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지각력(知覺力)을 키우는데 가장 좋은 방법"
우리는 맛있는 것을 즐긴다. 그것은 본능이다. 감각적으로 입맛은 누구나 늘릴 수 있는 인간만의 특권이다. 흔히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다섯 가지 감각을 사용하여 사물을 판단하거나 느낀다. 다섯 가지 감각 중에서 나이가 들면 가장 먼저 시각, 청각 등이 나빠지는 것을 바로 안다. 하지만 미각은 나이가 들어도 원래의 감각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 미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들이 눈에 뛴다. 그 중에서 “미각력, 병을 부르기도 하고, 몸을 살리기도 하는 미각의 비밀 (스즈키 류이치 저)”은 우리가 그 동안 미각을 얼마나 소홀히 했는지 지적한다. “미각은 취향이 아닌 건강의 열쇠이며 병을 부르기도 하고 몸을 살리기도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더 이상은 미각을 둔감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맛을 느끼는 감각이 우리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각을 살리는 가장은 좋은 방법 중 한 가지는 바로 “와인”을 즐기는 것이다. 와인은 기본적으로 떪은 맛(드라이)과 단 맛(스위트)으로 구별된다. 당분과 타닌의 성분 함량에 따라 그 맛이 결정된다. 흔히 와인의 맛을 평가하는 테이스팅 과정에서 수 십 가지의 맛을 구별해낸다. 일반적인 과일의 맛과 그 외의 여러 가지 맛으로 구분한다.
일반인들이 와인을 마실 때 쉽게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믈리에처럼 일정 기간의 훈련을 통해서 맛도 구분할 수 있다. 와인 테이스팅을 할 때 입 안에 느껴지는 미각(palate)를 측정한다. 그 때 느껴지는 것을 풍미(flavor)라고 하는데 대개 딸기나 베리 종류의 과일 맛을 묘사한다.
와인의 기본적인 단맛이 없는 드라이(dry)와 스위트(sweet)로 나뉘고 포도껍질이나 저장용기(오크통)에서 발효 숙성 과정에서 나오는 타닌 성분에 따라 바디(body)감이 달라진다고 한다. 타닌이 높아서 떫은 맛이 강하면 바디가 무겁다(full body)라고 하고 약하면 가볍다(lite body)라고 평가한다. 알코올 함량에 따라 풍미가 변한다.
와인 맛이 무겁다(풀바디)라는 것을 “맛의 여운이 많이 남는다.”라고 바꿔서 말할 수 있다. 그 만큼 우리 뇌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있다는 반증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히는 책들은 감동의 여운(餘韻)이 그 만큼 적다.
인문 서적들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책들이다. 문학, 철학, 역사, 과학 등 그 대표적인 예이다. 마치 바디감이 높은 레드 와인을 마시는 것 같다. 와인만으로 맛을 즐길 수 있지만 음식과 함께 마셔도 음식에 대한 맛의 풍미를 돋아준다. 특히 육류를 먹을 때 동물성 지방으로 입안의 텁텁함을 레드 와인의 풍미로 개운하게 만들 수 있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로 우리 삶에서 답답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인생의 의미를 조명하는 문학이나 철학서는 마음 속의 텁텁함을 깔끔하게 씻어준다. 그래서 가끔은 깊은 생각을 만들어주는 책을 읽어야 한다. 혼자서 읽기가 부담스러우면 함께 읽기다 적극적으로 권한다. 필자의 경우도 매주 독서모임에 참석한다. 성격은 좀 다르지만 두 곳의 독서토론회에서 한 달 4권을 읽어야한다.
최근에는 철학서나 고전 문학들을 읽었다.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만큼 모임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개인적으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삶에 대한 고민을 서로 털어 놓는다. 새로운 지식을 얻을 목적으로 읽는 실용서에서 좀처럼 얻을 수 없는 경험이다.
와인샵에 가면 아직도 가볍고 달콤한 화이트나 스파클링 와인에 먼저 눈이 간다. 서점을 방문해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인문 서적보다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자기계발서나 실용서를 먼저 펼쳐본다.
바디감이 높은 와인을 마시면 처음에는 텁텁하지만 그 속에 여러 가지의 맛을 찾아내면서 점점 잃어가는 미각력을 되찾듯이 약간은 읽고 이해하기가 힘들어도 인문 서적을 찾아 읽어야 한다. 점점 빨라져가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흔들림 없이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는 지각력을 키우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