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호 Mar 09. 2018

03 시음이 아니라 음미다

"음미하면 즐겁다"

“음미(吟味)”란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음식의 맛과 향기, 시나 소설의 이야기, 또는 상대방의 속뜻 등이 생각난다. “음미(吟味)”란 사물의 내용이나 속뜻을 깊이 새기고 감상하거나 음식이나 그 맛과 향을 즐기며 맛본다는 뜻이다. “시음(試飮)”과 그 뜻이 비교된다. 사전적 의미는 술이나 음료수 따위의 맛을 알기 위하여 시험 삼아 마셔 보는 일이다. 한 마디로 맛보는 것이다.


두 단어를 비교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음미한다는 것은”은 뮌가 좀 진지한 태도를 연상시키고 “시음한다는 것”은 시험 삼아 테스트하는 행위가 생각난다. 우리는 평소에 어떤 단어에 맞게 행동을 하는가. “음미하는가 또는 시음하는가?”


우리의 삶에 대비하여 생각해본다. 확실한 성공을 위해서, 정답을 맞히기 위해서 끊임없이 시음하지 않았을까? 그런 행동이나 태도가 잘못되거나 나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시음"이란 의식 속에는 정답을 찾아야 하는 의무감이나 부담감이 앞선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 삶을 즐기는 데 필요한 것은 시음보다 음미가 맞다. 처음 음식을 접하면 본능적으로 맛을 본다. 달거나 쓰거나 짜거나 싱겁거나 등 다양한 느낌을 생각한다. 시음한다면, 전문지식을 떠올린다. 정확한 맛을 찾아내야 하는 의무감이 있다. 특히 와인을 마신다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와인 마시기가 어렵다. 약간 기본 지식은 필요하다. 그 내용은 어렵지 않다. 관심만 있으면 얼마든지 알 수 있다. 시음이란 부담감이 오히려 기본 지식을 배우는데 장애가 된다.     


어떻게 책을 읽는가? 천천히, 빨리, 끝까지 아니면 중간중간 아는 부분만 읽는가? 책은 시음보다 음미하는 것이 좋다. 책을 시음한다는 것은 맛보기에 가깝다. 방법이 틀린 것은 아니다. 자신이 읽기에 맞지 않으면 맛만 보고 읽기를 그만두는 것도 읽기의 한 방법이다. 그런 독서 방법을 권장하는 독서가들도 있다. 특히 경제 경영이나 실용서적을 볼 때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정보나 지식을 얻는 위해서 책을 읽는다면 맛보기로 가능하다. 필요한 부분만 취사선택하면 된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의미를 찾고 위로받기 위해서 생각해야 한다. 문학이나 철학, 역사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지식을 얻는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독자로서 책 속에 상황을 접하면서 자신을 되물을 기회를 얻어야 한다.


책을 읽는 것은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다. 대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자기 생각이다. 생각을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알기 위해서는 느껴야 한다. 느끼기 위해서는 흥미가 있어야 한다. 관심이 있어야 흥미가 생긴다. 즐길 수 있다면 관심이 생긴다. "시음"보다 "음미"해야 즐겁다.     

“Wine Reading"  …  “Reading Slowly and Deeply like Tasting Wine


"음미하면 즐겁다"


와인은 마셔야 맛을 알 수 있고 책은 읽어야 내용을 알 수 있다. 와인을 무조건 마신다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포도 품종이나 생산지 등 사전에 와인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와인샵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와인들이 매대에 진열되어 있다. 다른 술과 달리 와인을 소개하는 레벨이 붙어있다. 마치 미술관에 온 것처럼 감상한다.


우선 와인의 레벨 디자인은 다양하다. 각각의 와이너리(winery)의 특성을 나타내기 위한 그들의 브랜드를 표시하기 때문이다. 그 안에 담긴 정보는 구매자에게 와인을 마시는 목적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와인을 마시기 위해서는 레벨에 적힌 품종, 생산지, 생산연도 등 고려하여 음식에 맞게 마시면 와인을 제대로 즐기게 된다.


와인은 모르고 무조건 마시기 전에 알고 마셔야 한다. 우리가 책을 대할 때는 어떤가? 필자는 책을 구매를 하면 우선 목차, 머리말과 본문 내용을 대충 훑어본 후 버려 놓은 경우가 많다. 와인처럼 사전을 얻고 이른 시간에 마셔하는 것과는 달리 책에 대한 내용만 알고 나서 책을 덮는 것이다. 책에 대해 아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책에 대해서 파악하는 것과 책을 읽는 것’에 대해서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0가지(채석용 저, 2016, 42쪽/e-book)’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그 책에서 “목차를 보고 훑어보는 것은 인터넷 정보만으로도 충분하므로 독서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 행위는 단순히 책을 훑어보고자 하는 의도로 책에 대해 파악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독자가 책 내용에 몰입하여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느낄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그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있어야 진정한 책 읽기가 완성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독서는 음식을 먹고 소화하는 것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뷔페식당에 갔을 때 한 끼의 음식을 소화하기 전에 눈길이 가는 다른 음식들을 먹게 되면 음식을 음미할 수 없는 것처럼 한 권으로 완전히 독자 자신이 이해할 정도 읽어야 책 읽기를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그동안 사서 보관하고 있는 책들도 어쩌면 책을 파악하는 정도에서 독서를 했다고 착각했다고 볼 수 있다. 책을 즐기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책을 정확히 읽고 자신의 감정으로 나타내야 한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글로써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책 종류에 따라 목적에 따라 독서방법을 달리할 수 있다. 흔히 자기계발서나 실용서적을 볼 때는 책을 읽기보다는 파악한다. 그런 종류의 여러 권의 책들 읽다 보면 내용이 어렵지 않고 비슷한 내용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서 전체적인 내용을 선별적으로 취사선택하게 된다.


책을 제대로 음미하면서 즐기기 위해서는 와인을 마시지 않으면 절대로 맛을 알 수 있듯이 책 내용을 찬찬히 읽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 책과의 소통이 가능하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 혼자 읽고 만족하기보다는 어떤 형태든지 자신의 감정과 상대방의 감정을 서로 나눌 때 책 읽기가 더욱 즐겁다.


책 읽기 위한 와인리딩은 본문을 어떻게 읽는가에 대해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와인리딩을 한마디로 말하면, 책을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02 책과 와인, 시음보다 음미하며 즐겨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