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mmer Aug 16. 2019

낯선 집에서 낯선 사람과 먹는 집밥

그 짧은 시간만큼은 가족이라고 합시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이 차려 준 집밥을 먹으면 어떤 기분일까?


모 프로그램에서는 집을 찾아가서 먹기도 하고, 해외 게스트 하우스 스텝으로 있는 인기 연예인이 게스트들을 위해 밥을 차려주기도 하던대.


그곳에서 집밥을 먹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계획에 전혀 없었으니까. 계획표엔 맛집 리스트와 카페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혼자 떠난 여행이었다. 늦은 밤엔 교통편도 불편하고 무엇보다 위험해서 해가 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왔다. 파티 없는 숙소를 잡기를 잘한 나를 칭찬하며 거실에서 책도 보고 야경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게 시작이었는데. 게하 스텝으로 있던 분(지금은 친구?)이 혼자 노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저녁 안 먹냐고 물어서(기억 오류) 그다지 생각 없다고 했던 거 같다. (다이어트 중이었으니까.)


어느새 마주 앉아 밥을 먹게 되었고,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그 친구가 저녁마다 손수 집밥을 차려줬다.(남자 스텝이었음)


반찬은 게하 사장님이 나눔 해주신 것

밥 조금 먹는다고 혼나고(원래 조금 먹는다고!!!)

김치찌개도 끓여줬다.(원래 있었나? 이것도 오류)


꽁치 + 김치 부침개 + 김치


다음 날도 같이 먹었다. 세상에 김치부침개라니.

냉장고에 있던(옆에 있는 김치 맞을 걸?) 김치를 송송 썰고, 밀가루와 계란을 탁 넣고 적당히 되직하게 반죽해서 자작하게 두른 기름에 부쳐냈다. 꽁치 조림도 레인지에 살짝 돌려서 뜨뜻하게 냈다.


누가 대한민국은 탄수화물, 마늘에 미친 국가라고 했는대. 김치도 다른 조리방법으로 먹으면 다르다. 다 같은 김치가 아니지~~


김치찌개+치킨 뭐라더라?

밥 조금 먹는다고 한 숟갈 더 얹음(엄마인 줄.) 이 날은 들어올 때 단무지 사 오라는 지령을 가지고 나섰다. 근처에 마트가 없어서 눈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무작정 들어갔다. '단무지 있겠지? 없겠어?' 하면서 괜히 아이스크림 코너에서 기웃거리고 과자 코너도 한 번 쓱 보다가 내가 먹고 싶은 탄산수와 그 친구가 먹을 맥주를 집어 들고 마지막으로 원래 목적인 단무지를 사 가지고 나왔다.


숙소에 돌아와 단무지를 건네주고 음료는 냉장고에 넣어둔 다음 대체 무슨 요리를 하려나? 하고 구경하는데. 닭가슴살을 손질해서 돈가스처럼 튀겨냈고 단무지로는 타르타르 비슷한 소스를 만들었다. 치킨가스는 아닌데 뭐지? 하고 한입 물었더니 겉바속초였다. 치킨가스는 분명 아니다. 훨씬 더 맛있다!!!


매일 차려줘서 미안하니까 뒷정리는 당연히 내가 한다고 했다. 주방은 본인 거라고 손대지 말라고 했지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익숙한 곳에 돌아와서 그 친구가 갖고 싶어 했던 것도 선물했다. 고맙고 미안했어서.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주냐'




직접 차려주신 음식들(치킨 빼고)

그 여행지에서 지인을 만났던 날이다. 이것 또한 계획에 없던 일이었는데. 갑자기 그 지인 가족이 저녁 식사에 초대를 받았다며 같이 가자는 거다. 아니 그 초대 대상은 내가 아닌데 왜 가냐고 했지만.. 이미 말했다고 가야 한단다. 그렇게 지인과 함께 간 집에는 초대받은 다른 일행들도 있었고. 레스토랑을 방불케 하는 음식들을 대접받았다.


내가 뭐라고. 여기까지 와서 또 이런 대접을 받나 싶었다. 분명 어색하고 불편한 시간은 맞는데. 음식들이 맛있어서 정말 깨끗하게 다 먹었다. 솜씨가 정말 대단하시다고 정말 맛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마주하기 전까지는 서로의 존재 자체도 몰랐던 사람과 마주 앉아서 집밥을 먹으니 기분이 몽글몽글하고 이상했다. 근데 또 적응의 동물이라고 금세 적응해서 웃고 떠드는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 낯 가린다는 거 거짓말인 거 같다.


이곳에서 먹은 집밥 메뉴들이 평소에 즐겨먹지 않는 음식인데도 꿀떡꿀떡 잘 넘어갔다. 평소보다 많이 먹었음에도 속이 불편하지 않았다.


"요리하는 거 좋아해! 미안해하지 마. 그럼 내가 불편해"라고 말했던 친구도.

"뭐가 미안해요. 제가 오라고 했어요." 했던 분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지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식사시간만큼은 가족이었다고 그렇게 적고 싶다. 이 글을 적으며 그때의 순간들을 찾는데. 어느 따스한 봄날,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내 살을 스치듯 그때 그 기분이 그렇게 스쳐 지나갔다.


다들 잘 지내고 있으려나? 그곳에서 만났던 먼 이웃, 먼 가족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집 감자전은 조금 다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