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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호 Aug 09. 2022

자신의 우주에 사람들을 이끌어 들이는 방법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 인독트리네이션 전시 회고록

https://youtu.be/V8aeaX6Kozw

TED TALKS / TOM SACHS : HOW TO SUCCEED AS ARTIST IN SPITE OF YOUR OWN CREATIVITY


 국내에는 나이키 마스야드 콜라보, 천만원 이상의 거래를 기록한 신발을 만든 사람으로 더 잘 기억되는 인물이다. 현대 미술에 관심이 있긴 하지만, 복잡다단하고 추상성이 가미된 예술을 이해하는 것에 어느 정도 흥미와 피로도를 동시에 느끼기에 기존에는 깊게 그의 히스토리를 파헤쳐보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그가 어느정도 대단한 사람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서울에서 전시하는 것은 처음이고, 이런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란 판단하에 전시 프로그램이 닫기 전에 서둘러 예약 버튼을 눌렀다.



이번 전시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아트선재센터)은 ⟪톰 삭스: 붐박스 회고전⟫(하이브 인사이트) 그리고 ⟪로켓 팩토리 페인팅⟫(타데우스 로팍 서울)과 맞물려 개최되는 톰 삭스의 전시 프로그램이다. 상당히 독특한 참여형 전시 프로그램. 전시는 상당히 재밌다. '인독트리네이션'은 '교화'라는 단어로, 일종의 사상 주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디테일은 규칙과 규율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고, 세상을 바꾸는 것은 컬트(집단)의 문화로 부터 시작한다. 가치와 규율을 배우게 하고, 관람객들을 그의 세계로 초대하는 것이 이 스페이스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https://youtu.be/nRwoKMZUlvA

실제로 나사의 로켓 발사 프로그램을 재현하는 전시


톰 삭스를 성공으로 이끈, '조형'은 그의 기본 뿌리를 구성한다. 그가 조형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가지고 싶었던 카메라인 니콘 필름카메라 fm2를 찰흙으로 만들면서 시작한다. 그 이후 1990년대 그를 예술의 세계로 이끈 몬드리안의 피에트(추후 그는 이를 합판으로 재구성한다)는 시스템을 벗어난 예술가로서의 그의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일상 생활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재료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브리콜라쥬 기법을 사용하여 모든것을 DIY로 재창조하는 그의 작품은 '장인 정신'에 가깝다.



전시는 지하의 재교육센터로 부터 시작된다. 삭스의 스튜디오인 Ten Bullet Studio의 10계명을 설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톰 삭스가 만들어 낸 컬트 문화로의 관객을 초대하는 시작이자, 그가 일을 할 때 지켜야 할, 크리에이티브 하지만 엄청난 작업량을 지키고 그가 '성스러운 것'이라고 부르는 오브제들을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다루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2400만의 구독자를 지닌 케이스 네이스텟, 그리고 그의 형인 밴 네이스텟이 이 스튜디오에 있었고, 영상의 대부분은 밴 네이스텟이 편집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8reJVNLk80&list=PLC39A0360F5799668




글루건, 덕트테이프, 합판등을 사용해서 만드는 실제에 가까운 묘사 (FAKE)로 태어난 장인의 작품들은 엄청난 디테일을 요구한다. 그 디테일은 톰 삭스를 실로 대단하게 만들었다. 팝아트의 기존 복제와 복사와는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예술이다. 그리고, 그는 그 속에 위트를 넣었다. 자신을 구성하는 내부적인 구조를 만들어내고, 그 구조화를 통해서 세계관을 확장한다. 톰 삭스 유니버스는 실로 방대하다.



테드 강연중에 그가 이야기하는, 'Right wrong decision' = Genuine Fake (진실성 있는 가짜)는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예술가의 '직관'은 그가 위트를 가진 예술 작품을 만들도록하는 3가지 방법중의 하나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가지를 떠올려보라고 했을 때, 그는 단두대와 샤넬을 떠올렸다. 이토록 잘 붙지 않는 두 가지를 조합해 그만의 창작물을 만들어 냈다.


그의 세계관을 전체적으로 엿볼 수 있는 두시간 10분의 재교육 센터 관람이 끝나면, 그의 우주를 탐험할 일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그는 이처럼 자신의 세계로 관람객을 몰입 시키고, 쉽게 끌어들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관람이 끝나고 나면, 그가 생각하는 '영웅'의 모습으로 관람객을 내재화 시킨다. 자신의 세상을 이해 시키는 방법을 만든다. 그리고 그는 예술로서 설득한다.




전시장에 방문한 관람객들은, ID카드를 만들어 우주 탐사의 일원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나사를 분류하는 행위를 한다. 이 행위에 대한 이야기는 톰 삭스와 W 매거진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손'으로 행하는 육체 노동의 행위를 일깨워주고, 인간성이 사라지는 시대에서 인간성을 되찾게 만들고 싶다는 의도였다. 굳이 나사를 분리하는 작업은 하등에 쓸모가 없다. 그치만 그는 같은 나사라도 다른 사람의 지문이 묻은 나사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작은 행위가 여정의 일부가 되는 것은 마법과 같다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이 거대하고도 방대한 그리고 전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스페이스 프로그램은 하나의 유대감을 형성하게 만든다. 참여형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몰입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다. 지금 내가 이 전시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 그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생각하면, 더 나아가 주변 관계와 관련 행보에 까지 눈과 귀를 기울이게 된다. 텐 불릿 스튜디오에서 일원으로 있었던 밴 네이스텟의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올라온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한 진실함과, 인생에 걸친 엄청난 노력으로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올바르고도 어긋난 결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여기서 톰 삭스가 이야기하는 올바르고도 어긋난 결정은, 자신에게는 솔직한, 자기가 믿는 방식을 통해 오랜 기간을 훈육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 작업이 몇십년이 걸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방식을 믿고 따르는 것이 그가 말하는 예술가의 창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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