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말이죠. 저는 꽤 열심히 살아왔다고 변명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이 정해주는 '이것만 하면 된다'라는 최소한 해왔거든요. 세상을 삐뚤어진 채 보지도 않았고, 그저 부모님이 말하는 조언들을 군소리 없이 따랐습니다. 여러분처럼요.
사대문 안에 있는 대학교에 들어가고, 그럴듯한 회사에 가면 최소한 10대 때 상상하던 화목한 가정과 부족하지 않지만,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상자를 열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요. 보상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이 제가 어떤 것을 성취한다고 해서 뭘 해주겠다 약속하시는 분들은 아니었거든요. 그렇다고 세상을 크게 원망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 위 세대의 사람들도 이렇게 복잡한 세상에 들어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 시절에는 어떤 공식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최근에 주위를 둘러본 결과로는 사회가 제시하는 이른바 '효율적인, 안정적인 공식' 같은 것들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모두들 그 계단에 오르려고 할 때 에스컬레이터를 만든 이들이 더 빠르게 올라갔습니다. 사실상 사회가 제시한 '효율'은 공식이 아니었던 것이죠. 남들이 이야기하는 ~하는 법을 맹신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하는 법이 나올 때쯤에는 그건 더 이상 효율적인 방법이 아닙니다. 이미 내가 그곳에 발을 디딜 때, 다들 계단 위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남들을 부러워하기보다는 내가 하는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유행했던 '수학의 정석' 책을 기억하십니까? 우리 세대는 수학의 정석과 '수능 특강' 외우기 등으로 공부했었습니다. 작금의 어린아이들은 코딩하고 명령어를 짭니다. '정석'이라는 게 너무 초라한 세상이 왔습니다.
외워서 되는 것들이 있다면 정말 간단하지만, 앞으로의 세계는 더 개인적이고 비공식적인 삶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공식을 외우기보다는 뭐든지 시도해 보는 것이 좋은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음먹기에는 공식이 없고, 사람과의 교류에도 정석이 없습니다. 기계가 발달하여 모든 것을 해주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럼,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요?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말이죠. 무엇을 할 것인지는 이제 아무도 답을 내줄 수 없습니다. 정해진 것이 아무도 없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더 어렵고 재밌는 세상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세상에서는 오롯이 '자신'이라는 판단의 주체와 강력한 생각이 필요합니다. 삶에 대한 생각은 꽤 복잡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강한 정신력으로 때때로 큰 지지를 보내기도 할 것이고요. 그러니까, 어떤 시간에, 어떤 방법으로든 의미를 찾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저도, 여러분도 언젠가는 각자의 방법을 찾고 살아가는 방법과 의미를 터득할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아직 시간은 많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도 많으니까요.