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으로 느끼고 이해하면서 즐기고 평가한다"
와인은 마셔야 맛을 알 수 있고 책은 읽어야 내용을 알 수 있다. 와인을 무조건 마신다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포도 품종이나 생산지 등 사전에 와인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와인샵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와인들이 매대에 진열되어 있다.
다른 술과 달리 와인을 소개하는 레벨이 붙어있다. 마치 미술관에 온 것처럼 감상한다. 우선 와인의 레벨 디자인은 다양하다. 각각의 와이너리(winery)의 특성을 나타내기 위한 그들의 브랜드를 표시하기 때문이다. 그 안에 담긴 정보는 구매자에게 와인을 마시는 목적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와인을 마시기 위해서는 레벨에 적힌 품종, 생산지, 생산연도 등 고려하여 음식에 맞게 마시면 와인을 제대로 즐기게 된다.
와인은 모르고 무조건 마시기 전에 알고 마셔야 한다. 우리가 책을 대할 때는 어떤가? 필자는 책을 구매를 하면 우선 목차, 머리말과 본문 내용을 대충 훑어본 후 버려 놓은 경우가 많다. 와인처럼 사전을 얻고 이른 시간에 마셔하는 것과는 달리 책에 대한 내용만 알고 나서 책을 덮는 것이다. 책에 대해 아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책에 대해서 파악하는 것과 책을 읽는 것’에 대해서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0가지(채석용 저, 2016, 42쪽/e-book)’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그 책에서 “목차를 보고 훑어보는 것은 인터넷 정보만으로도 충분하므로 독서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 행위는 단순히 책을 훑어보고자 하는 의도로 책에 대해 파악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독자가 책 내용에 몰입하여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느낄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그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있어야 진정한 책 읽기가 완성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독서는 음식을 먹고 소화하는 것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뷔페식당에 갔을 때 한 끼의 음식을 소화하기 전에 눈길이 가는 다른 음식들을 먹게 되면 음식을 음미할 수 없는 것처럼 한 권으로 완전히 독자 자신이 이해할 정도 읽어야 책 읽기를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그동안 사서 보관하고 있는 책들도 어쩌면 책을 파악하는 정도에서 독서를 했다고 착각했다고 볼 수 있다. 책을 즐기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책을 정확히 읽고 자신의 감정으로 나타내야 한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글로써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책 종류에 따라 목적에 따라 독서방법을 달리할 수 있다. 흔히 자기계발서나 실용서적을 볼 때는 책을 읽기보다는 파악한다. 그런 종류의 여러 권의 책들 읽다 보면 내용이 어렵지 않고 비슷한 내용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서 전체적인 내용을 선별적으로 취사선택하게 된다.
책을 제대로 음미하면서 즐기기 위해서는 와인을 마시지 않으면 절대로 맛을 알 수 있듯이 책 내용을 찬찬히 읽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 책과의 소통이 가능하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 혼자 읽고 만족하기보다는 어떤 형태든지 자신의 감정과 상대방의 감정을 서로 나눌 때 책 읽기가 더욱 즐겁다.
책 읽기 위한 와인리딩은 본문을 어떻게 읽는가에 대해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와인리딩을 한마디로 말하면, 책을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이다.
