 사람인데. 나는 왜 그에게서 그런 이유를 찾으려고 했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기억 속 편집자가 싱그러운 초록빛만 남겼을지도.
나 혼자만 아무렇지 않은 척. 오랜만에 그 사람의 이름을 검색했다.
“이거 봤어? 네 생각이 났어. 그냥. 요새 잘 지내나?”
(너 닮은 사람 봤다!! 너랑 행동하는 거 정말 똑같아. 도플갱어인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