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그에 걸맞은 사람이 되자 L에게
나이가 벌써 20대 후반을 달리고 있는 요즘. 어린 시절 친구들과 대화 주제가 연예인 걱정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현실적인 연애와 결혼이 주제가 되어버렸다. 물론 본인 TMI도 있지만 말이다. 덧붙여 어른들과의 인사말도 연애와 결혼이다. 아니 이건 일방적이다.
특히 어른들은 내 연애사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으신지 만나는 사람은 있는지부터, 결혼은 언제 할 거냐고 똑같은 말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매 번 말씀하신다. 것도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해 매번 감탄함과 동시에 흘려버린다. 어차피 그들은 할 말이 없어서 그런 거니까. 그 나이엔 그런 말을 들어야 한다는 어떠한 기준에서.
또 주변에 기혼자들이 많아진 만큼 그들의 얘기를 많이 듣다 보니. 현실적인 문제들 앞에 기가 죽고, 씁쓸하기까지 하다. 마무리는 늘 우리 결혼할 수 있을까?
어느 주말엔 아침부터 울리는 벨소리에 짜증이 났다. 누가 내 황금 같은 주말을 방해하는 건지. 전화를 받으려는 찰나에 끊어졌고, 연이어 메시지가 도착했다. 친구가 꿈을 꿨는데 내가 멀쩡히 만나던 사람을 두고 딴 사람이랑 결혼을 했단다. 근데 그 사람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만한 사건에 관련된 적이 있던 사람이었고, 내가 그럴 선택을 할 애가 아닌데 왜 그러나 싶어서 붙잡고 물었단다.
자기가 모르는 진실된 무언가를 알고 있는지 아니면 콩깍지인지. 실제적으로 고민하고 엄청 설득을 했다고. 그러면서 “좋은 사람 만나 **야. 내가 오지랖이 아니라 진짜 기도해야겠구나 생각했어.”로 마쳐진 메시지를 보고 한참 웃었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얘기인가 싶기도 하면서도 어쩐지 일찍 눈이 떠진 것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하루의 시작이 꽤 즐거웠다고 할까? 꿈에서까지 내 생각을 해주고, 눈 뜨자마자 연락한 친구의 모습을 상상하니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우리 다음 모임의 주제는 이 이야기가 될 거 같은데. 친구야. 내 연애사에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고, 나만 좋은 사람 만날 수 없으니 너도 좋은 사람 만나. 우리도 그에 걸맞은 좋은 사람이 되자.
그리고 결혼은 모르겠어. 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