책과 와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제대로 즐기려면 음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미(吟味)’의 정확한 뜻은 사물의 내용이나 속뜻을 깊이 새기고 감상(感想)하는 것이다. ‘와인을 음미한다는 것은 그 맛과 향을 즐기며 맛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와인을 음미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와인이 만들어지기는 과정까지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 하나의 결과물이 된다. 와인의 재료는 포도이다. 포도의 재배과정도 역시 간단하지 않다. 포도 품종, 흙 그리고 자연환경 등이 여러 가지 재배할 수 있는 요소가 갖추어지고 충족이 되어야 제대로 된 포도를 수확할 수 있다. 농부가 수확한 포도는 와이너리(winery)에게 넘겨지고 발효, 숙성, 병입 등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서 한 병의 와인이 만들어진다.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와인과 마찬가지로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책 제작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저자의 집필 과정과 인쇄 과정이다. 집필 과정은 다시 초고와 편집 과정으로 나뉘다. 이 과정은 ‘포도 재배와 와인 제조 과정’과 비슷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와인을 마시기 전에 와인의 생산 과정을 알면, 마시는 목적이나 용도에 맞게 적절히 즐길 수 있다. 와인을 마시는 것이 오로지 와인만 마시기보다 음식이나 분위기를 함께 고려하여 선택해서 즐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와인의 특성은 결국 포도재배 과정에서 대부분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도 이와 비슷하다. 책 내용은 저자의 삶의 경험이나 전문분야의 지식을 기초로 초고를 집필하게 된다.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와인리딩’의 집필 과정을 소개한다. 먼저 ‘와인리딩’의 만들어지는 소재 즉, 포도와 같은 재료는 책이다. 그리고 그 소재를 키우는 데 필요한 토양과 같은 것은 필자의 10년간의 독서 경험이다. 여기까지는 포도 재배 과정이다. 지난 10년간 책을 구매해서 읽어 본 경험을 기록하고 정리한 독서 경험(구매)만으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내기에는 부족하다.
와인은 포도라는 과일이 전혀 다른 형태의 술로 만들어져서 소비자들의 오감을 만족하게 해준다. 필자의 단순한 독서 경험에 대한 기록은 독자들에게 즐기기 충분하지 않다. 책 읽기를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게 하려고 전혀 다른 두 가지의 사물을 비교함으로써 독자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끌어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첨가해서 내용을 좀 더 가다듬는 발효와 숙성 과정을 거쳐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와인의 특성을 알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듯이 책도 저자의 집필 목적이나 과정을 알고 읽으면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는다. ‘음미한다는 것은 오감으로 느끼고 이해하면서 즐기고 평가하다 ’이고 바꿔 말하면 ‘감상(感想)’으로 바꿀 수 있다. 여기서 감성에 해당하는 ‘오감으로 즐기다’와 지성에서 해당하는 ‘이해하고 평가하다’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와인이나 책을 즐기는데, 감성적으로 즐길 수 있기며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와인을 마시며 색깔이나 맛을 느끼는 것처럼 책도 읽으면서 기쁨이나 슬픔을 경험하면서 저자와 간접적인 경험을 느낄 수 있다. 책과 와인을 처음 접하면서 우리는 감성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오히려 지성적으로 지식을 얻기 위해서 공부하는 대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와인과 책을 꾸준히 즐기는데 어려워한다.
“무엇이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워 그냥 한 병 사서 마시면 되지!”
“그런데 무엇을 사서 마셔야 하지?”
“와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나 지식을 알면 쉽게 살 수 있을 텐데?”
“차라리 판매원에 물어볼까?”
“오늘은 집에 가서 와인 책 좀 찾아보고 나서 다음번에 와서 사자!”
필자가 종종 대형마트에 있는 와인 가게에 가면 고민했던 상황이었다. 결국, 한 병도 못 사고 그 냥으로 집으로 오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은 무슨 책을 사서 읽지?”
필자는 1주일에 몇 번씩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럴 때는 항상 인터넷으로 온라인 서점을 찾아 책을 검색한다. 책을 찾아보는 때는 그 날 필자의 상황에 따라 너무도 다르다. 기분이 우울해서 감성적인 위로를 받기 위해서 또는 어떤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해서 책을 찾는다. 책 제목과 소개된 내용을 찬찬히 읽는다. 바로 사는 경우도 있지만 구매 목록에만 담아 넣는 경우도 많다.
와인도 책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 사전에 정보를 얻고 구매한다. 무조건 눈에 띄면 사는 물건이 아니다. 산 와인 한 병을 마실 때도 사전에 알고 있는 정보를 통해서 포도품종, 생산연도, 생산지 등 기본적인 정보를 갖고 ‘달콤한지 또는 씁쓸한지’ 맛을 본다. 음식을 먹으며 함께 마신다.
음미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하나의 사물을 제대로 느끼고 이해하고 평가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마시기 위해서 와인 한 병을 사면 어려울 것이 없다.
책도 마찬가지도 그냥 읽기 위해서 사는 것은 쉽다. 단순히 만들어지지 않은 대상을 좀 더 즐기기 위해서 알면 그만큼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