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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Aug 21. 2019

그래도 정성은 엄마만큼 들어갔다? 엄마!

엄마가 딸이 되고, 딸이 엄마가 되었던 지난 여름날

늘어지게 늦잠을 자던 주말 오전.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더 이겨낼 자신이 없어 일어나려던 찰나에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 지금 00 병원이야. 얼른 와"

"응? 뭐라고? 약속 있다며?"

"병원이니까 일단 와"


'아침에 약속이 있다며 나간 엄마가 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했다. 자다 깬 상태라 대충 씻고 모자를 눌러쓴 채 엄마가 계신다는 병원으로 향했다. 자동문이 열리고 그 틈 사이로 지칠 대로 지친 엄마와 주렁주렁 연결된 링거에 내 시선이 닿았다. 통화하면서 느꼈던 등골이 오싹한 촉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꼈다.


누구보다 제일 놀랐을 엄마를 다독이며 어찌 된 영문인지 물었다. 집 근처 고르지 못한 길에서 넘어지면서 손을 잘못 짚었는데 본인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단다. 도저히 일어날 힘이 없어서 전화하려던 찰나에 이웃 할머니의 도움으로 병원에 왔다고 말씀하셨다.


수술과 입원. 그리고 당분간 쓰지 못할 오른손. 무더운 여름날. 계절만큼이나 엄마에게 지독한 여름 시작되었다.




호기롭게도 나는 집안일은 나에게 맡기라며 큰소리를 쳐댔다. 엄마처럼 하지 못하더라도 내 나름대로 할 수 있다면서 말이다. 3일 만에  내 생각이 짧았음을 깨달았다. 직장생활과 집안일을 병행했던 엄마가 그간 얼마나 힘드셨을지 느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을 하면서 괜히 화가 났다. 아마도 그 분노는 나를 향한 것이겠지.


평일엔 출근해야 하니 혼자 계실 엄마가 편하게 사용하실 수 있도록 반찬 통과 식기류를 전부 가볍고 쉽게 여닫을 수 있는 것들로 바꿨다.


그때의 기록(내가 쓸때만 사용한 무거운 그릇들)


직장생활과 살림을 병행한다는 것. 퇴근과 동시에 출근한다는 것. 엄마가 그랬듯이 나도 똑같이 하고 있었다. 퇴근할 때쯤 내 머릿속은 온통 '오늘 저녁 뭐 먹지?'였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겼던 집밥. 그게 제일 스트레스였다. 나만 생각하면 하루 이틀 걸러도 되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면 특히 엄마를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었다. 엄마가 왜 마트 전단을 끼고 다녔는지 엄마들이 모이면 늘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 거 같았다.


퇴근길에 마트를 기웃거려보고 엄마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내가 엄마에게 똑같이 행동했다. 엄마 코스프레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뭐가 먹고 싶냐고 물으면 아무거나 상관없어.' 그 엄마에 그 딸 맞다.



그때의 기록 2


주말에는 좀 더 신경 써서 식사를 준비하면서 적어도 내가 엄마 딸이라면! 잘할 거야!! 맛이 없을 수가 없을 거라고 큰소리쳤더니. 식탁에 앉아 계시던 엄마가 기가 막힌다는 듯이 쳐다보셨다.


"그래 너 잘났다." 하시면서 옆으로 오시더니 양념과 불 조절은 이렇게 결국엔 엄마의 시선과 말이 다했다. 불 앞에서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엄마를 위해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게 뿌듯했다.


똑같은 반찬일지라도 특별하지 않아도 내가 차려낸 집밥이 내 입으로 넘어갈 때, 엄마가 드시는 모습을 볼 때 왜인지 느낌이 이상했다. 주말 요리사였던 적이 많았는데 엄마가 다치기 전과는 다른 묘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쳤다.


종종 반찬을 만들어내고 나름 특식이라며 색다른 음식도 해 보였다. 물론 엄마를 100%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엄마는 딸이 차려준 밥이 제일 맛있다며 늘 남김없이 드셨다.



어느 정도 치료가 마무리되어갈 때쯤이었나? 엄마가 식사하시다 말고 대뜸 말씀하시는 거다.


"딸~ 엄마가 고생시켜서 미안해. 더운데 계속 불 앞에 있게 하고 나가서 놀지도 못하고 말이야. 엄마 옆에 붙어서 수발들게 해서 미안해. 이번에 보니까 우리 딸 다 컸더라~ 마냥 애인 줄 알았더니. "


엄마의 목소리 톤이 평소와 달라진 걸 느꼈지만, 모른 척했다. 괜히 엄마한테 장난을 걸고 싶었다.


"뭐가 미안해? 미안해하지 마! 그리고 나 애 맞아~! 엄마한테는 평생 꼬꼬마지~~ 꼬꼬마"


"아이고~ 꼬꼬마가 이걸 다 했어? 꼬꼬마 이거 다 할 줄 아니까 다 큰 거야~"


몇 년 전일지만 그날 이후로 더 집안일에 관심을 두었다. 농담 삼아 방 한 칸 받은 세입자라고 하기도 하고, 하숙생이라고 말하기도 하면서.




엄마! 내가 해준 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 아무래도 엄마 솜씨 따라가려면 멀었나 봐. 그래도 정성만큼은 엄마만큼 들어갔다? 알지? 늘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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