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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Aug 14. 2019

우리 집 감자전은 조금 다르다?

가족 같은 이웃 이모가 주신 특별한 돼지감자 가루

(*사진은 냉동실에 있던 감자전을 데운 겁니다*)


얼마 전 엄마가 또 구르마(손수레)에 정체모를 가루를 가지고 오셨는데 ‘대체 저건 또 뭐지?’ 싶었다.  00 마트라고 쓰인 겉 봉투를 벗기니 투명한 봉투에 흰색 가루가 족히 3kg 정도 담겨있었다.


‘밀가루 같지는 않고? 뭐지...? 찹쌀가루인가? 고추장을 담근다고 했던 거 같기도 하고’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던 차에 엄마가 입을 열었다.


'돼지감자 가루'인데 언니가(이웃 이모) 먹어보니 너무 좋다면서 나눠주셨단다. 먹어보고 괜찮으면 같이 주문하자고 하시면서.


"근데 이렇게나 많이 줬다고? 그분도 손이 보통 큰 게 아니네"


"이왕 먹어보는 거 이것저것 다 해보라고 하더라. 그 언니는 칼국수, 수제비를 주로 해 먹는대"




느지막이 일어났던 어느 주말 아침. 물 한 잔만 마시고 다시 자야지 하고 다 뜨지도 못한 눈을 비비며 나갔다. 물을 마시고 자연스럽게 시선이 닿은 곳은 식탁이었는데. 쟁반 위에 무언가 수분이 쌓여있고 키친타월 한 장이 덮여있었다.


"엄마!! 이거 뭐야?" 함과 동시에 키친타월을 벗겨보니 지나가는 말로 감자전과 장떡이 먹고 싶다는 철부지 딸내미 말을 기억하시곤 이른 아침부터 불 앞에서 부쳤다는 거다. 아이고 어무니.....


감자전은 내가 생각한 감자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는데. 감자전이라 하면 감자를 강판에 갈고 식감을 살리기 위해 얇게 채 썬 감자를 듬뿍 넣어서 자작하게 두른 기름에 노릇노릇 부쳐낸 감자전인데. 어찌 된 일인지 밀가루 반죽 같은 감자전이었다.


'어? 엄마는 이렇게 안 하는데?'


알고 보니 돼지감자 가루를 넣은 감자전이었다. 감자를 강판에 가는 것 대신에 감자가루와 채 썬 감자를 넣었고, 장떡에도 돼지감자 가루를 잔뜩 넣으셨다고 하시면서 뿌듯해하셨다. 본인 입에는 너무 쫄깃쫄깃하고 맛있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내가 생각한 감자전

사실 상상했던 감자전이 아니라서 당황스러웠지만, 그것도 잠시 씻지도 않은 나는 그 자리에 앉아서 감자전과 장떡을 반 이상이나 먹어치웠다. 기존에 먹었던 감자전과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쫄깃함은 물론이요. 씹을수록 고소했고 중간중간 씹히는 채 썬 감자가 재미있었다.  


장떡도 예전보다 쫄깃함이 더해졌고 중간중간 씹히는 양파와 고추로 완전체를 이루었다. 두 가지를 같이 먹으니 이건 단짠단짠도 아닌데.. 이 조합 무엇!!


엄마의 등짝 스매싱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나는 젓가락질을 멈추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진짜 정말 맛있었다.


돼지감자 가루라는 생소한 걸 나눠주신 이모! 제가 좋아합니다 라고 혼자 중얼거렸더니. 엄마는 어느새 그 이모한테 전화를 걸었고. 인사 한번 제대로 나눠보지 못한 분께. 마치 어제 뵈었던 것처럼


"이모~ 주신 돼지감자 가루로 부침개 해 먹었어요~ 로 시작해서 그렇게 한참을 통화했다.

"호호홍~~" 웃으시는 목소리만으로도 이모의 표정이 상상이 되었고 덩달아 나도 똑같이 웃고 있었다.


때론 혈육보다 이웃이 더 가족 같다는 말을 알 거 같다.  좋은 것들이 생기면 아낌없이 나눠주는 이웃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가족이 뭐 별 거 있나 이렇게 서로 나누고 챙기는 것이 가족이지 싶었다.



"딸~ 엄마가 손목이 안 좋아서~~~ 딸은 반죽 좀 만져봤잖아~~~~"


다음은 수제비란다. 그다음엔 칼국수겠지?

괜찮아. 반죽 좀 만져봤잖아...

괜찮아. 엄마 손 큰 거 알고 있잖아...

한 솥 끓일 거 알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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