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 채널예스 인터뷰
‘브런치북 공모전’을 통해 데뷔를 하셨어요. 출간 전까지 어떤 준비와 생활을 해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오래도록 생각과 준비를 해 오신 것인지,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셨는지 예비 작가분들께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해서 작가를 해야 하나, 화가를 해야 하나 고민하곤 했어요. 이것도 결국 동생 얘기인데…… 동생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다가 어느 날 깨달은 거예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릴 수 있는 완벽한 직업이 여기 있네?’ 만화도 좋아했으니까 만화가도 꿈꿨죠. 무엇보다 책에 들어가는 그림, 인쇄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미술에 전념했어요. 미대 진학에 실패하고 이런저런 방황 끝에 그림 작가라는 꿈의 초심을 다시 잡고 만든 게 『동생이 생기는 기분』이에요.
작가가 되기 위해 본격적인 무언가를 계속 준비했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러나 따지고 보면 모든 게 준비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강박적이다 싶을 정도로 일기를 써 왔고 독서를 쉬지 않았어요. 책이나 영화를 본 뒤에는 리뷰를 진득하게 써 보기도 했죠.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이게 나의 밑거름이 되어 줄 거라고 나는 더욱 입체적인 사람이 되어 갈 거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동생이 생기는 기분』을 원래 독립 출판으로 먼저 출간하셨다고요. 처음에는 4컷 만화 40여 컷이었던 작은 책이 지금은 268페이지의 만화 에세이집으로 확대된 것인데요. 독립 출판으로 혼자 출간 작업을 진행했을 때와 어떤 것이 같고 또 어떤 것이 다르게 느껴졌는지 궁금해요.
독립출판은 기성출판의 미니어처 같아요.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를 다 혼자서 해야 하는 건데 그걸 내 능력만큼 간소화시키죠. 어설프더라도 그 자체가 매력이 되어 버리는 재미있는 시장이에요. 독립출판물 구매자들은 그러한 어설픔 속에서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고 소유하려는 특별한 감상자고요.
반면 기성출판은 혼자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유진아 디자이너님이 담당으로 배정되었을 때는 살짝 황홀하기까지 했어요. ‘진짜 북디자이너잖아!’ 이렇게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만큼 어설픔을 좋게 봐주는 시장이 아니죠. 저 역시 서점을 자주 가는 사람이라 갖가지 기획력이 돋보이는 책 중에서도 높은 완성도의 책을 고민 끝에 사기 때문에 알아요. 그래서 부담되었고 특히 그림 부분에서 저를 많이 의심했던 것 같아요.
작업하는 모습은 비슷해요. 혼자 멍하니 기억을 떠올리고 구상하고 쓰고 그리다가 괜히 질질 짜고 실실 웃고 ‘와! 난 천재다!’ 하다가 ‘별론가? 천재 아닌가?’ 하고 지우고……. 똑같아요. 제가 똑같으니까.
책에서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봤던 것처럼, 또 시간이 흘러 지금을 되돌아본다면 어떤 것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으신가요?
저는 행복하고 기쁠 때 자신을 관조적으로 바라봐요. ‘목 가누다’ 에피소드에서도 그런 식이죠. 이 순간을 기억해야지. 그래서 대상 당선 이후의 모든 일들을 기억하고 싶고 기억할 것 같아요.
근데 그보다 이상하게 당선 직전의 제가 자주 생각나요. 창작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걸 그만두려고 했어요. 딱 1년만 더 해 보고 그때도 성과가 없으면 취미로 남기자.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미워하지 못하도록. 제 나름대로 저를 지키기 위한 약속이었어요.
브런치에서 공모전에 참여한 10개 출판사 편집자를 인터뷰한 글이 있는데 거기서 민음사 한국문학팀 박혜진 편집자님이 이런 말씀을 하세요. “세상에 남겨져야 하는 이야기가 책이 된다.” 그 문장을 곱씹으며 세상에 남겨질 만한 이야기를 썼다는 자신이 생겼어요. 그리고 그런 기대에 부푼 상태가 겁이 나고 질려 놔 버린 순간 카카오에서 연락이 온 거예요. 친구에게 전화해 울면서 정신없이 이렇게 말했던 것 같아요. “나는 내가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은데 자꾸 다들 아니라고 하니까 아니구나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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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은 링크에서!
http://ch.yes24.com/Article/View/42359
책이 나오기 직전에 정해지는 것들 ―
'동생이 생기는 기분' 이수희 작가와의 마무리 미팅 【말줄임표 EP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