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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May 29. 2019

내게 전화 줘서 고마워

공적인 관계를 넘어서 사적인 친구가 된 R에게

직장인에게 평일 연차는 정말 꿀 같다. 암묵적인 룰은 그 당사자에게 되도록이면 연락하지 않는 것. 정말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날은 오랜만에 늦잠도 잤고, 오후엔 공연을 볼 예정이었다. 퇴근 시간까지 아무 연락이 없어서 내심 기뻐함과 동시에 울리는 진동에 ‘설마 회사인가?’ 하고 확인을 해보니 회사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회사 동료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받았더니 대뜸 우는 거다.


 오늘 너무 힘들었다고,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눈물도 났다고. 근데 내가 생각이 나서 전화했단다. 팀 사람들과 좋지 않은 일이 있었는지 한참을 울면서 얘기하는 그녀를 다독여주며 들어줬다. 어떤 상황인지 뻔히 보이고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 것이 좋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 할많하않.......) 다 토해냈는지 어느 정도 진정된 그녀가 마지막에 그러는 거다.


‘쉬는데 전화해서 미안하고,

네 소중한 시간 허락해줘서 고마워.’


누군가와의 만남 후 돌아가는 길에 늘 메시지를 보낸다. 귀한 시간 내줘서 고맙고, 오늘 하루 즐거웠다고. 문득 꼭 만남뿐만 아니라 통화에서도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짧은 통화라도 ‘목소리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겠다’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던 날이었다.


회사 동료라는 공적인 관계를 넘어서 이제는 사적인 친구가 된 그녀. 내가 그녀에게 잠시나마 그런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앞으로도 그러한 나날들이 많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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